하승수의 정공법
하승수가 '정공법'을 꺼내들었다.
여전히 선거연합정당의 당위성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국 노동당 사례도 들고, 뉴질랜드 얼라이언스와 스핀의 포데모스, 우루과이 광역전선을 예시하고 있다. 아니 왜 브라질의 PT나 독일 녹색당의 사례는 안 들고? 하지만 또한 여전히, 그는 각국의 제도와 정치적 역사에 대해선 함구한다. 물론 짧은 기고문에 그 이야기들을 다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역사적 배경까지는 몰라도 제도의 문제는 비교해야 하는 거 아닌가?
현행 공직선거법 제182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비례의원이 당선당시 소속정당을 떠날 수 있는 사유는 합당, 해산 또는 제명되었을 때 뿐이다. 하승수가 사례로 든 나라들에는 이런 제도 자체가 없다. 선거때 연합정당을 만들든 정당연합을 하든 관계치 않는다. 그렇다면 하승수가 만드는 정당의 비례의원들이 자기 소속 정당으로 떠나갈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특정 정당과 합당하는 방법이 그 첫째다. 그러면 이 연합정당 소속 비례의원 중 합당을 하기로 한 정당 외의 다른 정당이 원 소속인 비례의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으로 제명되는 방법이 있다. 이제는 익숙한 용어가 되어버린 셀프제명이 그것이다. 셀프 제명이 된 후에 자기 정당으로 가면 된다. 하승수가 다 제명시켜주면 되는 거다.
마지막으로 당이 해산하는 거다. 당이 해산되면 무소속이 된다. 이 부분이 엄밀하게 따지면 법의 공백이긴 하다. 왜냐하면 비례의원은 개인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아니라 정당에 대한 지지인데, 정당 자체를 해산하는 것은 유권자의 지지를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에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건지는 의문이다.
아무튼 간에 이렇게들 해서 선거 끝나고 나면 소속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런데 꼼수도 이런 꼼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비례 만들기 위해 만든 '연합정당'은 미래한국당과 마찬가지로 위장정당일 뿐이다. 이걸 지금 하승수가 만들자고 하는 거고.
하승수는 이미 우리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이 경직되어 있어서 연합정당을 만드는 것이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상상력'이 가능하다고 강변한다. 왜? 바로 위의 메커니즘에 따라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꼼수를 부리면서 자신은 꼼수가 아니라 정공법이라고 하는 건 대단히 우습다. 그러면서도 선거 끝나면 제도개혁 해서 위장정당은 설립 불가능하도록 하자는데, 이건 뭐 자아비판을 하는 건지 내로남불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사람이 어디까지 망가지는지 두고 보기엔 너무 처연하다. 이러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