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옥중서신과 선거법

박근혜가 옥중서신을 내어 미통당류에게 통 큰 단결을 하라고 촉구했다. 와, 통 큰 단결이 저쪽에서도 이야기되는구나. 맨날 이쪽에서 더민류에 붙어먹고싶은 것들이 뻑하면 통 큰 단결 운운했던 일들이 있어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고 해야 할까나, 암튼 그랬는데 쟤네들도 이렇게 뭉치라는 오더가 나오네. 오더 떨어졌으니 어떻게 움직이는지나들 한 번 봐야겠다.

뷰스앤뉴스: 박근혜 옥중메시지 "태극기, 거대야당으로 힘 합쳐야"

최순실이 써준 건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다만, 저들 차원에서 할 말은 다 하고 있다. 우선 현 정권에 대한 통일적 반문전선을 구축하라는 요구, 다음으로는 이러한 통 큰 단결의 지역적 주체로서 대구경북에 대한 관심과 안타까움 표명, 거대야당이라는 말로 수구대통합의 중심축으로 미통당을 세운 것 등이 그것이다. 말은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게 하는데, 문장이 이렇게 깔끔하게 나오다니 그것도 재주다.

이 옥중서신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모르겠다. 기사에서는 비판여론이 거세지면 미통당류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는데, 글쎄다, 어차피 박근혜나 미통당류는 철벽 30%에게 호소하는 거고, 그거 밑천 삼으면 2004년 이후에 이루어졌던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믿는 판국인데, 굳이 뭐 여기서 더 비판이 세지거나 말거나 상관할 일도 아니니 그건 그닥 가능성 없는 이야기고. 오히려 미통당류와 태극기부대 간의 논란이 당분간은 좀 심해지겠지.

그런데 이 옥중편지 보자마자 또 검찰로 달려가겠다고 선언한 자들이 있다. 정의당 신장식류. 난 이 친구가 변호사 자격증 가지고 그냥 법조전문인으로 뛰는 게 더 나을 듯한데 굳이 국회의원 하겠다고 비례후보경선 뛰어든 게 별로 납득이 가질 않는다. 뭔 별 뻑하면 고소장 고발장 들고 뛰는 판국인데 그냥 법원에서 살지 뭐하러 의사당으로 가려하나?

신장식 페이스북: 박근혜 옥중편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습니다

염병을 떨고 앉았다. 아니 이걸 더민당이 한다 해도 뭐라고 해야 할판에 선거법때문에 매번 꼭지가 돌 정도로 처 맞고 사는 군소정당이 이짓을 한단 말인가? 그것도 진보정당이. 신장식이 설명한 저 글을 봐도 도대체 왜 고발한다고 방방 뜨는지 이해가 안 가긴 마찬가지다. 

우선 빵살이 하는 자에게 선거권 뺏아놓은 현재의 법률. 이거 좀 따져봐야 한다. 1년 이상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에 있는 사람에게는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는데, 이게 과연 적절한가. 빵살이 하는 자들이라고 해서 선거권까지 뺏을 이유가 과연 무엇이며, 굳이 그럴 필요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아주 특수한 경우로 한정하는 게 맞는 거지, 그냥 해당 규정의 형으로 복역하고 있으면 투표도 하지 말라는 게 타당한가 말이다.

게다가 박근혜가 누군가? 정치인다, 정치인. 아무리 지 애비의 후광을 뒤집어 쓴 최순실 바지사장에 불과했다고 해도 그는 망해가던 한나라당을 재건하면서 불세출의 '선거의 여왕'으로 군림하다가 대통령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거 정치적 입장을 밝히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일정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왜 막아야 하나? 과거 노통이 탄핵위기까지 몰렸던 것도 그저 열우당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을 뿐인데 그랬다. 물론 정의당이나 신장식은 노통, 열우당 등 현 더민류와는 대척에 있었지만, 그렇더라도 그 탄핵사유가 옳았던가? 이것도 마찬가지지.

게다가 내용도 그렇다. 선거법 위반이라고 걸면 걸릴 수 있겠지만, 명목상 이 서신으로는 특정후보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명시하거나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요구나 반대요구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박근혜가 직접 쓴 편지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해볼 정도로 교묘하다. 기실 대충 이정도의 정치적 의사표현이라면 오히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면서 정치적인 의제로 만드는 것이 정치의 기술일 터이다. 그런데 기냥 대고 바로 고발 들어간다고? 잘들 한다. 진보정당이라는 타이틀이 아깝다.

특히 진보정당이라면 이런 사건에 즈음하여 원칙을 더 선명히 내세워야 한다. 누구나, 심지어 빵살이 하는 자일지라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아무리 빵살이를 하는 사람일지라도 투표권을 뺏어서는 안 된다. 수형자의 선거권을 보장하라! 선거운동도 제대로 못하게 막는 선거법을 아예 깡그리 다 뜯어고치자! 이런 원칙들 말이다. 그런데 고발한다굽쇼? 빵살이하는 게 주제도 모르고 미통당 지지한다는 이유로? 염병...

그거 신장식이 안 해도 누군가는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 예컨대 이렇게.

jtbc뉴스: 선관위 "박근혜 편지, '선거운동 법 위반' 여부 따질 것"

선관위가 따져본단다. 이 경우 선거법 개정운동을 해왔던 통상의 진보정당이라면 선관위를 점잖게 타이르면서 니들이 뭐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다는 건 이해하겠지만 낄 때 끼고 뺄 때 빼라 이쉑덜아, 이렇게 한마디 해주는 게 그 소임이다. '가오'도 서잖나? 그러면 더민류가 아니 저 진보정당이 정신이 나갔나, 니들이야말로 미통당 2중대 아니냐? 이렇게 치고 나올 거고, 그러면 그 때 더민류하고 한 판 붙고. 이 ㅖㅂ 할 쉑덜아, 니들이 선거법을 개판으로 만들어 놓은 겨! 이러면서.

그런데 오히려 나서서 고발씩이나 하겠다고 설레발이를 치는 건 전혀 선거법 개정에 혼신을 다했던 진보정당의 모습이 아니다. 이건 그냥 있는 법 적용하는 수준에서 적당히 비비고 살겠다는 거나 다름 없다. 뭐하자는 건가? 난 이런 자가 국회 가면 기껏해야 법 제조업자 수준에서 활동할 거라는데 100원과 내 팔꿈치 때를 건다. 진보가 이런 수준이니 더민류가 하승수 등 잡탕들과 모여 위성정당 만들까 말까 노닥거리고 있는 거 아닌가. 응? 법대로 하라구. 응? 신변호사. 이러면서.

기실 하등 해봐야 소용 없는 일인데 건수 만났다고 득달같이 뛰는 신장식은 그냥 당내 정치 하는 거다. 비례후보경선에서 조금이라도 유권자들에게 지 얼굴 알리려고 하는 거 외에 별 거 없다. 이게 무슨 정치라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20/03/05 14:17 2020/03/05 14:17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