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더민당 당원 총투표, 재밌어지네
보통 이런 경우 당원 총투표로 간다는 건 대세 정해놓고 다만 그 책임회피하려고 당원을 동원하는 수순일 뿐이다. 집행대의기구의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당원이 동원되는 거다. 이래서 정당 당원 노릇하기가 참 어려운 거다. 기껏 잘 해보라고 대표단이며 집행부 꾸려놓으면 이것들이 지들 사욕을 위해 당원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짓들이나 하고, 그러니 속은 터지는데 그렇다고 당을 버릴 수도 없고. 지금 더민당만 그렇겠는가? 녹색당도 그럴 거고.
뷰스앤뉴스: 이해찬 "12일 비례정당 참여 전당원 투표"
일단 내용 자체를 확인해두자. 더민당이 공식적으로 "연합정당"이라고 부르고싶은 비례용 위성정당에 참여한다는 형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이며, 이렇게 되면 더민은 비례후보를 내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향후 선거과정에서 선거법 상 (i) 더민당은 위성정당을 선전홍보할 수 없고 그건 역으로 위성정당도 마찬가지로 더민당을 선전홍보 못하며 (ii) 비례후보의 선거운동을 통해 당을 홍보하며 이를 통해 지역구 후보의 선거운동에 이바지하는 기존의 선거운동방식을 못하게 된다.
복잡한 듯하지만 핵심은 하나다. 미통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한당을 만들었듯, 더민당도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거다. 당원총투표를 하게 되면 권리당원 과반수 투표참여에 투표자 과반수 찬성으로 위성정당 창당의 가부를 결정하게 된다. 대체로 이렇게 되면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에 찬성이 많을 거고, 이후에는 뭐 일사천리로 위성정당 창당작업에 들어가겠지.
더민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었을 때의 득실이 있을 건데, 내 계산으로는 여전히 득보다는 실이 많다. 그런데 그건 그냥 심심할 때 계산기 계속 두드려보는 걸로 하고, 정작 지금 이 상황에서 내 관심은 정의당이다. 지난번 미한당이 창당할 때, 정의당은 미한당이 헌정질서에 위반되는 단체라고 주장하면서 정당등록무효를 요구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난 정의당이 그나마 진보정당이라고 자신을 위치지우면서도 이런 일을 정치쟁점화하기보다는 법원으로 쪼르륵 달려가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그때도 신장식이 앞장섰었구나. 그냥 신장식은 변호사나 하라니까 뭐하러 국회의원한답시고 설치는지.
미한당 창당과정에서 정당법과 선거법 등을 위반했다고 검찰에 고발하고, 선관위가 등록허가를 하자 이거 무효로 해야 한다고 헌법재판소로 달려갔던 정의당이 과연 더민당의 위성정당 창당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지금까지의 태도로 보자면 당연히 신장식이 고발장 들고 검찰로 뛰어갔다가 선관위가 등록허가 내주자마자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작성해서 헌법재판소로 뛰어가야지. 이로써 정의당은 거대 보수양당의 대표를 동시에 검찰에 고발하는 위업을 쌓을 수 있겠다. 신장식은 선거법 전문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고 말이지.
더민당이 위성정당 만들려고 시도하면서 정의당을 자꾸 걸고 넘어지는데에는 이렇게 정의당 스스로가 더민당 따위에게 만만하게 보이도록 행동한 과오가 크다. 과거 민주노동당은 대중들로부터 열우당 2중대라고 욕을 처먹을지언정 그래도 열우당이 시기마다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진보적 태도는 관철했더랬다. 그게 무너지면서 망쪼가 든 거고. 정의당도 그렇다.
비록 진보지향의 색깔을 어느 정도 탈색한 채 대중정당의 색깔을 많이 덧입혔다고는 하지만, 진보정치가 그동안 하나의 특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었던 정치적 해법 지향의 자세마저 내던지고 그저 언론에 어떻게 한 번 이름 올릴까 걱정하다가 껀수만 나왔다 싶으면 검찰로 법원으로 쪼르르 달려가는 태도를 보이는 건 더민당류처럼 그런 행동에 아예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 정당들에게 하수니까 만만하게 봐달라고 통사정하는 거나 다름없다. 이게 무슨 초보운전 딱지 붙이고 주행연습하러 고속도로 나온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