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옛날 생각이 나서
WOW 오베때부텀 유저였다. 민주노동당이 분당사태에 휘말려들어갈 즈음부터 안 했으니 와우 떠난 것도 벌써 13년이 되었구나. 아, 그립다, 아제로스여... 함께 했던 tit for tat 길드의 동지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고들 있는지.
한번은 한참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데, 같이 게임하던 동생이 "형, 오그리마 초토화된 영상 봤어요?"라고 하길래 그게 뭔소리냐고 했더니 역병이 돌아서 유저고 GM이고 다 작살나고 있다는 거다.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 피통이 쭉쭉 빨리는데, 이거 고칠 방법도 없단다. 어디서 그러냐고 했더니 북미섭에서 그랬다는데 버근지 뭔지는 모르겠고, 지금은 다 해결되었단다.
나중에 보니 이게 엄청 유명짜한 사건이 되어 있었다. 지금도 구글에서 "와우 오염된 피 사건" 검색하면 아주 기냥 줄줄이 뜬다. 최근 이 오염된 피 사건을 코로나19 사태와 결부시켜 소개하는 사람들이 몇 보였다. 동영상도 널려 있는데, 그거 보면 아직도 웃음이 픽픽 나올 정도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북미에서는 이 사건 이후 전염병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
전염경로를 보면 이게 게임에서 일어난 일인지 코로나19 설명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유사하다. 하도 난장판이 벌어지니까 처음에는 GM들이 동원되기도 했었다는데 GM이라고 별 수 없이 피통 빨리다 자빠질 뿐인지라 결국은 블리자드가 서버를 리셋해버렸다고. 직접 당했으면 아주 개피볼 뻔했다. 뭔 일이 났는지도 모른 채 피통은 쭉쭉 빨려나가지, 약 빨고 버프 받아봤자 감당이 안 되지, 살아보려고 용쓰다 죽어서 부활하면 도로 죽을 시간만 기다려야지 이게 뭔 일이여.
와우 손 떼고 한참 뒤에 비슷한 일이 또 있었다는데, 아주 기냥 유저들이 죄다 뻗어 뼉다구들이 산을 이루고 있는 스크린샷이 유명하다. 이때 유저들이 얼마나 공황에 빠졌었는지는 쳇창에서 유저들이 주고받던 대화를 보면 충분히 짐작 가는데, "아놔..." "미친..." "아 시바" "또"와 같이 별 다른 이야기도 못한 채 그저 장탄식만 늘어놓거나, "지엠 슈발 왜 죽었는지 말을 해달라구"처럼 뭔 일인지 모른 채 계속 널부러지니 빡이 쳐서 GM을 찾는 등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암튼 그렇고, 내가 가끔 이용하는 대중교통라인에 확진자들이 계속 겹치다보니 와, 이거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이러다가 저 와우 역병들 생각해보면 진짜 뭔 일인지 모르고 훅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드는 거다. 무시무시하군. 그나저나 최근에 블리자드가 레트로 열풍에 기댔던 건지 와우 클래식을 내놨다던데, 다시 한 번 해볼까나...하다가 이거 하는 거 짝꿍에게 들키면 바로 골로 갈 거라는 공포때문에 생각을 접었다능...
옛날 생각하다보니 와우 덕분에 히트친 논평이 생각나서 보니까 이 블로그에 없네? 전문을 옮겨놓아야겠다. 나중에 또 싹 다 없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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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논평]
게임 규제로 학교폭력 예방? 청소년 빙자 기금축적하려는 교과부 꼼수
<게임용어 버전>
교과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 패치들은 임팩트가 거의 없는 사실상 너프가 된 쓰렉패치였으며, 괜히 트래픽만 높여 버퍼링만 증가시키는 것이었다. 특히 교과부 제작 학교폭력 예방패치 12.2.6버전은 허접 템 드랍으로 유저들을 실망시키면서, 마치 렉 걸린 몹에 일점사 극딜을 하는 듯한 상실감을 유발하며 광역 어그로를 끌고 있다.
게임이 학교 인던에서 피브이피를 유발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교과부와 여가부는 이번 패치를 통해 학생들이 풀엠과 만피를 채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과부는 이번 패치에서 입겜 2시간 후 10분 간 쿨타임을 돌리는가 하면 일정시간 후 경험치다운과 같은 스킬을 도입하고 있다. 와우 2시간 돌리고 스포 2시간 돌리라는 배려인가? 한편 교과부는 게임 · 인터넷 디버프 해제용 물약 현질 등의 패치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패치의 본질은 게임업체들로부터 골드를 앵벌이 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교폭력 몹으로부터 청소년 쉴드는 훼이크고 실질적으로는 정부산하기관의 골드 확보를 위한 게임업체 파밍이 정부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각하의 한마디로 명텐도 개발 붐을 일으켰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와서는 청소년을 소환해 게임산업을 전멸하는 종특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 보스몹을 게임으로 설정하는 것은 당장 편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패치적용은 장기적으로 청소년들에게 보막을 쳐주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억압과 폐쇄라는 극악던전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지엠 노릇도 못하는 주제에 개발자 역할까지 하려는 교과부의 몰상식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교과부가 이러한 수준 낮은 패치로 국민을 우롱할 것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으로 레이드 공대를 전멸시키는 입시던전 교육 체계 자체를 뜯어 고치고, 인간적인 삶에 대해 고뇌할 수 있는 아제로스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이것만이 학교폭력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진보신당은 믿고 있다.
<일상어 번역문>
교과부가 학교폭력 예방 대책으로 2월 6일 발표한 다양한 방안들은 거의 대부분 실효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오히려 교사, 학부모, 학생 및 다수 이해관계자들에게 부담만을 지우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교과부가 학교 폭력 근절 대책 중 하나로 제시한 게임 및 인터넷 관련 규제안은 마치 한 편의 허무개그를 보는 듯한 상실감을 선사하면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게임이 학교폭력을 유발한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교과부와 여가부는 게임규제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 교과부의 대책을 보면 게임 시작 후 2시간이면 게임이 자동 종료되도록 한다거나, 게임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등의 기술적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게임 ·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 강화 및 치유활동 등의 대책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본질은 게임개발업체들로 하여금 자금을 출연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청소년을 학교폭력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사실상 허울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정부산하기관의 자금확보를 위해 게임업계를 압박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계획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닌텐도 게임기를 보면서 왜 우리는 이러한 것을 만들지 못하느냐고 탄식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청소년 보호를 빙자해서 정부가 아예 게임 산업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의 주범을 게임으로 돌리는 것이 당장은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청소년 스스로를 보호라는 미명 아래 억압과 폐쇄의 굴레에 머물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진보신당은 교과부가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는 근시안적 대응들을 대안이라고 포장하여 내놓지 말고, 좀 더 근본적으로 입시에 매몰되어 있는 교육체계 자체를 뜯어 고치고 인간적인 삶에 대해 고뇌할 수 있는 교육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이것만이 학교폭력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진보신당은 믿고 있다.
2012년 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