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기 위해 : 140422-돈만 앞세우는 사회는 침몰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 당 대표 명의로 낸 당 입장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문제와 대응방안과 대안은 사실 참사가 벌어진 후 얼마 안 되어 이미 그 얼개가 다 잡힌 것이었다. 그럼에도 7년이 지난 지금, 숨기기에 급급했던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하는 둥 마는 둥 미적거리기만 하고 있다. 그 와중에 김어준 같은 자들은 세월호 팔아 제 영달을 누리고. 무엇이 바뀌었나? 아무리 봐도 바뀐 건 박주민 얼굴이 좋아졌다는 거밖엔 없는 듯하다. 잊지 않기 위해 옮겨 놓는다.

원문은 [노동당 당대표 특별 담화]

==========================

존경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습니다. 졸지에 변을 당한 피해자들, 그 가족들의 애끊는 비탄이 우리를 안타깝게 합니다. 모두가 마음을 모아 실종자들의 생환을 간구했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구조가 이루어지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바다는 간절한 염원을 외면했고 희망은 절망으로 변해갑니다. 인내는 한계에 부딪치고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갑니다.

그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실종자들의 가족에게 어떠한 위로의 말도 건네기 어려웠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따지는 건 다음으로 미루어도 좋다고 보았습니다. 아픔이 걷힐 때까지 그저 함께 슬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론 침묵하는 것이 우리의 도리일지도 모른다고 애써 자위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의 침묵은 오히려 비겁한 일입니다. 슬픔에 동참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책무가 덜어지지 않습니다. 이 중차대한 사고와 관련한 입장의 제시를 주저하는 것은 진보정당으로서 노동당의 태도 또한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사고의 원인과 진상은 향후에 더 많은 조사와 판단으로 밝혀질 것입니다. 정부의 무능력한 수습과정에 대해선 정밀한 진상규명과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철저한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형식적인 논의보다 더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사고는 언제나 수많은 요인이 켜켜이 쌓여 그 한계를 벗어날 때 발생합니다. 세월호의 사고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요인만으로도 이미 사고가 예정되어 있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문제가 누적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하나의 축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돈이 놓여 있었다는 것입니다.

세월호는 취항시점에서부터 이미 이윤이 안전을 대체했습니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세월호는 안전기준마저 무시한 채 개조 증축되었습니다. 선박운행에 필수적인 안전점검은 관계부처와 이해당사자들에 의해 졸속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선장은 1년 계약직이었고 승무원의 70%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충원되었습니다. 비정규직 직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은 날림이었습니다. 구명보트를 비롯한 피난장비들 또한 정상적인 작동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사고당일에도 이윤을 위해 과적이 이루어졌고, 돈이 든다고 선적화물을 제대로 묶지도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승선자가 몇 명인지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조차 크레인을 동원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먼저 계산되었습니다. 급기야 공중파 방송에서는 생존자의 확인조차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목숨 값을 따지는 보도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묻습니다. 수많은 생명이 차가운 바다 속으로 사라져가는 동안 도대체 정부는 어디에 있었는가?

초동대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는 부랴부랴 소위 ‘본부’라는 이름의 기구를 부처마다 조직했습니다. 지휘체계조차 중구난방이었습니다. 그나마 구성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라는 긴 이름의 기구는 실종자와 가족들이 아니라 상부보고를 위해 조직되었을 뿐입니다.

실종자를 구출하는 데는 한없이 느렸지만 고위 공무원의 의전에는 신속했습니다. 사고를 수습하는 데는 곳곳에 구멍이 뚫렸지만, 기력마저 쇠잔해가는 가족들 사이에 사복경찰을 배치하고, 청와대로 가겠다는 사람들을 막으며 채증을 하는 데는 주도면밀했습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우리는 사람의 안전과 목숨을 돈과 바꿔버린 세월호를 이 사회 곳곳에서 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8일, 혼자서는 거동도 할 수 없어 화마에 휩쓸렸던 장애인 송국현 씨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는 야만적인 제도 때문에, 활동보조인 한 명을 쓸 돈이 없어 생명을 잃고 말았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보면서도 돈에 눈 먼 핵마피아들은 여전히 전 국토의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와 연결된 송전탑을 만들기 위해 밀양은 쑥대밭이 되고 있습니다.

철도는 민영화의 전초단계로 시민의 안전을 무시한 1인 승무제를 강행합니다. 철도는 물론이고 수도, 가스, 공항 등 공공부문 전역에서 시민의 안녕을 저당 잡힌 채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의료민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 참상에 세간의 시선이 쏠려 있는 동안에도 이렇게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바꾸는 일들이 어김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에게 행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이 거의 같은 시기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버스를 타려고 모인 거동도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최루액을 난사했습니다. 밀양 송전탑 공사장 일대에는 수많은 경찰력이 배치되어 농성장의 어른들을 불안에 떨게 했습니다.

수색역 철탑에서 철도노동자들이, 옥천의 광고탑에서 유성기업의 노동자가 농성을 하고 있는 동안 노조파괴와 노동3권의 박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기업의 이윤을 보장하는 사유화는 시민의 안전을 규제완화라는 미명 아래 위험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안전은 당연한 듯 무시됩니다.

바로 이 모습이 우리 사회, 이 나라 정부의 맨 얼굴입니다. 비정규직 불안전고용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에게 안전을 외주하다가 사고가 나면 이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듦으로써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합니다. 정부에 대한 비난이 들끓으면 말단 공무원 몇 명을 본보기로 잘라내는 것으로 문제를 덮습니다.

세월호의 참화로 폭발한 사회의 분노가 잦아들면 정부는 또다시 규제완화, 민영화, 영리화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사람보다 돈을 앞세우고,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해 안전과 생명을 팽개쳐버린 민영화와 규제철폐가 바로 세월호 참화의 본질입니다.

우리 노동당은 지난 12월 14일, 전국위원회 결의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그 결의에서 관권부정선거로 집권한 박근혜 정권의 태생적 한계가 노동자 민중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질 것임을 우려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 사유화와 영리화가 있고, 시민의 안전과 생명과 사회기반의 공공성이 돈 앞에 무너질 것임을 경고했습니다. 그 우려와 경고는 세월호 사고와 더불어 현실로 입증되었고, 앞으로 개선될 여지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돈만 앞세우는 이 그릇된 가치관을 당장 되돌리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머지않아 침몰할 것입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이 땅의 노동자 민중에겐 미래를 꿈꾸며 즐거이 하루를 사는 평온한 삶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고통과 분노로 숨이 막힌 채 오늘 하루 운이 좋아 살아남는 그런 삶을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가진 돈만큼의 행복을 허락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당연한 행복을 누려야 합니다.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중요한 시기임은 분명합니다. 선거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당의 과제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민중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모든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는 것입니다.

이미 곳곳에서 자랑스러운 당원 동지 여러분이 가장 앞서 싸워나가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600일을 훌쩍 넘긴 광화문 지하도의 장애인 투쟁에, 핵마피아들과 결연히 싸우고 있는 밀양의 송전탑 건설현장에, 비정규직 불안정노동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노동자들의 저항이 있는 현장에,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공공부문의 사유화와 영리화를 획책하고 있는 모든 곳에 당원 여러분들이 언제나 함께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원 동지들이 싸우고 있는 모든 대상들은 한결같이 오늘의 비극을 초래한 원인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투쟁을 멈추거나 주저할 이유가 없습니다. 슬픔과 분노를 안으로 삭이는 것을 이제 중단합시다. 

당원 동지 여러분께 지금처럼 흔들림 없이 제 자리를 지켜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지금보다 더 결연하게 연대하고 굽힘없이 전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의 의미가 없습니다. 돈만을 지고의 가치로 삼는 자본은 우리의 적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인 평등 생태 평화의 공화국을 투쟁으로 만들어 갑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21/04/19 15:12 2021/04/19 15:12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