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가설정당이 만들어지나보다...
정의당 전국위에서 결국 총선용 가설정당을 만들기로 결정을 했다는 뉴스를 보니,
총선용 가설정당인 선거연합정당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내년 22대 총선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일단 지금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민주노총+노동+녹색+정의+진보가 결합한 가설정당이 만들어졌을 때, 지지율의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국힘류가 정권수호를 위해 각 잡고 돌격하고, 반대편에서 더불은 이번에 우리 안 밀어주면 국힘이 영구집권한다는 영구같은 소리 늘어놓으면서 개딸들 떨치고 일어서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투표율이 올라간들 그 표 중에 가설정당으로 떨어질 표가 그닥 늘어난다고 보기도 어렵고,
금태섭 당이나 양향자 당이 독자행보를 한다면 그닥 영향을 받지는 않을 거고, 이준석 당이 나온들 그게 일부 국힘표 갉아 먹고 그만큼 많이 더불표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와중에 가설정당에 뭔가 이득이 있을 거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나오는 지지율 합산보다 오히려 가설정당의 표가 더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이 일치 단결하여 양손에 한 명씩 더 지지자를 만들어 가설정당을 밀어준다면야 화끈하게 민주노동당 17대 총선의 영광을 다시 밟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여론 조사 추이만을 근거로 민주노총+노동+녹색+정의+진보가 결합한 가설정당이 총선에서 얻을 수 있는 지지율은 아마도 맥시멈 4~5%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의석은 어느 정도 가져갈 수 있을까?
가설정당이 지지율 5%를 확보했다고 전제하고 계산해보자.
일단 지역구에서 선전해서 2석 정도를 확보한다면, 현재 캡이 씌워진 연동맛&병립형 의석배분구조에서 연동맛 4석 병립형 1석의 비례의석을 가져올 수 있다. 비례가 5석으로 총 의석은 7석.
지역구에서 1명으로 선방했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마찬가지로 연동맛 4석 병립형 1석, 비례 합이 5석 나온다. 총 의석은 6석.
만일 지역구에서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한다면 연동맛 5석, 병립형 1석 합이 6석 나온다.
지역구에서 2명 당선되나 1명 당선되나 비례는 5명, 지역구에서 당선자가 없으면 비례는 6명이 된다. 와...이런... 비례 후보 6번 받은 양반은 지역구 당선자가 있어야 좋은 거여 없어야 좋은 거여... 암튼.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설정당의 성공여부는 비례의석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달려 있다. 참여주체들이 모두 통 큰 단결의 대의에 충실해서 멸사봉공의 자세로 의석배분에 임한다면 아마도 예상보다 더 좋은 평가를 얻을 수도 있다.
그게 어렵다는 건데... 각 정당이 어떻게 분배를 하게 될지는 예언할 수 없으니 대충 골고루 1석식 가져가고, 통 큰 단결의 수혜를 입은 정당이 1~2석 더 가져 가겠지. 누가 더 수혜를 입을 것이냐를 두고 박이 터질 거다. 쪽수대로 할 건지 아니면 소수자 우대(affirmative action) 원칙으로 할 건지 뭐 이런 거 가지고 설왕설래가 있겠지.
자, 일단 잘 배분했다고 치자. 그렇게 해서 비례의석을 5~6석 확보했다. 또는 워낙 배분과정이 민주적이면서 진보적이라 대중들의 지지를 받아 이보다 더 나올 수도 있지만 일단 현재 여론 조사 추이만으로 계산하기로 했으니 딱 저 정도 했다고 치자.
문제는 이게 가설정당이라는 거다. 총선이 끝나면 그동안 고생 많았어요, (잘되면) 이제 원내에서 봐요, (못되면) 투쟁의 현장에서 봐요, 바이바이 이러고서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
아마도 각 당은 자기 당은 당대로 둔 채 가설정당을 따로 하나 만드는 형태로 기획을 추진할 텐데, 선거 끝나면 당원이야 가설정당에서 탈당하고 다시 원래 정당으로 재입당하는 형태로 끝나면 되겠지만, 당선자는 가설정당이 마지막 한 명까지 제명 처분을 해주고 문을 닫는 희한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각 당으로 당선자들이 돌아갔다. 돌아갔더니 가설정당일 때는 의석이 6~7석인데 막상 자기 당으로 돌아가니 기껏해야 1~2석이다. 특정정당이 비례 순번 잘 잡고 지역구에서도 당선자 만들면 그보다는 더 많은 의석을 가지겠지만 평균은 1~2석에 머물게 된다. 아무튼 그렇게 돌아가게 되면, 지금 길오소득당이나 정쭐전환당 같은 수준에 머물게 된다.
이게 과연 어느 정도나 진보정치를 위한 진일보가 될 수 있을까? 당선자 확보를 위해 합쳤다가 다시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는 유권자들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선거연합정당이라고 하는 가설정당과 위성정당의 차이는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비례의석만을 위한 위성정당은 아예 만들지 못하게 하자는 법안까지 낸 정당이 비례용 가설정당을 만드는 걸 어떻게 합리화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보의 대동단결이라는 명분이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주게 된다면 더 좋은 결과, 예를 들면 가설정당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진보통합으로까지 가는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나는 통합이 과연 긍정적이냐에 대해선 의문이지만, 어쨌든 세력구도상으로는 그게 가장 나은 방향이 될 터다.
하지만 저 비례의석을 두고 유권자들에게 감동을 줄 정도의 드라마가 펼쳐질지는 의문이다. 정 반대로 유권자에게 절망을 주는 막장 드라마가 연출될 수도 있다. 잘 되면 대박이지만 못 되면 이제 진보정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당분간 되살리지 못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가라고 하면, 나야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는 아니니 입 닫고 있어야겠지만, 보는 입장에서 참 조마조마하고 답답한 상황이 만들어지니 심란하다.
다시금, 지난 시기 통합이니 결집이니 하면서 그 난리를 치고 튀어나갔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이럴걸 왜 그랬나? 이거 하려고 그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갖다 대면서 통합하자 결집하자 했던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