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오염수 방류와 지식인의 나태함에 대하여...
실명으로 까기 맛보기로다가...
1.
정치인이나 활동가들이 군더더기 없는 간명한 구호로 대중들에게 호소할 때, 지식인이 할 일은 그 행간의 빈 자리에 각주를 채워 넣는 일이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대해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먹거리를 걱정하면서 일본에 대한 항의와 대중의 각성을 고취할 때, 지식인이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지식인을 자처하는 이런 이는 정치인이나 활동가들보다 더 선동적이고 공허한 구호를 남발하며 지식인의 본분을 망실한 채 자신의 지적 게으름을 덮으려 한다. 이런 자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은 한다면서 쥐어보지도 않은 죽창가를 불러댄다. 이자들이 지난 정권에서 일본산 불매운동을 선도했다만, 알다시피 아무런 성과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권까지 내주는 닭짓을 했다. 그래놓고도 여전히 태그에다가는 윤석열 퇴진이라고 넣어놨다. 퇴진 운동 하기 전에 저런 자들이 자리차지를 못하게 했어야지...
더 가관인 건, 이제 민주노총을 앞에 세우면서 자신들의 당위성을 강조한다는 거다. 이런 자들 덕분에 민주노총이 오늘날 남한 최대 통일운동 조직이 되었다만,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인지 암담하다. 그 민주노총이 일본산 불매운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밑바닥에서 어떻게 해야 각국의 현안이 되고 있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게 민주노총에 적을 두고 있는 지식인 노동자가 할 일이다. 그런 대안을 내놓지는 못한 채 죽창가 불러대는 것으로 지식인의 역할을 다하려고 하는 건 기생계급으로서의 역할마저 폐기하는 거다.
뭐 이런 분들이 지난 총선에서 진보정당을 통채로 들고 가 더불당의 위성정당을 만들려고 했던 걸 돌이켜보면, 그 한계를 모를 것도 아니지만 이건 갈수록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2.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바다를 돌아 태평양 전역을 '오염'시킨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찬반의 주장이 각각 자신이 하는 말은 과학이고 상대방이 하는 말은 미신이라고 치부하지만, 과학적으로야 이런 결과도 나올 수 있고 저런 결과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결과들이 아무리 과학적이라고 한들 근본적인 문제, 즉 후쿠시마의 박살난 핵발전소는 지속적으로 핵오염물질을 내뱉을 것이며, 핵 오염수 방류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문제는 이제 일본이라는 단일 국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국제적 비상사태로 비화했다는 것이며,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모든 국가는 언제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같은 지경에 이를지 아무도 모른다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없다.
일본 안에서 터진 일이니 일본이 책임지면 된다고 하는 것으로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유사사고가 한반도의 남동해안, 중국의 남동해안에서 벌어지게 되면 그 땐 그것이 한국의 일이거나 중국의 일이니 각국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그만일 것인가? 후쿠시마 핵오염수와 한국, 중국의 핵발전소가 바다로 내보내고 있는 냉각수는 그 발생원인과 질이 차이난다고 '과학적'으로 강조한들, 그것이 결국 핵발전을 하는 이상 영원히 끝낼 수 없는 문제라는 걸 논외로 하고 가도 괜찮은 것인가?
적어도 이쯤 되면,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키고 그 부담을 주변 각국이 나눠 지면서 현존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방법도 있고 저런 방법도 있는데 왜 굳이 방류를 하느냐며 일본에게 방류 중단을 요구해봐야 천조국이 리틀보이를 떨구겠다는 협박 정도를 하지 않는 한 일본이 방류를 중단할 이유는 없을 거다. 따라서 일본이 싸지른 변을 일본이 치우라는 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부담을 나누고 장기적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협력체계를 만들어보자는 구상이 이제는 절실하다.
3.
후쿠시마 핵 오염수 처리 문제를 환태평양 주변 각국이 분담하자는 발상을 일본의 협박에 굴하는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지식인이 할 일이다. 그렇지 않고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을 무슨 독립운동 하듯이 하려는 발상은 구차스럽다. 친일 토착왜구를 일소하기 위해서라면 위성정당도 마다 않는 이 지식인의 마인드 안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매우 선진적이고 진보적인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강단에서 지식을 나누고 전수하는 지위에 있는 자라면 그 값을 좀 했으면 한다.
난 지식인이 아니니까 걍 이렇게 선동질을 하면서 살겠다. 이게 내 역할이고 난 내 역할에 충실하겠다. 그러니 당신도 당신 역할에 충실해주기 바란다. 민주노총 그만 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