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과 탈레반
2004년, 민주노동당이 17대 국회에 의석을 만들어 들어갔던 그해,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에 전 당력이 총 집중되는 일이 있었다. 열우당의 지갑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이제는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때"라는 말에 고무되어 보안법 폐지의 선봉으로 나섰다. 참여연대의 중책을 맡은 자가 민주노동당에 찾아와 "열우당의 2중대" 소리를 듣더라도 보안법폐지에 민주노동당이 총력을 다 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민주노동당의 주요 인사들이 그걸 또 받아서 당론으로 만들었다. 그날부터 연말까지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의 핸드폰에는 필참 문자가 하루가 멀다하고 찍혔고, 당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국민은행 앞으로 허구한 날 당직자들이 집회참여를 위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열우당은 한 발 빼기 시작했고, 박물관 운운하던 대통령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게 되었다. 이게 아닌데 싶은데 처음과는 말이 다르게 지들이 뭔가 다 할 것처럼 설레발이치던 정부여당은 뭔 수정안이니 뭐니 들고 나오면서 하나마나한 소리를 쳐 해쌓기 시작해더랬다. 그럼에도 열우당 2중대 소리 들어가며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필참 문자를 붙들고 있었고, 보안법 폐지 운동 조직들에게 당사를 내주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고 이재영이 당 게시판에 보안법 폐지운동도 해야하지만 민주노동당이 당연히 제기해야 할 민생, 노동, 인권 등 분야에 대한 본연의 정책제시와 활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 글이 올라간 직후 조선일보 등이 그 글을 인용해 기사를 냈다. 그러자 대환장파티가 벌어졌다. 국가보안법 철폐연대며 민주노총이며 이재영에 대하여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하고 당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 이 시기에 어떻게 니들이 보안법 철폐운동을 중단하라고 하느냐?
아무리 봐도 이재영이 보안법 철폐운동 중단하라고 말한 바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 난리가 났다. 이재영은 완전히 한나라당의 부역자처럼 취급되었고, 이재영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돌이 날아왔다. 도대체 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냐, 이재영이 언제 보안법 철폐운동 그만 하라고 했냐고 묻자, 그 얘기가 그 얘기 아니냐, 왜 조선일보에 이용당할 글을 쓰느냐 뭐 이런 답이 돌아왔더랬다. 하도 기가 차서 같이 치고 받기도 하고 대충 씹어주기도 했는데, 나중에 누군가는 그 때 민주노동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하는 바람에 ㅆㅂ 욕이 저절로 튀어나오기도 했었는데.
갑자기 옛날 생각나서 라떼 운운하게 된 건 이번에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보여진 더불 내부의 난장판 때문이다. 수박 색출이 초토화작전하듯 당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 같다. 뭐 걸리면 아주 뚝배기가 깨질 것 같고, 공천이고 나발이고 정치생명은 끝장날 듯 싶다. 그 와중에 방탄프레임을 조속하게 정리하고 민생정당의 모습을 빨리 보여줘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조차 이재명을 검찰독재의 아가리에 처 넣겠다고 한 사람들인냥 칼빵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저걸 보고 있자니 뜬금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2004년의 에피소드가 생각났을 뿐이다. 어디나 뭔 일만 생겼다 하면 정줄 놓고 일단 누구 하나 도륙을 내자고 덤벼드는 부류들이 있다. 이것들은 뭔가 엄청난 세력을 갖고 있는 거 같지만 들여다보면 쥐뿔 뭣도 없는 것들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것들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라는 게 모니터 들여다볼 시간이 남아 돈다는 거여서 온라인만 보고 있으면 마치 이것들이 대세를 다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옛날엔 이런 부류들을 탈레반이라고 불렀는데, 요샌 개딸이라고 그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