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집단소설창작단인가?

* 행인님의 [헌재... 집단소설창작단] 에 관련된 민주노동당 정책논평

 

민주노동당 정책논평으로 작성한 내용.

상세하게 비판을 하다보니 디럽게 길게 되었음.

스크롤 압박이 두려우신 분들은 기냥 패스하셔도 좋음.

에효... 언제까지 이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반복해야하는지...



 

[정책논평]


헌법재판소는 집단소설 창작단인가?


※ 헌법재판소는 5월 26일 99헌마513(주민등록법 제17조의8 등 위헌확인) 및 2004헌마190(병합)(주민등록법시행령 별지 제30호 서식 등 위헌확인) 각 헌법소원을 전원재판부(주심 이공현 재판관)의 결정으로 기각하였다. 재판관 6 : 3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린 것이다.(반대의견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김효숙)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면서 민주노동당은 과연 헌법재판소가 헌법이념의 수호를 위한 최후 보루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합헌 결정을 내린 6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에 매우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헌법의 이념과 법률의 근거가 아닌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견해가 결정의 기본적 전제였으며, 법률제정의 취지와 목적마저도 간과해버린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민주노동당은 4회에 걸쳐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비판하도록 한다.


1. 전 국민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부합하는가?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되는 공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법률에 그 근거가 있어야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것은 헌법 제37조제2항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내용을 확인한 것이다. 여기서 기본권의 제한을 법률에 의해서 하도록 한 것을 ‘법률유보’의 원칙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전 국민 열손가락지문날인제도는 법률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한다. 즉, 주민등록법이 전 국민으로 하여금 열손가락 지문을 날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부당하다. 첫째, 주민등록법 및 주민등록법시행령 어디에도 전 국민이 열손가락지문날인을 하여야한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설령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의 양식을 지문날인제도의 근거라고 할지라도 이는 법률이 시행령에 위임한 범위를 초월한 것으로 부당하다.


먼저, 주민등록법 제17조의8제2항에는 주민등록증에 수록할 사항으로 지문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문이라는 단어는 1997년에 와서야 비로소 법률에 삽입된 것으로서 그 이전에는 법률에 지문이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았었다. 지문이라는 말은 주민등록증 발급과정을 규정한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에나 나오는 단어이다. 즉, 지난 1968년 이후 1997년까지 우리 국민들은 법률에도 없는 지문날인이라는 행위를 해왔던 것이다. 한편 현행 주민등록법시행령 상 조문 어디에도 열손가락지문날인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별지 제30호 서식)의 뒷면에 지문날인을 위한 별도의 칸들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은 별지서식양식을 보기 전까지는 열손가락 지문날인을 하는 것인지를 법률이나 시행령의 조문만으로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을 범죄자취급하는 지문날인제도가 그만큼의 합법적 근거를 가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법률 상 지문날인제도의 목적과 날인방법 등이 규정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러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이다.


두 번째로, 백보 양보해서 시행령상의 별지 제30호 서식을 근거규정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한다. 법률유보의 원칙은 단지 법률에 근거가 있을 것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법률의 근거가 헌법의 이념이나 상위법의 규정을 초월하여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또한 있는 것이다. 즉, 법률은 헌법의 위임범위를 초월해서 제정되어서는 안 되며 시행령은 법률의 위임범위를 초월해서 제정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일 법률유보의 원칙을 단지 법률에 근거만 있으면 모든 행정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법률이 헌법의 위임범위를 초월하거나 시행령이 법률의 위임범위를 초월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따라서 시행령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초월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주민등록법시행령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 양식은 법률이 정한 위임범위를 초월하고 있다. 즉, 법률은 제17조의8제2항에 주민등록증에 수록할 항목의 하나로 ‘지문’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시행령의 별지서식이 열손가락지문을 날인하도록 하는 것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초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본문에 있는 ‘지문’이 ‘오른손 엄지손가락 지문’이라고 특정하지 않았으므로 열손가락 지문 모두가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등록증에 날인되는 지문이 오른손 엄지손가락 지문이라는 것은 바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근거로 들었던 주민등록법시행령 제33조의 제5항에 나와 있다. 즉, “주민등록증의 발급에 필요한 사진과 우무인은 전산조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본 조항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자에 정통한 재판관들이 ‘우무인’이라는 단어가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의미함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주민등록증 뒷면에 찍히는 지문이 오른손 엄지손가락의 것임을 다 알고 있다. 경국대전을 들먹이면서 관습헌법을 운운했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모든 국민이 다 관습으로 행하고 있는 사실은 왜 간과하는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2.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 경찰의 지문정보 임의사용 근거가 되는가?


헌법재판소 6인의 다수 의견은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 규정이 경찰청장으로 하여금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수집하여 전산처리하고 이를 수사에 임의 활용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근거라고 판단한다. 이번 헌법소원의 주 대상은 주민등록법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법에 규정이 없는 행위를 다수의견은 왜 엉뚱하게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에서 찾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문제는 주민등록법에 경찰청장이 전 국민의 지문정보를 수집하여 임의 활용하도록 규정한 근거가 없다는데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의 반대의견이 말하는 바와 같이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경찰청장이 전산화하여 임의 활용하도록 하는 근거가 주민등록법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에 시장 · 군수 또는 구청장은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해당자의 주민등록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의 파출소장에게 송부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를 경찰에게 송부하도록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근거가 없다. 즉, 주민등록법시행규칙 제9조 자체가 왜 존재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찰청장이 전 국민의 지문정보를 수집하고 임의 활용하는 근거가 정작 주민등록법에 존재하지 않자, 다수의견이 동원한 근거가 바로 공공기관의개인정보호보에관한법률이다. 공공기관의개인정보호보에관한법률 제5조와 제10조가 그 근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이러한 판단은 공공기관의개인정보호보에관한법률 제정 취지와 목적을 왜곡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행 법 조문의 내용조차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공공기관의개인정보호보에관한법률은 제4조에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열손가락지문날인제도는 행정편의를 위해 전 국민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으로서 “인권을 현저하게 침해”하는 제도이다. 즉, 공공기관의개인정보호보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전 국민의 열손가락지문을 일괄적으로 수집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는 행위인 것이다. 더불어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은 개인정보에 대한 침해로부터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로 제정된 법률로서 적법절차에 위반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을 금지하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은 법률의 취지와 목적과는 정 반대로 이 법률에 의해 적극적으로 국민의 개인정보를 행정기관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으로 공공기관의개인정보호보에관한법률 제5조는 행정기관으로 하여금 “소관업무를 수행하는 범위” 안에서 개인정보를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의 ‘소관업무’는 당연히 범죄의 수사와 사건의 해결이다. 그렇다면 경찰청이 보유하는 국민의 개인정보는 수사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보유되어야 한다. 그런데 전 국민의 열손가락 지문정보를 경찰청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결국 전 국민이 어떤 형태로든 경찰청이 진행하는 수사와 사건해결 과정에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범죄자이거나 범죄와 관련을 맺고 있거나 또는 실종자인 것이다.


더욱이 공공기관의개인정보호보에관한법률 제10조의 제1항의 규정은 원천적으로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가 경찰청으로 보내지는 것 자체의 근거규정이 될 수 없다. “보유기관의 장은 다른 법률에 의하여 보유기관의 내부에서 이용하거나 보유기관외의 자에게 제공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해 개인정보화일의 보유목적외의 목적으로 처리정보를 이용하거나 다른 기관에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하여 작성되는 것일 뿐 그 이외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주민등록법의 근거도 없이 시 · 군 또는 구청장이 경찰청에 보내는 것은 바로 보유목적 외의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행위이다.


제10조제2항에는 보유목적 이외의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예외가 규정되어 있는데, 경찰청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6.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를 경찰청이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범죄의 수사와 공소제기를 위해서일 뿐인데, 이 규정에 의할 경우에도 당사자가 범법자이거나 범죄와 관련되어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제는 완전히 무시되고 있으며 전 국민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서는 일괄적으로 경찰청에 송부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 말하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 규정이 어떻게 전 국민의 지문정보를 경찰청이 수집하여 전산처리하고 임의 활용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다수의견을 낸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자신들 역시 언제나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의 인권에 대해서조차도 무감각한 사람들을 최고심급인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으로 모시고 있다는 말이 된다.


3. 지문날인으로 국가안보를?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에서 다수의견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는 전 국민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침해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점이다. 다수의견은 그 근거로 (1) 범죄자 등 특정인의 지문정보만으로는 신원확인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2) 시간의 경과나 사고 등으로 인하여 지문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열손가락 지문 전부를 수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3) 지문정보는 유전자나 홍채 등 다른 생체정보와 달리 정확성 · 간편성 ·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 (4) 지문날인을 했다고 하여 국민이 현실적으로 불이익을 심하게 당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분단국가로서 아직도 체제대립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그러한 사정에 있지 아니한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국가안보차원에서 국민의 정확한 신원확인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의 판단은 법률적인 근거는 물론 통계적인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서 최고 법률해석기관의 판단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조잡하다.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은 그동안 경찰이 주장해왔던 지문날인제도 존치이유와 전혀 다르지 않다. 경찰은 지문날인제도의 존치 이유로 첫째, 불순분자의 색출, 둘째, 범죄피의자 검거, 셋째, 일반신원확인 등을 들고 있다.


불순분자라 함은 간첩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결국 경찰은 지문감식을 통해 간첩을 잡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어느 덜떨어진 간첩이 지문감식으로 적국의 공안기관에 체포되는가? 간첩을 지문검색으로 체포했다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에 들어본 바가 없다. 적국 간첩의 지문을 국가기관이 모두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지문감식으로 간첩을 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국가안보를 위해 지문날인제도가 하는 역할이 뭔가? 날아오는 장사정포의 포탄과 미사일을 지문이 막아준다는 이야긴가?


경찰 또는 헌법재판소의 논리대로라면 테러의 위협에 항상 시달리면서 상시 전시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왜 전 국민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그들이 우리보다 기술이 떨어져서인가? 돈이 없어서인가? 미국은 어떤가? 9·11 이후 전 국민을 테러의 공포 속에 몰아넣고 있는 미국 정부가 어째서 전 국민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그 이유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다음으로 범죄피의자 검거의 문제다. 전 국민의 지문정보를 수집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초범을 검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한민국 경찰은 전 국민 지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초범을 몇 명이나 잡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1975년 전 국민 열손가락지문날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다른 어떠한 증거물도 없이 오직 경찰청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초범을 몇 명이나 잡았는가? 혹시 헌법재판소는 그 자료를 가지고 있는가?


신원확인의 경우에도 사정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신원확인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지문정보가 없으면 신원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경찰이 얼마나 행정편의적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동남아시아 쯔나미 참사 당시 경찰은 지문감식시스템을 이용해서 실종자를 찾겠다고 난리를 친 적이 있다. 몇 명이나 찾았는가? 지문을 찍지 않은 만17세가 도래하지 않은 국민들의 신원확인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는가? 그들의 신원확인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가?


정확성 · 간편성 · 효율성 때문에 지문날인제도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보면서 우리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침해의 여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성 · 간편성 · 효율성이라는 운영상의 장점이 전제되어 지문날인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하는 헌법재판소의 양식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더불어 국민이 현실적으로 불이익을 심하게 당하지는 않고 있으므로 지문날인제도가 합헌이라는 판단에는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현실적 불이익이 존재하느냐를 떠나 어떤 제도가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임무이다. 3인의 반대의견이 지적하듯 “지문정보가 신원확인에 효율적인 유용한 수단이므로 신원확인의 정확성 내지 완벽성을 제고하기 위하여는 무제한적인 지문정보의 수집, 보관, 전산화, 이용행위라도 타당성이 인정된다는 견해는 행정의 편의성을 국민의 기본권보다 앞세운 발상이다.”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재일동포에 대해 지문날인을 강요하던 일본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한 바가 있다. 또한 지난 2003년 법무부는 거주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하여 시행되어오던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를 인권침해라는 이유로 철폐했다. 그런데 정작 내국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열손가락지문날인을 하는 것이 합헌이라는 판단을 헌법재판소가 내렸다. 자국 국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합헌이라고 결정하고 외국의 지문날인제도 또는 외국인에 대한 지문날인제도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하는 이 모순된 현실 속에서 우리 국민은 어떠한 인권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헌법재판소는 대답해야 한다.


4. 전 국민 열손가락지문날인제도는 철폐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6인의 다수의견은 전 국민 열손가락지문날인제도가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도 “경찰청장이 지문정보를 보관 ·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목적 등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 보관 · 전산화 · 이용의 주체, 목적, 대상 및 범위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그 법률적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권고는 현재 전 국민 열손가락지문날인제도가 그 보관 · 전산화 · 이용의 주체, 목적, 대상 및 범위조차 모호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문정보가 범죄수사목적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증거물로서 인정될 수 있어야만 한다. 또한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함을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열손가락지문정보를 수집하는 행위는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를 무시한 행위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위법한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3인의 반대의견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전력이 없는 모든 일반 국민의 주민등록증발급신청의 기회에 열손가락의 회전지문과 평면지문 일체를 보관 · 전산화하고 있다가 이를 그 범위, 대상, 기한 등 어떠한 제한도 없이 일반적인 범죄수사목적 등에 활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침해라고 볼 수 없”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문정보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범죄수사를 위해서 뿐 아니라 일반적인 범죄예방이나, 범죄정보수집 내지는 범죄예방을 빙자한 특정한 개인에 대한 행동의 감시에 남용될 수 있어 법익균형성도 상실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6인의 다수 의견은 명확한 법률의 근거도 없이 국가안보 등에 필요할 것이라는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가설에 근거하여 전 국민 열손가락지문날인제도를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추상과 같아야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소설처럼 창작된 것이다. 헌정질서 유지와 법치행정의 근거가 되어야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누가 보더라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빈약한 논리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한편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또 다른 측면에서 주민등록법 및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보여주었다. 다수의견은 주민등록법이 주민등록제도 일반에 관한 입법목적 이외에 “치안유지나 국가안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된 것”임을 밝힌 것이다. 그동안 사회인권단체들이 주민등록법을 국민감시와 통제를 위해 제정된 법이라고 주장해오던 것을 그대로 입증하는 내용이다. 권위주의정부가 정권유지를 위해 국민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자 만든 법이 주민등록법이라는 것이다. 군사정권이 이야기하던 ‘국가안보’가 사실은 ‘정권안보’였음을 상기할 때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은 결국 주민등록법이 정권안보를 염두에 두고 제정된 것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 실제로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이용에관한법률이었음을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은 증언하고 있다.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시행되고 있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 얼마나 국민의 개인정보를 쉽게 침해할 수 있는지 헌법재판소는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처럼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국민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전 국민 열손가락지문날인제도를 합헌으로 규정한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을 강력히 비판한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부당한 결정이 결국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실추시키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최후보루이자 최종심급기관인 헌법재판소가 경찰청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 것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부끄러워해야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주민등록법이 국민감시와 통제를 위한 법이며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 전혀 국민의 개인정보를 지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법임을 재확인하였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전 국민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주민등록법을 올바르게 개정하고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보다 강력한 법제를 마련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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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30 04:32 2005/05/3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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