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던 날

죽는 줄 알았다...

내가 미쳤지, 혼자 사는 살림에 왠 가재도구를 그리도 많이 주어 모았는지...

책은 또 뭐가 이렇게 많아?? 책꽂이에 꽂아놓고 있을 때는 그게 그렇게 많은 것인지 몰랐는데, 노끈으로 줄줄이 묶어 앉혀 놓으니 방바닥에 가득  찬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이삿짐 센터에서 오신 분이 사람 참 좋은 분이셨다.

이삿짐 나르는 생노가다를 뛰면서도 새벽까지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 하신단다. 연세는 올해 쉰 둘이신데... 힘들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인생은 언제나 도전이고 투쟁이다"라고 하신다. 허걱... 혹시 운동권 출신이 아닌가 궁금했는데, 운동권하고는 거리가 완전 천지차이고, 박정희를 존경하며 노조운동 하는 사람들을 X새끼들로 알고 계신다.

 

그런데도 어째 밉지가 않다. 일을 잘 해주어서도 그렇겠지만 지나온 세월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 여유, 짜증이 날법도 한데 오히려 짜증내고 살면 안된다고, 항상 웃어야 한다고 하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 모습. 그건 이 땅을 살아가는 서민의 모습이었고, 언제나 힘든 노동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부모님의 모습이기도 했다.

 

응암동에서의 21개월은 이렇게 끝났다.

지독한 주인을 만나 참 어이없는 일도 있었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나쁜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 이사간 이후 지금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슴설레는 일도 있었고...

 

아, 그 우담바라라고 알려졌던 이상한 부착물이 생겨났던 냉장고, 아직 쌩쌩하게 돌아가는 거의 신품에 가까운 그 냉장고는 옮겨가는 집에 보관할 곳이 없어 그냥 아저씨의 차에 실려 보냈다. 그거 중고품가게에라도 넘기고 담배값이나 쥐셨는지 모르겠다.

 

이사도 했고,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또 뭔가 일이 생길 거고, 난 또 그 일을 하겠지.

그래도 항상 시작이라는 것은 즐거운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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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5 21:29 2005/10/05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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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처음에 섬날 들어갈 때는 짐을 리어카 한 대로 다 실어나를 수 있어서 돈도 시간도 들지 않고 좋았는데, 나올 때는 짐이 불어나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섬날 넓이의 반도 안 되는 방에 어떻게 그 짐을 다 쑤셔 넣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용해요. 지금이라도 짐들을 줄여 가고 있는데, 이제는 어디에서 살든지 절대로 리어카 한 대분이 넘어가는 짐을 만들지 않으려고요.
    아, 이사 축하드려요=ㅂ=

  2. 어디로 이사갔어요?

  3. 나두 궁금. 이사간데는 어느 지역구?

  4. 이사한 것을 축하해야 할지, 아님 어째야 할지...*^^*... 쩝...
    암튼 새로운 보금자리에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5. 헉... 집사서 이사간 것도 아니고 쬐끄만 자취방에 입하나 더 늘리러 간 것인데 축하까지 받는다는 것은 우째 기분이 이상하네여...
    광명으로 이사갔습니다. 집이 매우 좁아서 어디 앉을 자리도 없네요. 집들이는 계획하지 않고 있습니다. ㅋㅋㅋ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정양, 이사 가도 지역구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왜냐하면 말이죠, 아직 학적이 빠지질 않았거든요 ㅎㅎ)

  6. 입하나가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