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정당

대중(大衆)이라는 말만큼이나 용어의 사용이 헷갈리는 말도 드물 것이다.

 

이게 어떻게 보면 '어리석은 무리'로 통용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인민(人民) 또는 민중(民衆)과 같은 의미에서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지는 전체로서의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듯도 하고, 전체 중 기득권을 가지지 못한 대다수 일반인을 의미하는 듯도 하다. 용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의 혼란에서 출발하는 것일테지만 민주노동당에서 사용되는 '대중'이라는 용어의 의미도 매우 헷갈린다.

 

마찬가지로, 소위 '대중정당'의 의미가 그 말을 쓰는 사람마다 다르다. 한 쪽에서는 '계급정당'의 대당적 의미로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노동자, 농민의 계급적 이익에 복무해야한다는 계급정당론으로는 제도권 정당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이다.

 

이와는 약간 다르게 또 다른 측면에서는 대중들의 요구를 받아 안고 그들의 이해에 복무하는 정당으로서 '대중정당' 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의미에서는 사실 '대중'이라는 의미가 속칭 '기층'이라 구별되는 노동자·농민·서민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바로 이들 계급의 이해를 위해 싸워야한다는 의미에서 민주노동당은 '계급정당'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양측 모두 반드시 구별되는 의미에서 '대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두 가지 의미 모두를 양측 다 중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지난 주말 열렸던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발언자들의 말들을 곱씹어보아도 마찬가지다. 각기 필요할 때마다 '대중'이라는 용어를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이런 의미로도 쓰고 저런 의미로도 쓴다.

 

민주노동당이 민중의 요구를 받아 투쟁하는 정당의 모습을 잃어버렸다는 주장은 이미 총선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이곳 저곳에서 이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아무런 구체적 실물을 내올 수도 없으면서 민주노동당을 타락한 쁘띠부르주아 정당으로 치부하고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전위정당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스스로를 몰계급적 위치로 고정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갈수록 깊어진다.

 

민주노동당이 보다 분명하게 자기지향을 밝히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때이다. 그것이 외부로부터 계급이론에 치우친 낡은 사고방식으로 욕을 먹더라도, '대중'이라는 헷갈리는 용어 속에서 허부적거리지 말고 확실하게 우리가 지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해야한다. 어차피 이름 자체가 민주'노동'당이라면, 민주노동당은 노동자계급, 그리고 이들과 함께 선 농민·빈민을 위한 정당임을 분명하게 선언해야한다. 그리고 기존 보수정당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정책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중앙위원회의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을 보류하여야겠다. 다만, 자꾸 '대중, 대중'하면서 그 의미조차 모호한 대중이라는 용어를 그토록 쉽게 사용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문제점이라고 판단한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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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0 13:27 2005/10/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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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말에 천안에 내려가셨어용?

  2. 천안은 못가고 실시간으로 연락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