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적화(赤化)를 막으려면...

얼마전 한 언론사의 기사를 보니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을 386들이 장악했으며, 그 중 논술학원의 잘나간다는 "쌤"들 대부분이 운동권 출신이라고 한다. 이 기사, 당연히 그 논조가 눈에 뵌다. 남의 말을 빌어다가 "혹시라도 학생들을 의식화 시키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얼마나 두렵겠는가? 한참 성장기의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불온하고 시뻘건 사상을 논술학습이라는 미명하에 주입시키는 일들이 사교육 현장에서 일어난다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재밌는 것 중 하나는 이 기사가 사교육시장의 이러한 왜곡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이다. 역시 남의 말을 빌어다가 내놓은 대안이라는 것은 "공교육 스스로의 경쟁시스템 도입"이란다. 이정도 되면 얘들은 도대체 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기자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 되겠다.

 

현재 남한의 사교육시장이 이토록 거대한 규모로 성장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공교육이 전인교육 및 인성교육이라는 교육 본연의 목적을 팽개치고 경쟁일변도의 교육구조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대학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불굴의 의지로 오로지 전진만을 하도록 학생들을 만들어 놓고 그놈의 대학이라는 곳은 또 지들 나름대로 학생들 가려 뽑느라고 벼라별 다채로운 입시장치를 만들어놓았다.

 

수능성적 순으로 일렬로 애들 줄세워놓고 그저 성적좋은 애들 들여놨다는 것으로 일류대학이라고 게거품 물고 사기친게 대한민국 대학들이다. 이놈의 대학들이 그동안 애들 입학시켜서 제대로 가르쳐볼 생각은 하지 않고, 수능 성적좋은 애들이 학교 입학한 후에는 돌대가리가 되어 졸업을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반성의 기미 없이 더 강한 경쟁입시체제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 덕분에 사교육시장, 이렇게 팽창을 하고 운동권 여러분들이 논술학원 짱을 먹고 앉아계실 수 있는 거다.

 

또 재밌는 거. 대한민국 운동권 여러분들 중에서 대한민국의 왜곡된 교육현실을 비판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없다. 공교육의 황폐화와 사교육의 비대화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운동권 여러분들이 없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이 굴절된 교육현실이 개선되어야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운동권이 없으시다. 그런데, 이렇게 사교육에 대해 비판하시는 운동권 여러분들 중 상당수의 분들이 사교육 시장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 아이러니다.

 

먹고 살기 힘든 거 부정할 수 없다. 이들에게 백합같은 순결함으로 자신들의 이상에 맞추어 사교육 시장에서 일제히 빠져나오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이들이 남에게 폐끼치고 해꼬지 하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고 있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이들이 뭘 해서 밥을 먹고 살건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왜 이리 씁쓸할까???

 

오늘 프레시안 기사를 보니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남한 노동자 중 사회적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불과 12.6%에 불과하고 보건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겨우 2.4%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신자유주의의 선두주자라고 비판되고 있는 미국과 영국에 비교할 때 사회적 서비스 분야의 종사자 비율은 절반이 되지 않고, 보건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율은 1/5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부터 미국'놈,' 영국'놈'이라고 욕지거리 하지 말일이다. 미국'분', 영국'분'이라고 해라. 어딜 감히...

 

공교육은 경쟁일변도로 치닫고 있고, 사회적인 보장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이러니 돈을 퍼붓고라도 사교육 받아 남들보다 한 자리라도 더 차지하고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가볼라고 악다구니를 쓰게 된다. 그 덕분에 '운동권' 밥벌이도 된다지만...

 

대한민국 보수 여러분들, 운동권 선생님들에게 노출된 사교육시장의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애국 애족적 사업을 거국적으로 시작하셔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 하고, 대학입시 일변도의 교육체계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야한다. 사회적 보장시스템을 확장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운동권들이 사교육시장에서 밥벌어먹고 살면서 청소년 의식화 하는 거 막을 수 있다.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대~한민국'을 빨갱이들의 마수에서 구해내는 일, '대~한민국' 보수 여러분들이 목숨걸고 해야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말이다.(내가 이거 보수들 코치도 해줘야 하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10/31 15:30 2005/10/31 15:3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357
  1. 저두 조만간 수능 논술 대비 기간에 맞춰 논술 학원에 나가기로 했는데... 빚도 많이 생기고 해서^^... 좀 많이 생각해 봐야겠네요*^^*...행인님 얼굴 보기가 참 미안하네요ㅠㅠ...

  2. 이재유/ 이런... 제가 괜한 부담을 드리고 말았군요... 사실 능력이 없어서 못할 뿐이지 저도 사교육시장에 진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전에도 했었고 지금도 어쩌다 합니다.(이런 이중적인...) 괜히 깨끗한척 하고는 있지만 사실은 능력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는 거죠. 이 글은 그냥 거꾸로 읽으세요. 너무 부담을 드린 거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3. 부담은요^^ 행인님 말씀이 전적으로 옳죠!! 자괴감이 들어서 한마디한 건데, 오히려 행인님께 부담을 드렸네요. 다시 미안하단 말씀 올립니다^^.

  4. 행인님 실망 왕실망. 그렇다면 대학에서 강의하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 행인님은요?? 대학은 되고 사교육에서 밥벌어 먹는 건 안되고? 대학이라는 곳이 계급, 계층을 더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잘 아실텐데요. 교육은 커녕 등록금으로 재단 배 불리기 바쁘고 학생운동 탄압하고 대학을 취업준비기관으로 만든 학교 당국에서 주는 돈 받아 먹는 행인님은요?

  5. 뭐 구구절절 맞는 말씀이네요.

  6. 님~/ 실망하셨다니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제 글을 다시 한 번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제가 구분한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해 좀 더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 대학교 보따리 장사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교육황폐화를 걱정하면서도 여전히 생활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활동가들의 현실에 대한 답답함, 그리고 그 현실을 저리도 왜곡되게 이해하는 언론의 몰상식에 대한 분노로 이 글을 쓴 겁니다. 사교육 시장에 몸담고 있는 활동가들을 욕보이기 위함이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