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든 두 가지 생각

#1. 국회의원의 의무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국가를 대표하며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헌법 제46조제2항)"

 

출근길 버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고 있다보니 재보궐선거에서 지역개발공약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여당이 보궐선거가 있는 각 지역에서 "누구 누구가 되어야 이 지역이 이렇게 발전한다"며 선전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단다.

 

대의제 민주정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구민의 '대리'가 아니라 '대표'다. 지역사안을 지역구민을 '대리'해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역구민을 '대표'해 국가의 사안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지금 "국가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고 공약을 내놓고 있단다.

 

하긴 한나라당이라고 해서 뭐 중뿔나게 뭔가를 내놓고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이 나라를 이렇게 파탄지경으로 만든 빨갱이정권을 심판하자는 이야기만 줄창 해대고 있다. 이럴 거 같으면 국회의원을 왜 뽑을까? 지방자치의회 대표단 모아놓고 일해도 될터인데...

 

#2. 족탈불급(足脫不及)

 

뉴스검색을 하다보니 노무현, 또 입방정을 떨었나보다. 남은 임기동안 여당출신 국무총리에게 경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정과제와 사실상의 각료임면권을 넘겨주고, 자신은 외교와 남북관계에 전념하는 방안을 깊이 검토 중이시란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책임총리제 운용하겠다는 이야기 그동안 지겹도록 해왔고, 그 책임총리제라는 것의 내용이 바로 어제 노무현이 했다는 위의 형식이니까. 그런데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또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

 

연말 대규모 개각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총리권한강화이야기를 하는 것은 총리를 비롯하여 행정부 전체를 크게 바꾸어보겠다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뉴스만 봐서는 꼭 그렇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데, 왜냐하면 노무현은 이해찬 현 총리를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다른 역대 총리들 다 데려와도 이해찬 앞에서는 족탈불급(足脫不及)이란다. 맨발로 뛰어와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유능하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는 둘째 치고 그런데 왜 총리까지 포함한 개각이 있을 것처럼 설레발을 떠냐는 거다.

 

게다가 노무현의 이번 구상은 과거 노태우의 행보와 아주 유사하다. 김용옥의 말마따나 "이런 사람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줌으로써 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던져주었던(?) 물태우가 했던 방식이 바로 이거였다. 국내문제는 모두 총리에게 떠넘기고 지는 북방외교 한다고 돌아다니다가 어찌어찌 해서 북한과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까지 해내고... (개인적으로는 6·15 선언보다도 이게 더 노벨평화상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나저나 어차피 대한민국 헌법질서 안에서 책임총리제라는 것은 책임만 총리에게 주는 것일 뿐 권한이라는 것은 여전히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것. 그리하여 노무현은 책임에서 자유롭고 권한에서 무소불위인 무엇인가를 노리는 것인가??? 족탈불급한 이해찬총리, 연말 개각에서 다시 총리자리를 부여 안게 되나??

 

아침부터 참 씁쓸하다. 이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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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24 11:45 2005/10/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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