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랄 헤저드(oral hazard)...
노무현이 시민단체들에게 "저항보다는 대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얼핏 듣기에 그럴싸 하다.
새만금,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 선정, 쌀수입 개방 등 우리 사회의 대표적 갈등 문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사회통합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워크샵에서 대통령이 이렇게 일갈했단다.
"자신만이 절대선이라고 강조하거나 종교적 신념만을 내세우는 도덕적 우월감에서 벗어나 남의 얘기도 귀담아 들으면서, 민주적인 절차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이 지당하신 말씀을 행자부·산자부·농림부·환경부·해수부장관 등 중앙정부관계자와 지자체장, 이미경 의원 등 국회의원, 최열 환경운동연합 대표 등 시민사회단체대표,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사장 등 1백30여명이 참석해서 경청하셨단다.
근데 주제와 참가자들의 면면을 곰곰히 살펴보면 노무현의 이 말이 왠지 어설프다 못해 웃기기 까지 하지 않은가?
새만금부터 보자. 이거 애초부터 해서는 안 될 사업을 노태우정권때부터 정략적 목적에서 어거지로 추진해왔던 사업이다. 지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삼보일배"를 기억한다. 새만금의 온갖 생명을 대신해, 그 생명들에게 위해를 가했던 인간을 대표해, 세 명의 성직자가 새만금에서부터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했던 경이적인 사건.
이 사건의 배경에는 독선적이고 권위적인 정권이 지 밥그릇을 위해 "민주적 절차"를 때려 치고 밀어부치기를 했던 과거가 있다. 노무현이 대통령 해양수산부 장관일 때, 새만금 어떻게 한다고 했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권을 이어오면서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켰던 이 사태에 대해 노무현은 "새만금 사업 문제있다. 갯벌을 보전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던 노무현이 정작 대통령이 되자 "농지 이외의 활용방안을 찾겠다"라고 하면서 새만금사업을 중단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의지의 피력에는 전북도민이나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사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그 고난의 삼보일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걸 노무현은 이제와서 "종교적 신념만을 내세운 도덕적 우월감"으로 매도하고 있다.
핵쓰레기장(기사에는 원전수거물관리센터라고 나왔다. 쥐뿔이다. 핵쓰레기장 또는 핵폐기물 처리장이다. 무슨 얼어죽을 원전 수거물 관리 센터냐...) 부지선정을 둘러싼 부안'사태'를 기억한다. 부안의 싸움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그 싸움 누가 시작했나? 사기와 협잡으로 위도에 부지선정하고 이에 대해 반발하는 주민들에게 전투경찰들을 보내 곤봉의 민주주의와 방패의 질서유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판에서 누가 "민주적 절차"를 씹어먹었나? 어떤 빌어먹을 좌석이 "민주적 절차"는 쌩까고 독선적으로 "자신만이 절대선"이라고 강조했나? 방패에 맞아 얼굴이 일그러진 그 노인네가? 학업을 포기하고 달려나왔던 학생들이?
쌀수입 개방 건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농민들 "쌀개방만큼은 절대로 막아내겠다"라던 YS의 쌩 구라에 속아 그래도 약속을 지키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버텨왔는데, 먹고 살 대안도 제대로 내놓지 않은 채 덜렁 개방해버렸다. 그저 정부만 바라보고 있던 농사꾼들 완전히 '새'되어버렸다. 그 분노를 어찌 할까?
여의도가 박살이 났다. 이거 물론 노무현 어법대로라면 폭력행사다. 그런데 갈데 없는 농사꾼들 여기까지 오게 만든 장본인들이 누군가? 도대체 이 사람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금 이냥반에게 "민주적 절차"가 귀에 들어 오겠나?
이 절절한 사람들에게 "민주적 절차"라는 말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리게 만든 사람들이 누군가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구구절절히 까발리지 않더라도 노무현의 발언은 거의 지 수준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민주적 절차"를 지켜달라고 요구했던 그 수많은 사람들을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사람들로 비하하고 모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입방정이란... 농담처럼 회자되던 "oral hazard"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대안" 내놓으라는 노무현. 이거 오만방자한 이야기다. 국민이 피땀흘려 번 돈에서 쪼개고 쪼개 세금내 대통령 월급 주는 이유는 그 자리가 "대안"을 만드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냥 앉아서 노는 자리가 아니다. 거기 앉아서 "민주적 절차" 지켜가며 "대안" 만들어야 하기에 국민이 월급 주는 거다.
국민 혈세로 월급까지 받아먹어가면서 "대안"까지 국민에게 내놓으라고 뗑깡을 놓는 것은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 지가 왜 거기 있는지 이거부터 노무현은 좀 생각을 해야한다. 밥값을 하란 말이다. "민주적 절차" 잊어먹고 지가 "절대선"인 거처럼 주접을 싸다가 이제 "대안"까지 국민에게 내놓으라고 할라면 차라리 대통령 때려 치는 것이 낳다. 제대로 일도 안 하는 인간이 그렇게 많은 월급 받아서야 쓰겠나? 노동자들에게는 무노동 무임금이라면서....
자신만이 절대선이라고 강조하거나 종교적 신념만을 내세우는 도덕적 우월감에서 벗어나 남의 얘기도 귀담아 들으면서, 민주적인 절차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누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