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멀었다~~!!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률상 이러한 판단은 분명히 가능하다. 현행 법률은 죄다 '혼인'이라는 것을 양성의 결합을 전제로 규정하고 있으니까.
헌법이 그렇고, 민법이 그렇고, 형법도 그렇고 혼인과 관련된 조항들(예를 들어 형법의 간통죄만 보더라도 그렇다)은 죄다 "兩性" 간의 혼인만을 전제로 할 뿐 동성간의 혼인을 전제로 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에 판사가 이런 판결을 내린 것이 법률적으로 하자있는 판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법률의 규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판사가 "동성간에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더라도 사회관념상이나 가족질서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사회관념이나 가족질서라는 말 자체가 법률 이전의 무엇인가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률 이전의 무엇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동성간에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더라도 사회관념상이나 가족질서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라는 언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존 "관념상" 소위 "정상가족"이라는 가족형태가 보호받을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가족형태라는 착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회 안에는 남녀의 혼인관계와 이 관계를 통해 태어난 자녀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도 있지만, 동성간의 사실혼 관계, 연인들의 혼인 없는 동거관계, 친구들의 동거 관계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가족형태는 과거에는 없다가 새로이 생겨난 가족형태가 아니라 이미 있었지만 그동안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가족형태이다.
이러한 가족형태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관념상이나 가족질서면에서도 용인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사법부가 판단할 몫이 아니다. 도대체 그 "용인"을 누가 하나? 판사가 하나? 판사가 한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근거로 하나? 법률?
판사가 법률을 근거로 "용인" 여부를 따진다면 그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이를 넘어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불과한 인식을 "사회관념"이나 또는 "가족질서"로 포장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른 형태의 가족들을 "용인"하는 주체는 그 판사의 말마따나 "사회"의 관념일 것이고 "가족"의 질서일 것이다.
사실 동성간 사실혼자나 혼인없는 연인 간 동거 등의 가족형태가 아직까지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형태가 아니다. 자기 가족들에게도 소외당하는 일이 다반사이고, 이로 인해 받는 물질적 정신적 충격은 어떤 이에게는 치료할 수 없을 정도의 상처가 되고, 가족임을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받는 법률적 차별은 기존형태의 가족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다른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러한 현상은 다분히 "정상가족"이라고 불리는 특정한 형태의 가족구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이며,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정상가족"들의 이데올로기적 폭력이다. 또한 "가족"에는 얼마든지 다른 형태가 있을 수 있다는 상상력의 빈곤이며, 소수자에 대한 다수자의 횡포이다.
민법 개정안에 혈연관계를 전제하는 "가족"개념을 규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 같다. 제발 좀 상상력을 갖자. 다른 형태의 가족을 가진 사람들 역시 이 사회에서 같이 살아나가야할 우리의 일부이다. 이들도 소위 "정상가족"과 마찬가지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단지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권리를 강탈당해서는 안 된다. 민법 개정안에서 혈연관계 중심의 "가족"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물론 차제에 헌법도 개정해야할 것이다. 한 발 한 발 같이 나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