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들이 나 없는 사이에...
간만에 휴가라는 것을 다녀왔다. 결론부터 예기하자면 휴가라는 터무니 없는 빈 시간을 뭘 하면서 보내야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다녀와서, 세상물정이 어떻게 되었나싶어 인터넷을 훑어보다가 세상은 그 짧은 시간 중에도 지 발걸음을 다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장 쇼킹한 기사는 뭐니뭐니해도 빚쟁이 피해 야반도주하듯 이라크로 날아가버린 자이툰이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이라크를 재건하고 이라크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그 팔팔한 젊은이들에게 원래는 이렇게 해주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환송연을 쌔끈하게 열어준다. 가족들 대거 몰려나와 "아이구, 우리 새끼, 가서 몸 조심혀야혀~!"하는 노인네들의 눈물, "걱정 마십쑈~!"하고 우렁차게 대답하는 군바리. 이 모습을 카메라 앵글로 적절히 포착해서 내보내준 후 "우리의 청년들이 지금 이라크로 가기 위한 환송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 이 감격! 이 감동!" 운운하는 앵커의 코멘트가 쏟아져 나오고.
손에 손에 깃발 든 어린 학생들이 연도를 가득 메우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카퍼레이드 질펀하게 하면서, 연도의 건물들에서는 오색 꽃종이가 끝도 없이 쏟아져 내려오는 그 가운데로 우리의 자랑스런 대한건아들이 번쩍이는 총 메고 씩씩하게 달려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해주지는 못하고 오밤중에 도망치듯이 자이툰이 한반도를 빠져나갔단다.
테러범들에게 이동경로를 알려주지 않기 위한 보안조치였다는 구만. 얼핏 그럴싸하게 들리는데 이게 완전 사기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아예 보내질 말았어야지. 포장은 재건부대로 해놓고 손에는 소총들려서 보내는 이 이중성이 사실은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였다. 조만간 본진이 출발할 것인데, 그 때도 이렇게 보낼려나?
예전에 '재건대'라는 조직이 있었다. 휴지 주워 생계를 영위하던 '넝마주의'들을 모아 '재건대'라고 이름 붙이고 한 지역으로 집중 수용한 일이 있다. 이 사람들, 지난 20년간 경찰서 보안과 형사들의 감시를 받아가며, 아시안 게임한다고 쫓겨나, 올림픽한다고 문 밖에도 못나가, 사건만 일어나면 용의자로 불려가고 사는 곳에서 재산권 행사도 못하면서 살았다.
이 '재건대'에게 주어졌던 도구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집게다. 휴지를 줍는 것이 업이니만큼 집게, 이거 생존권이 달린 도구였던 거다. 집게와 더불어 지급되었던 것이 등에 메는 허벌나게 큰 대광주리였다. 땅에 떨어진 휴지를 집게로 주워 등에 걸머진 대광주리에 후떡 집어넣는 동작, 이 동작이 '재건대'의 생산방식이었으며 생존방식이었다.
이 '재건대'의 안전을 위해 대한민국이 해주었던 것은 쥐뿔이나 암 것도 없다. 사건 사고 생긴다고 아는 사람들끼리 생이별을 하도록 했고, 사상범도 아닌데 보안과 형사들이 관리를 했고, 주민으로 인정도 하지 않으면서 주민세는 허벌나게 받아 챙겼다. 이 사람들에게 만일 집게가 아니라 소총이 주어졌다면 어떻게 했을까? 혁명까지는 몰라도 관할 경찰서 보안과 형사 몇 명은 너끈히 사살당했을 수도 있다.
'재건대'와 유사한 명목의 '재건부대'인 자이툰은 집게 대신 소총을 들고 갔다. 물론 재건명목의 중장비 같이 따라나간단다. 이 중장비 옆에 이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중화기들이 같이 나간다. 도대체 재건을 하러 가는 건지 뭘 하러 가는 건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것을 이라크의 '테러범'들이라고 알겠냐? 그러니 안전을 위해 쥐도 새도 모르게 쏙 빠져나가도록 한 것이다. 뭐 별거 있겠냐...
빨리 이들을 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이라크의 재건이 걱정되거든 군복 입히지 말고, 집게와 대광주리를 줄 일이다. 가서 열심히 재건하라고 말이다. 보안과 형사들은 안 붙여줘도 된다. 이라크에서 당분간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열릴 일 없으니까.
사실 부끄러운 것은 밤손님처럼 기어나간 자이툰의 젊은이들이 아니다. 파병하면서 주둥이 꽉 닫고 청와대에 처박혀 휴가를 보낸 어떤 인간, 이 땡볕에 성조기 들려 시청앞 광장으로 신도들을 내보낸 어떤 먹사들, 각목이라도 들고 이라크를 가야한다고 생 난리를 죽였던 어떤 닭대가리들, 이들의 정신적 지주 노릇을 하면서 곡학아세에 혈안이 되어 있는 특정일보 어떤 자식들.
얘네들이 부끄러워해야할 일을 왜 대한민국 전 국민이 부끄러워해야하만 할까...
휴가라고는 뭣같이 보내고 돌아와서도 기분 뭣같은 이 상황을 어떻게 만회해야할 것인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