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패에 달린 눈
신문기사 검색하다보니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이 전경의 방패에 찍혀 입술 부근에 피를 흘리고 있는 사진을 발견하였다. 후속 기사를 보니까 병원에 입원까지 했던 것 같다. 많이 다친 것 같지 않아 천만다행한 일이다만 기사 내용 쭉 보다가 이런 내용을 보고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의원인지 모르고 그랬다."
종로경찰서 관계자의 말이란다. 의원이지 모르고 그랬다... 의원인지 알았으면 방패로 안 찍었을 것이다라는 이야긴가? 의원이 아니었다면 방패로 찍어 죽여버렸을 거라는 이야긴가? 의원에게 여경까지 붙여주면서 신변보호를 하던 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자. 의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뿐이니까.
그런데 의문인 것은 대한민국 경찰이 사용하는 방패가 인공지능이 부착된 첨단 방패인가 하는 것이다. 방패를 쥐고 있는 전경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아니 그 방패를 쥐고 있는 전경에게 진압명령을 내리는 지휘관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아니 그 지휘관에게 진압하지 않으면 모가지를 잘라버리겠다고 위협하는 저 높은 곳에 앉아계시는 어떤 분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그놈의 방패가 의원인지 아닌지를 저 혼자 감지해내는 고도의 지능을 갖춘 AI라도 되는가 말이다.
그 살발한 1001, 1002, 1003 애들한테 돌아가며 방패로 찍힌 적이 있다. 마빡에 불이 번쩍할 때마다 분노와 아픔이 온 몸의 뼈 마디마디를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대치, 주변 사람들에 의해 몸이 이동했고, 사람들 속에 파묻히면서도 마빡의 고통은 꽤나 오래 지속되었다. 그런데, 이놈의 대갈통이 얼마나 단단한지 한 번도 터진 적이 없다. 속으로 골병이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암튼 맘속으로는 살이라도 터져 시뻘건 국물이 안면을 타고 흐르면 바로 고발이라도 하고 싶은 처진데, 이 단단한 두개골과 두개골을 둘러싸고 있는 가죽의 강도는 피부의 파열을 용납치 않았다. 다만 부풀어 오를 뿐이었다.
알고 보면 행인은 살살 맞은 것이다. 대차게 맞은 어느 노동자, 어느 농민은 옥수수가 대여섯개씩 빠지고 눈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였다. 어느 동영상에서 수평으로 날라오는 방패에 한 시위자가 목을 맞고 뒤로 나자빠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랬다. 방패는 방어용, 또는 호신용이라는 잘못된 상식을 일거에 해소시켜버리는 장면이었다. 방패는 공격용, 살상용이었던 거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방패에 맞고 방패에 찍혀서 머리가 터지고 안면이 함몰되고 갈비뼈가 부러진 바가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가고 그들이 흘린 피가 아스팔트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는데, 정작 방패는 언제나 또다시 시위의 현장에 멀쩡하게 포진한다. 그들이 흘린 피가 아스팔트의 색깔과 똑같이 검게 썩어들어가는 동안, 경찰 관계자가 이 사람들을 찾아가 "농민인지 몰랐어요, 노동자인지 몰랐어요"하고 변명하는 일 한 번 본 적이 없다.
의원씩이나 되니까 "의원인줄 몰랐어요"하는 말이 나온다. 법 앞에 평등은 이렇게 깨진다. 특권계급을 인정치 않는다는 헌법의 선언은 이빨까기 좋아하는 법학자들의 지적 생산물일 뿐, 현실에서는 방패조차도 특권계급의 실체를 인정한다.
최루탄의 매케한 냄새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뿌연 연기 가득찬 아스팔트의 풍경은 이제 추억일 뿐이다. DJ 였던가? 최루탄 사용을 금한 이후로 최루탄의 악몽은 사라졌다. 아직까지는 최루탄이 나오고 있지 않다. 대신 그 자리에 인마살상용 방패가 떡 하니 자리를 잡았다. 의원에게는 찰과상을, 노동자와 농민에게는 골절상을 안겨주면서 계급에 따라 파워의 조절이 자유 자재로 이루어지는 인공지능을 장착한 방패가 나타났다.
인공지능 장착된 방패를 사용하는 경찰관계자들에게 부탁이 있다.
첫째, 방패 제발 갈지 좀 마라. 방패 밑에 청테이프 붙여놔봐야 휘두르다보면 칼에 베인듯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 니들 월급 바로 니들이 그 칼날같은 방패로 찍어 넘기는 그 사람들이 주는 거다. 누가 주인인지 확인이나 좀 해라.
둘째, 방패수입 좀 잘 해라. 여기서 말하는 '수입'이란 청소를 이야기한다. 즉, 방패 좀 잘 닦으라는 이야기다. 방패 앞에 놓고 몸싸움 좀 하면 바로 가서 빨래해야한다. 니덜 휴식시간에 깔고 앉아 궁둥이로 뮝기적 거리는 걸로 방패청소 끝내는 거냐? 맞아서 터지는 것까지는 쌈질하다 그렇다고 쳐도 나중에 방패 맞은 자리 파상풍 걸리면 그거 니들이 보상하냐?
ㅎㅎ 파상풍.
휴가기간 동안 세상이 어지로웠습니다.
간장 오타맨이....
방패맞아 파상풍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상상력... 크크 멋집니다. 어쩌면 저자식들은 방패에 나쁜 균도 묻히고 다닐지도 모릅니다. 피난데 균들어가면 ...
90년대 후반인가? 잠깐 전기충격 방패가 나온적이 있었죠. 한참 밀고 있는데 몸이 갑자기 부들부들~ 근데... 장비가 허술했는지... 지네들끼리도 감전되곤 하더군요. 그래서 금방 없앴나? 투명한 방패에 은색 띠가 둘러져 있던...
하하. 지네들끼리도 감전이라니. 그런데 전기충격이라니 웃을 일이 아닌데...-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