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해체하라~!"

점심시간 직후였다. 바깥이 소란스럽다. 집회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사 앞에서 무슨 집회?" 궁금하기도 하고 점심시간 직후라 좀 졸렵기도 해서 담배나 한 대 피울 겸 내다봤다. 열명 남짓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현수막을 들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평택 대추리에서 군인들과 시위대가 충돌하는 장면이 대형 사진으로 전사되어 박혀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구호는 "폭력시위 주동하는 민주노동당 해체하라~!"였다...

 

민주노동당 성토 기자회견이었다. 대부분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었고, 중년으로 보이는 사람 두엇과 간사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 두엇이 있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두 명이었는데, 한 명은 내부인으로 보이고 한 명만 기자처럼 보였다. 안타깝다. 기자도 수백명 몰려오고 그래야 폼도 나고 기사도 나오고 그럴텐데... 이 더운 날 거기까지 오신 어르신들, 차비도 못 뽑게 생겼다.

 

이분들, 민주노동당이 무장하고 평택으로 가서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미동맹을 깨트리려고 하는 빨갱이 집단이란다. 불쌍한 우리의 아들들(군경)을 죽창으로 쑤시고 있단다. 그리하여 결론은 다시 "민주노동당 해체하라~!" 좀 부러웠던 것은 그들이 사용하는 소형 스피커였다. 우리도 기자회견할 때 저렇게 빵빵한 스피커 좀 써봤으면 싶다. 이사람들은 돈이 많은가...

 

전경들은 물론 배치되지 않았다. 무전기를 들고 있는 품새로 봐서 형사인듯한 사람 하나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두어명이 로비로 들어와 민주노동당으로 올라가겠다고 떼를 썼다. 경비아저씨들이 막았고, 이분들 고래 고래 민주노동당 해체하라고 악을 썼다. 나중에는 기자회견 사회를 보던 중년 아저씨가 마이크를 붙잡고, "아, 거기 오바하지 말고 일루 와요!!"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분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현수막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민주노동당이 사람들에게 죽창을 들려서 군인들과 싸우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재밌는 것은 그 사진에서 시위대가 들고 있는 것은 아무리 봐도 죽창은 아니었다는 것과 대응하고 있는 군인들은 모두 진압봉을 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사진 보던 사람들, 죽봉을 들고 있는 시위대에게 공포를 느꼈을까 아니면 일사불란하게 진압봉을 손에 들고 대치하고 있는 얼룩덜룩한 전투복의 군인들에게 공포를 느꼈을까...

 

자신들이 나서서 불법적인 촛불집회를 막겠단다. 평택으로 가서 폭력시위를 막겠단다. 참 갈수록 꼬이고 꼬인다. 이분들의 함성이 환청으로 남는다. "민주노동당 해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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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9 22:05 2006/05/0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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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블로그메거진 '블로진' 편집팀입니다.
    '블로진'은 블로그의 글들로 채워져서 무가지로 배포되는 메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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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으엑... 저런 아저씨들이 있는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말 미치미치하군요 ㅠ_ㅠ 그건 그렇고 참 재밌는게... 학교 후배 중에서 어머니, 아버지, 숙모, 고모, 외삼촌, 할아버지, 할머니 할 것 없이 다 자유총연맹 지부의 간부들인데, 그 후배는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아이는... 가끔 집회 도중에 채증도 안 하는데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쓰거나 심지어 서서 집회 중이면 앉아 버립니다 ^^; 그리고 너 왜 그러니? 하면 이야기를 한답니다. "부모님 ㅠ.ㅠ" 하구요;;; 걸리면 지대로 죽는다나요? ^^; 딴거도 아니고 집안에서 이념 대립이니 쿨럭;; 뭐 그래도 옳다고 믿으니 그만 둘 수 없다고 하는 후배 보면서 참... 그러고보니 이런 후배도 있어요. 집이 철거촌이라서... 가훈이 도둑이 들어도 경찰은 안 부른다라나 뭐라나요? ^^; 자가다 일어나보니 용역깡패가 집 문앞에 들이닥친다나 자는데 골프공이 날아든다나 어쩐다나요... 근데 이 이야기 왜 했더라..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저런 부류의 아저씨들 몇 번 뵌 적 있는데 계란 세례 하시는게 젤 겁나더군요;; 지하철에서 한 번 시비 거시고 선전물 다 부수고 하시던거도 봤는데;; 에궁 ㅠ.ㅠ 그저 안타까웠습니다 ^^; (오늘도 의미불명의 댓글을;; )

  3. 이런 데모 많아지는 건 좋은 징조 아닌감? 적들이 당을 적이라 생각하는 거잖여. 흠흠흠.

  4. 그 유명한, 탱크 앞에 짱돌 들고 있는 소년 사진을 보고도
    "아니, 저런 위험천만스러운 돌을 들고 있는 아이가 있나!"라고 할 것 같군요....
    사진도 어디서 자기들 이야기랑 맞지 않은걸 구해왔는지 궁금하네요 -_-;;;;

  5. 블로진/ 언제라도 가져가세요~~~ *^^*

    에밀리오/ 의견이 충돌하는 일은 일상다반사죠. 어쩌다 보면 충돌도 일어날 수 있구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거죠. 한 가지 사안을 두고서도 말이죠. 후배이야기... 저도 그 비슷한 상황의 후배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냥 조용히 회사 잘 다니는데요, 볼 때마다 안타까웠고 지금도 사실 안타깝죠. 가족, 가장 따스한 곳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가장 두려운 곳일 수도 있는... 저도 의미불명의 댓글을... ^^;;;

    말걸기/ ㅋㅋㅋ 당이 그 수준까지 올라왔음을 행복해 해야 하나? 그런 거라면 사실 오늘 집회는 아주 실망스러운 것이여. 개떼처럼 몰려오고 전경들도 까맣게 깔리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겄수? 그래서 몰매라도 맞으면 "폭력시위 중단하라"고 함 소리도 질러보고 말여. ㅎㅎㅎ

    조커/ ㅎㅎㅎ 저도 황당했어욤... ㅡ.ㅡ

  6. 시청앞 잔디밭에서 한 만명만 모여서 '민주노동당 해체하라!'는 집회를 한번 때려 주면 민주노동당 좀 뜰텐데...ㅎㅎ
    그 할배들 좀 사주해 보시지 그랬어요?

  7. 산오리/ 아하... 그 생각을 못했네요... ㅡ.ㅡ;;;
    그런데 요즘 그 분들 만명 모을 여력이 되시는지 모르겠어요. 예배당에서 자금이 동원되어야할텐데, 썩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더라구요. ^^;;;

  8. 제목만 봐서는...접때 퇴직금 못받았던 분들 이야기인줄 알고
    구호와 투쟁에 동참할 뻔 했다는...^^

  9. 나루/ ^______________^ 혼선을 드려서 죄송함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