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다음~!

선거는 끝났다. 이런 저런 소회가 있다. 그래서 여러번 포스팅을 했다가 결국 다 지웠다. 이야기하다보면 이리 새고 저리 새고, 결국 그건 심중에 품은 이야기는 많은데 풀어낼 방법을 찾지 못하는 답답함 때문이었다.

 

평가야 뭐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민주노동당의 성적은 답보다. 그리고 그 답보는 곧 패배다. 왜 패배했을까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테지만 사실 그런 정도의 성적이 나오리라고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잡설 제하고 이야기하자면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이번 지방선거를 바라보면서, 당에 대해 '의회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하는 사람들, 아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원내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지적을 극복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선거를 비롯한 정치활동을 오로지 계산기에 의존하는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예컨대, "열우당 사표론"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은 열우당 지지자들에게 사과해야한다. 그리고 내가 하면 로멘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얼척이 없는 무원칙에 대해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어쨌든 "열우당 사표론"은 가장 단순하게 계산된 정치공학의 산물이었고, 그런 얄팍한 수를 들고나와 정치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거나 지지하려 했던 사람들에게 어떠한 감동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실히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주변에서는 이번 선거를 보이콧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분류하자면 운동권에 속한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보이콧을 하겠다는 입장에서 여러 이유가 열거되었지만 무엇보다도 "민주노동당 그동안 뭐했는데?" 라는 회의적 시각이 기본적으로 작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사람들 중 상당수는 과거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왜 그들이 이번에는 투표하고싶지 않다고 이야기할까?

 

이 사람들에 대해 정치'공학적' 관점의 잣대를 들이대며 이리 저리 변수를 대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그들이 "민주노동당 그동안 뭐했는데?"라고 질문하는 것은 결국 "니들이 다른 정당과 뭐가 다른데?"라는 이야기다. 이걸 답변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주노동당이 부르주아 정당과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대답을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 지지자, 또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할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전 유권자 중에 몇 %나 될까를 고민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선거판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은 한나라당이 공히 국가대표급 선수다. 이번 선거만 봐도 그렇다. 지역의회에서 여러명이 나와 당선된 한나라당 후보들 유심히 살펴보라. 딱 자기 사는 동네사람들만큼 표를 얻었다. 즉, 그 동네 유지이고 그 동네에서만큼은 표가 확실한 사람들이다. 한나라당은 그런 사람들을 후보에 앉혀놓았다. 그 결과 온 천지를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그럼 민주노동당도 그렇게 할 건가? 천만에 말씀이다.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다. 지역유지 세워 선거하려고 했다가 깨빡난 곳이 거창이다. 민주노동당이 한나라당식으로 선거하려고 했다가는 차라리 그냥 지금 당장 당 깨는 것이 낫다. TV토론회에서 조분조분히 정책선거하는 거, 이건 그냥 양념일 뿐이다. 민주노동당이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사람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당분간 꿈 깨라는 거다. 민주노동당을 지금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시도는 딱 이소리 듣기 좋은 짓거리다. "니들이 다른 정당과 뭐가 다른데?"

 

좀 지난 이야기지만 선거운동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던 당시 당사에 KTX 승무원 노조 일부가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KTX 승무원노조의 농성을 강제해산하는 작업들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때 민주노동당이 한 일이 뭔가? 성명 발표하는 거, 노동위 당직자 일부가 참석했던 거... 이게 다다. 물론 이 때 평택에서 유혈낭자한 군사작전이 진행되는 등 다른 문제도 있었지만 민주노동당이 취했던 행동은 별로 적극적인 것이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대중정당은 커녕 민주노동당이 이야기하는 노동자 민중의 지지도 얻기 힘든 모습이다. 역시나 울산에서는 2곳의 단체장자리마저 내주고야 말았다. 나같아도 민주노동당 안 찍겠다. 한나라당이나 열우당 찍기는 싫고 차라리 손 털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거다. 이런 모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라면 내년 대선, 후년 총선 안 봐도 그림이다.

 

덩치키울 생각 그만해야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한나라당의 '싹쓸이' 아주 긍정적인 현상이다. 이렇게 된 마당에 보수정당들이 본색을 드러내주기 바란다. 보수정당들에 완전 포위된 민주노동당, 그럴싸한 포지션이다. 그렇게 되야 뭐 죽을 힘을 다해 진보본색을 드러내려고 노력하지 않겠나? 물론 당 내에 있는 2중대주의자들(조로당 2중대, 열우당 2중대)에 대한 척결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서도...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당, 자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차라리 정당활동 그만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글을 쓰다보니 오히려 왜 이렇게 차분해지는 것이냐... 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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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1 16:04 2006/06/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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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차분...하게 어떡하든 갈 길을 찾아야죠
    굉장히 씁쓸하고 괴롭고 그러네요, 제가 지금...

  2. ㅋㅋ

  3. 마이 차분한데요 ㅋㅋ.

  4. 현현/ 힘내세요. 지금은 드릴 말씀이 그거 밖에는 없군요.

    derridr/ 0,.0

    썩은돼지/ 점점 더 차분해지고 있3 ㅋㅋ

  5. 자기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정당이라면 차라리 정당활동 그만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라... 힘내시길 ^^

  6. 에밀리오/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