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레퍼토리는 언제나 '국익'

행인[전략적 유연성 헌법소원 각하] 에 관련된 글.

헌법소원은 각하결정이 떨어졌고(각하결정이 난 날이 5월 16일이다. 거 참 찝찝하네... 5.16이라뉘...), 이제 남은 것은 노회찬 의원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뭐 내용은 거의 헌법소원과 비스무리 한데, 다만 다투는 주체가 다를 뿐이다. 어쨌든...

 

이 권한쟁의 심판과 관련하여 정부는 유수의 법무법인인 '태평양'을 대리인으로 선임하였고 대리인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답변서를 제출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정부는 결연하게 '공동성명'이 단순히 선언의 의미만 있을 뿐이고 그 이상의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사실 그 정도면 됐다. 한미행정협정의 법적효력 이상의 의미가 없다면 주한미군은 그냥 '북한괴뢰도당'만 막고 앉았으면 된다. 전략적 유연성이고 나발이고 그건 본토미군을 빼서 하던지 태평양함대를 지들 쏠리는 대로 이곳 저곳 돌리든지 하면 끝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하고 말 건가??

 

답변서를 보다보니 어째 이넘의 정부는 맨날 하던 소리 또하고 또하고 그 소리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가 싶을 정도로 고리짝 써먹던 레퍼토리를 그대로 반복한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 잘나빠진 국익이라는 것이 주요 테마다. 한미행정협정과 이번 '공동성명'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이 남아돌아 주체를 할 수 없을 때 한 번 떠들어보기로 하고 답변서에서 뻔한 레퍼토리 울궈먹는 부분만 간단히 살펴보자.

 

답변서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청구인은 이 사건 청구서에서 출처와 성격이 불분명한 문건을 다수 인용하고 있습니다. 동 문건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청구인이 인용 및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은 외교·안보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공개적으로 이를 논의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한 것들입니다. 나아가 청구인은 청구서에 언급된 문건 외에도 상당수의 문건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청구인이 이러한 문건들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고 이를 공개한다면, 우리 정부의 내부적인 인식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 국익과 외교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청구인의 주장 내용 중 비밀로 분류된 문건이나 공개되지 아니한 외교적인 문건에 관련된 사항이 있다면 이에 대한 추가적인 주장이나 논의는 자제하여야할 것이며, 피청구인 또한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대응할 것임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장하다, 국익. 헌법소원과정이나 권한쟁의심판 과정에서 언급되었던 여러 문건의 내용들은 실상 그걸 비밀로 분류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운 것들이었다. 더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전략적 유연성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정부 내의 여러 기관에서조차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일부 기관이 장막 뒤에서 비밀리에 이를 추진하고자 한 것은 매우 저질스런 행위였다.

 

답변서가 이야기하고 있듯이 이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도 설왕설래가 있고 아직 그 입장에 대해서 정부의 분명한 결정사항이 있는 것도 아니라면, 오히려 반기문 외통부장관이 라이스하고 공동성명을 한 것은 입장도 없는 상황에서 일개 장관이 지 멋대로 결정한 일이 되어버린다. 이게 더 웃기는 일 아닌가?

 

한 국가의 장관씩이나 되는 사람과 대통령 등 일부 요직의 사람들이 지들 멋대로 일을 처리하고 결정해버리는 이러한 상황이 사실은 지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익'이란 넘을 애처롭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얘들은 왜 이러고 살까...

 

갈수록 가관인 전략적 유연성 합의의 내막, 이거 함 시리즈로 파볼까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5/30 20:40 2006/05/30 20:40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537
  1. 그저 뭐 안되면 국익으로 밀어붙이는군요 ㅡ_ㅡ 파병 할 때도 국익, 김선일씨 돌아가셨을 때도 국익, 뭘 해도 국익~ 장난하는거도 아니고 그놈의 국익 소리는 보상금 만큼이나 듣기 짜증나는 소리라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