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가 되지 않는 선거운동

참 이해가 되지 않는 선거운동들이 벌어지고 있다. 뭘까... 정말 '선거'라는 것이 이런 것이어야 하나? 그것도 보수정당의 구태정치에 신물을 느껴 새판을 만들어보자고 나선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해야할까?

 

1. 열우당 사표론

"열우당 찍으면 사표된다."

 

요즘 후끈 닳아오른 선거구호다.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께서 이런 구호 외치고 돌아다니고 있다. 왜 이런 구호가 나올까? 이건 아무리 봐도 한나라당 선거구호다. 열우당 찍으면 사표가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찍는다? 정말 그렇게 되나?

 

이런 구호가 발생하게 되는 배경은 다름 아니라 열우당에 실망한 사람들은 심정적으로 개혁의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고, 그 개혁의 열망을 열우당이 담보하지 못하면 민주노동당을 찍을 것이라는 순박하다못해 어리석은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대표 노빠 사이트인 서프라이즈를 둘러보면 이런 생각은 말 그대로 완전 착각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소위 '개혁세력'이라고 자처했던 노빠, 개혁당멤버, 친열우당세력들은 열우당을 안 찍을 거 같으면 차라리 기권할 사람들이 널리고 쌨다. 그 나머지 사람들이 혹여나 민주노동당 찍어줄 거 같아서 그러나?

 

과거 비판적 지지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백기완 찍으면 노태우 된다", "권영길 찍으면 이회창 된다"는 식으로 호도하면서 사표론 들고 나와 표 새치기 하던 그 골때리는 짓거리 때문에 얼마나 뒤통수가 아팠던가? 그런데 이제와서 우리가 뭔 짓을 하는 건가? 이건 무슨 민주노동당식 비지론도 아니고...

 

그 당(또는 후보) 찍어봐야 안 되니까 기왕에 버리는 거 우리 주라, 이거 완전 장사질 하는 거 아닌가? 게다가...

 

2. 전략적 투표론

당 내에서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되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만큼은 전략적으로 지역과 비례에 표를 양분하도록 호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즉, 지난 총선에서 유시민이 한 것처럼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후보만큼은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고 비례표는 알아서(라지만 실은 열우당)을 찍자고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다.

 

실제 이런 선거전략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이런 이야기가 돌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 징글맞은 읍소정치, 구걸정치... 그것 때문에 빡돌은 일이 한 두번인가? 우리가 그렇게 당했고 그러면서도 이만큼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전진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 와서 그 거지쉑덜이 하던 짓을 우리가 하자는 건가?

 

3. 지방선거 한나라당 싹쓸이 견제론

"사회원로"들을 모셔놓고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싹쓸이를 막자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준비한단다. 여기까지 가면 완전히 헷갈리기 시작한다. 이번엔 열우당 밀어주자는 기자회견 하는 건가?

 

당하고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회원로"들께서 대거 출동하시어 "한나라당이 싹쓸이 하면 안 되요~! 개혁세력 밀어주세요~!"하면 사람들이 얼쑤 그렇구나 하고서 민주노동당 찍어주나? 미워도 다시 한 번 열우당 밀어주나? 지금 열우당 선거운동해주는 건가??

 

닭짓도 어느 정도지, 정도를 올곧게 걸어가도 모자랄 판에 이번 지방선거 하고 당활동 끝낼라고 그러나? 뭐하자는 수작인가??

 

4. 게다가 6·15세력 결집론과 조선노동당

아무리 봐도 북조선의 집권당인 조선노동당은 한나라당이 집권하기를 바라는 듯 하다. 북한방문 대학생들에게 6.15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라도 열우당을 찍으라고 하지 않나 조평통은 말 그대로 선거지침 내리면서 열우당 찍으라고 하지 않나 가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얘네들, 아무리 남한 정세를 지들 꼴리는 대로 판단하고 재단질한다고 해도 이게 지금 뭐하자는 수작들인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그런데, 이에 부응하여 민주노동당, 열우당, 민주당 등 6.15정신을 이어받고자 하는 세력들이 모두 대동궐기하여 연합전선을 구축하자는 격문이 나돈다. 아주 쌍으로 놀고 자빠졌다. 문제는 이런 격문이 당게를 포함해 진보누리 등에 아주 시시때때로 나돈다는 것이다.

 

아닌 말로 지금 민주노동당이 열우당, 민주당과 함께 해서 뭘 할 수 있다는 건가? 열우당, 민주당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운동이 가능한가? 한미 FTA 저지가 가능한가? 전략적유연성에 대한 대응이 가능한가? 이라크철군이 가능한가? 정치개혁이 가능한가? 도대체 뭐가 가능할까? 추상적 6.15정신 계승? 대체 그게 뭔데??

 

5. 제발 긴장 좀 하자~!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움직거리다가 나중에 "거 참 희안하네?"하고 말 건가? 어차피 열우당 내년 중순이면 공중분해 된다. 손을 잡는다고 아무 손이나 덥썩 잡아선 안 된다. 상대를 보면서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뭐가 뭔지 모르는 일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금 정신들 못차리는 거다.

 

선거 며칠 남지 않았다. 인민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한다. 그 표출되는 의사가 우리의 이념에 맞게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선거 구호 몇 개 만들어 단기적인 효과를 노려서도 안 된다. 열우당, 그 급조된 정당이 자극적인 구호 몇 개로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설치다가 오늘날 저모양 된 거, 이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제발 긴장 좀 하자. 지금 얻는 표가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이따위로 하다간 앞으로 민주노동당에 관심을 가져줄 잠재적 지지자들까지도 등을 돌리게 만든다. 진짜 열우당과의 차별성을 못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왜 그런 짓을 사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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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5 22:33 2006/05/2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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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씀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_< 차별성이라... 특히 마지막꺼,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615 지지하긴 하지만, 저건 증말 아닌데;; 열우당, 민주당 걔네가 왜 개혁세력이야 하는 생각이;;; 제 후배 중에 한 명도 남북대학생 모임 갔다왔었는데... 물어보려는데 얘가 바뻐서 연락이 안된다는;;; 진짜 그리 말했으면 완전히 넌센스인데;; 거참;; 열우당이 왜 개혁세력이야 orz...

  2. 오옷...멋진데요...
    선거말아먹자고 작정한듯...
    1번은 (지난총선)열우당따라하기고...나머지는 열우당지지선언인거 같은데요...
    그냥 열우당 들어가지..왜 민노당 가입해서 뻘소리를 해대는 건지..ㅡㅡㅋ

  3. 민노당에 등 돌리는 잠재적 지지자들,
    제 주변에 하루 평균 세명씩 증가하고 있슴다...
    긴장 좀 해주셨으면...(전...아직 지지할 곳 못찾았어요...)

  4. 옳습니다. 사실 전 이번 선거 보이콧 하려고까지 했는데 구의원 후보로 아는 분이 나오시길래 그냥 한표 찍어드리려고 하지요... 그치만 정말 확 인연을 끊고 싶은 마음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ㅜㅜ

  5. 으...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민주노동당 없으면 어떻게 하라구요. 뻘짓하지 않도록 도와주면서 지지합시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너무 끔찍해.

  6. 한나라당 싹쓸이 막기 기자회견을 민주노동당에서 한다는 거야요?
    열린우리당이야 하겠지만, 민주노동당에서 한다는 야그는 설마 아니지요?

  7. 어짜피 당선만 되면 된다라는 선거풍토를 그대로 이어져 가는 당은 언제나 같은 모양새가 나올수 뿐이 없고, 당선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모양이 나온다할지라도 용서가 되는 사회에서 그틀을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민주노동당이 뭔가 틀릴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오히려 문제가 아닐련지!
    당선을 위해서 명망가를 출마자로 만들고, 실지로 당이라는 이름의 간판은 소수 명망가를 위한 간판으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이것은 자신들은 이미 지배자들의 만찬에 참여하기 위해 수저를 가져가는 자들의 형태입니다. 뭐가 아쉬워서 민주노동당에게 한표를 줍니까!
    전 차라리 보이코트를 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정권을 잡았다라고 할 지 라도 어짜피 이 빌어먹을 자본주의는 그대로 유지할것이고, 유지를 위해서 그들과 야합을 할 수뿐이 없기 때문 입니다. 이것은 당 강령에 그대로 나와 있습니다. 다만 조금더 많은 개량을 할지, 못할지는 당시의 흐름에 따라서 달라질뿐.

  8. 여러 분들 말씀 보니까 더 갑갑해지는 군요...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뛰어보렵니다.

    그리고 choyul님. 님의 분명한 목적의식에는 언제나 저도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님과 같은 지점을 응시하고 있으나 서 있는 곳이 다르다고 할까요? 님은 밖에서 저는 안에서! 하지만 님이 말씀하시는 자본주의의 전복, 투쟁과 조직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거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민주노동당 안에서 분명히 조만간 치열한 사투가 벌어질 겁니다. 계급적 각성을 미룬 채 부르주아들이 만들어 놓은 틀거리 안에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한 노력을 하는 분자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동지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는 그 안에서 함께 하고 함께 싸울 겁니다.

    보이코트를 하고 싶으시면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저는 보이코트가 현 상황을 타개하는데 전혀 아무런 방향성을 제시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투표를 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할 터이나 그 참여의 폭이 넓어지면 넓어질 수록 민주노동당에 대한 비판의 힘은 점점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개량으로 규정하시려면 그 개량성에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그 대응방안이 투쟁과 조직화라는 구호로 한정되는 것은 사양합니다. 구호만으로 혁명이 완수된다면 우린 이미 혁명의 시기를 골백번도 더 겪었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