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라의 진상 2

행인[개구라의 진상] 에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글.

분위기 환기차원에서 다시 미군기지이전문제를 거론해보자. 정부와 찌라시언론들이 평택미군기지이전반대투쟁에 대해 반박하면서 때렸던 개구라들 중 하나가 일본은 미군기지를 열도 전체에 왕창 받아주는 것도 감수했다는 이야기였다. 열도 전 항만을 미군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오키나와에 밀집되어 있던 미군을 열도 본토로 이동시키는 등 미일안보협력체계구축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정부와 찌라시 언론들은 열을 올렸었다. 그리고 일본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주일미군기지재편과정이 매우 순조롭고 평화롭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개뻥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개뻥이 얼마나 저질개구라수준인지 사실을 알고 나면 굉장히 기분이 나빠진다. 뭐 진작부터 기분은 나빴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정부의 개구라신공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여기 기사를 함 보시라.

 

기사에 나와 있는 사진을 함 보라. 저들이 들고 있는 피켓과 만장을 한글로 바꾸어보라. "평택을 평화의 땅으로, 미군기지이전 반대, 미군기지는 미국땅에" 이렇게 만들어 놓고 함 보시라.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 대추리 도두리에서 촛불집회를 하던 바로 그 사람들, 바로 그 주민들, 그들이 아닌가 말이다. 똑같은 상황이 평택과 오키나와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반대투쟁 결과 원래 미군비행장을 바다 위로 옮기는 안이었던 "해상기지안"은 현재 "연안안"으로 바뀌었다. 즉, 바다위에 만들기로 한 것을 바닷가에다가 만들겠다고 일본정부와 미군측이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되는 투쟁으로 미군측은 종전의 입장보다 더 후퇴한 안(V자형 활주로 건설로 활주로 건설부지를 대폭 축소하는 안)을 내놓았으나 주민들은 요지부동이다. "미군기지는 미국본토에!" 이것이 주민들의 변함없는 주장이다. 얼마나 간단명료한가?

 

대~한민국 정부가 개구라신공을 펼친 것이 완전 묵사발 나는 장면이다. 미일안보체제강화와 반대로 한미안보동맹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미군기지이전을 도와달라던 정부의 강변은 말 그대로 전 국민들을 호구로 알고 속임수를 쓴 것이다. 일본 안에서는 이 기사 이외에도 미군기지와 관련된 수도 없는 주민투쟁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 거짓말만 늘어놓는 정부는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 한 번도 한 일이 없다. 조중동문 찌라시들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한겨레의 이 기사 역시 좀 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경찰이 주민을 강제로 들어내거나 체포·구속하는 일은 단 1건도 없었다. 군도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등의 편법을 쓰지 않았다. 주민들도 철저한 비폭력 저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미군들 앞에서는 손을 머리 이상으로 들지도 않는다. 위협적인 행동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한일 양국 정부의 태도부분이다. 아무런 폭력행위도 없이 몇백일을 넘게 진행되는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협박질을 일삼고, 그것도 모자라 행정대집행을 13000명 경찰병력을 동원해 전쟁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곱게 갈아 씨뿌려놓은 땅을 덜컥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온통 철조망을 쳐버렸던 대한민국 정부. 물론 이 X같은 짓을 하고도 스스로를 "민주평화세력"으로 규정하는 파렴치함까지 자랑하는 이 땅의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어떻게든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기지이전반대투쟁을 국민들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겨레 기사의 이 부분은 실로 평택에서 투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물론이려니와 평택문제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하다. 실제 이 기사와 관련있는 미군기지건설예정지의 경우 이미 일본정부가 해상초소를 설치한 바 있고, 기지건설공사를 위한 실무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히려 아무 시설도 없었던 평택 벌판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한 한국정부보다 일본정부 입장에서는 해당지역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할 이유가 충분했던 거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하지 않았고 대~한민국 정부는 했다. 장하다, 대~한민국 국방부. 니들을 믿고 국민들이 발 뻗고 잠이 들겠냐?

 

이 기사에서 두 번째로 주의해서 볼 부분은 "주민들도 철저한 비폭력 저항원칙을 고수"했다는 구절이다. 기자의 절묘한 양비론이 빛나는 순간이다. 자, 일본은 정부도 잘했고 주민들도 잘했다. 폭력시위, 죽봉 뭐 이런 거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좋은 성과 얻어냈다. 한국은? 정부도 개판을 만들었고 반대투쟁하는 측도 폭력사용하고 아무튼 엉망진창이다... 이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다.

 

다시 앞에서 본 사진으로 돌아가자. 평택 대추리 도두리 일대에서 주민들, 원래 저렇게 시위했다. 촛불들고 집회했다. 거기에 무슨 죽봉이니 폭력이니 이런 거 없었다. 일본 주민들은 해상초소 점거집회까지 했다. 그러나 평택에 있는 사람들, 어디 점거할 곳도 없었다. 아, 대추분교? 그거 정부가 시설보호 및 기지건설용으로 만들어 놓은 건물이 아니다. 원래 그 동네 사람들 거였고, 다 부서져 폐허가 된 지금도 그분들 마음속에 남아있는 그들 기억의 한 부분이다. 그거랑 비교하는 무식한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데, 평택에서 지난 몇 백일 동안 그렇게 평화적인 집회시위하는 동안 정부가 한 짓은 적법절차를 위반한 온갖 불법행위들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수도 헤아릴 수 없는 경찰병력과 군병력, 그리고 법집행자격을 갖추지 못한 용역깡패들 수백을 동원해서 가공할 폭력진압을 자행했다. 미군들이 위협을 받을지 몰라 머리 위로 손조차 들지 않았다는 일본주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보라, 평택주민들과 미군들이 직접 대치했나? 일본 정부가 평화적 집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회해산명령내리고 경찰병력 동원해서 위협하고 집회시위주동자에게 개별적으로 협박질하고 했나?

 

"철저한 비폭력 저항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상황이 일본에는 있었고 한국에는 없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이 부분인데, 왜 기자는 근본적인 문제를 확인하는 부분을 쏙 빼고 양자 모두를 공평(?)하게 다루었나? 객관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어찌되었든 정부가 펼치고 있는 개구라신공의 본질은 계속해서 까발려질 것이다. 미군기지이전사업과 관련된 정부의 입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으로 점철된 것이었음이 다 드러나고 있다. 자, 참여정부, 소위 "민주평화세력"은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들이 한 거짓말을 죄다 어떻게 줏어담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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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3 13:47 2006/05/2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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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6/05/27 18:20

    행인의 [개구라의 진상 2] 에 관련된 글. 1. 공동성명에 숨겨진 뜻 지난 1월 19일, 콘돌리자 라이스와 반기문은 '동맹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 대화 출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다들

  1. 오~ 그렇군요 >_< 역시 열받는 소리... 마구마구 퍼가서 마구 뿌리도록 하겠습니다 >_< 투쟁입니다~

    P.S. 그거 아시려나요? 헤딩라인 뉴스에 행인님 블로그 언급되지요 >_< 여기 본문에 나와 있는 '불법행위' 누르면 나오는 '어느 법학도의..' 관련 내용이라죠 쿨럭;;

  2. 에밀리오/ 헉스... 중간에 수정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 헤딩라인 보고 저도 좀 머쓱하더만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