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라의 진상 3

행인[개구라의 진상 2] 에 관련된 글.

1. 공동성명에 숨겨진 뜻

 

지난 1월 19일, 콘돌리자 라이스와 반기문은 '동맹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 대화 출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다들 아시다시피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는 주한미군의 군사적 임무를 '북한괴뢰도당'의 남침대비가 아닌 미국이 원하는 어디에서든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변경해주는 전략계획이다.

 

이 공동성명은 사실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전쟁에 한국이 전범으로 전락할 수 있도록 만드는 위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조약의 성격을 가지는 행위를 양국 정부 관료들이 '공동성명'이라는 형식으로 발표를 하는 등 그 절차상으로도 상당한 무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법소원청구서 전문은 뻥구라자료실에 있음)

 

그런데, 이 공동성명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The ROK, as an ally, fully understands the rationale for the transformation of the U.S. global military strategy, and repects the necessity for strategic flexiblility of the U.S. forces in the ROK. In the implementation of strategic flexibility, the U.S. respects the ROK position that it shall not be involved in a regional conflict in Northeast Asia against the will of the Korean people.

 

이걸 정부는 이렇게 번역하고 있다.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공동성명에 대한 보다 자세한 문제설명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다만 본문에서 밑줄 친 부분에 대해서만 문제점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사실 행인은 국제법에 대해서 그리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 분야에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국제법에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행인이 보더라도 매우 우려가 되는 정도이다. 함 보자.

 

(1) "against"를 어떻게 해석하나?

한국정부가 국문으로 번역한 공동성명에는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 없이"라고 해서 "against"를 "관계 없이"라고 해놓았다. 그러나, 이부분이 국제법적 관행에 따르면 이렇게 해석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정부의 공식적 번역에 따르면 이 부분은 한국민이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국제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일종의 봉쇄조항이 된다. 다시 말해 미국이 아무리 쥐랄 옆차기를 한다고 해도 한국사람들이 "우린 전쟁 안 할래" 이래버리면 한국은 미국의 전쟁에 개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함부로 이동시킬 수도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법적인 관행으로 보자면 이 부분은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 없이"가 아니라 "한국민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한"이라고 해석되어야 한단다. 즉,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반대의사가 개진되지 않는 한 미국은 기냥 전쟁을 할 수 있고, 한국은 전쟁을 수행하는 미군에게 한국 기지를 제공하고 그 편의를 봐줘야 한다는 거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자동적으로 전쟁당사자가 되며 종국엔 전범국가가 된다.

 

(2) 난데 없이 "people"이라니?

이 공동성명 구절을 뜯어보면 "미국의 세계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는 주체는 국가로서의 ROK다. 즉, 국가로서 한국은 미국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특히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자신들의 임의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fully understands)"하고 있다는 거다.

 

국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정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부는 또는 정부 관료들은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정부의 이러한 이해는 현재 '국민'의 동의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아니, 더 나가서 '국민'들로에게 어떠한 설명도 한 적이 없으며 어떠한 의견도 받은 바가 없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공동성명의 해당 문장에서는 미군의 동북아시아 전쟁수행을 인정하는 하나의 조건으로서 "한국 국민(Korean people)"의 의견을 묻도록 되어 있다. 이해는 정부가 하고 결정은 국민이 한다는 뜻인가? 만일 이 해석을 곧이 곧대로 해석하게 되면 미군이 중국하고 한 판 뜬다고 할 때 한국국민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해'는 정부가 하고 '결정'은 국민이 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한편 한국 국민이 외국에서 벌어지는 침략전쟁을 위해 한국의 기지를 이용토록 한다거나 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헌법 제5조는 제1항에서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으며, 제2항에서는 국군의 의무를 "국토방위"에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미군의 외국침략을 위한 기지를 제공하게 되는 것은 헌법상 침략전쟁의 부인 원칙을 포기하는 거다. 또한 주한미군은 한국 군의 "국토방위"를 돕기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군의 기지를 제공하고 한국의 여타 시설을 침략전쟁수행을 위한 미군행동에 제공하는 것은 "국토방위"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가 된다.

 

결국 헌법을 바꾸지 않는 한 한국국민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전술이동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헌법파괴행위가 된다. 이 공동성명은 결국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헌법파괴행위를 하던지 헌법을 바꾸던지 하라는 요구를 하는 셈이다.

 

더구나 여기서 "people"이라는 용어는 국제법적 관행 상 제국주의국가의 통치를 받는 식민지 주민을 지칭하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동성명의 한 주체인 반기문은 아예 자국 국민들을 식민지 백성으로 인정하여버렸다는 말인가?

 

 

2. 민간인에 대한 군사재판 경고

 

쑥 들어가긴 했지만 한 때 국방부장관인 윤광웅이 평택 일대에서 철조망을 절단하고 군사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군형법으로 처벌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요새 이 말을 계속 하지 않고 있는데, 그건 아무래도 지 스스로도 그런 말을 해놓고 법적 근거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국방부의 논리는 이거였다. 철조망이 쳐져 있는 곳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고 거기서 경계를 서고 있는 군사들은 초병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작전임무수행중인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군형법을 적용하고 군사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뭐 이런 거다.

 

그런데, 군형법을 적용하는 것은 전시상황에서조차도 매우 신중하게 하여야 하며 그 적용의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하물며 지금은 전시상황도 아니고 준전시상황도 아니고 계엄상황도 아니다. 게다가 작전이라니?

 

허허벌판에 철조망 달랑 쳐놓고 그거 지키는 것도 작전이냐? 뭐 하긴 군대에서 술마시는 것도 작전이라면 작전인데, 기왕에 군형법까지 적용할라고 생각했다면 작전개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부터 하고 시작했어야 한다.

 

헌법 제27조제2항의 규정에 따르면 "군인 또는 군무원이 아닌 국민은 대한민국의 영역 안에서는 중대한 군사상의 기밀·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군용물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하는 경우와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지 아니한다."(이 헌법 조문은 그 자체로서 군사법원의 민간이 기속을 보장하고 있는 규정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헌법 조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논외로 한다.)

 

여기서 주의깊게 봐야할 부분은 "중대한"이라는 전제조건과 "비상계엄이 선포된 경우"라는 상황적 조건이다. 일단 "비상계엄"이 선포되어 있으면 민간인에 대한 군사법원의 재판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평택의 경우 주한미군기지이전을 위해 비상계엄이 선포되지는 않았으므로 비상계엄을 이유로 하는 민간인 군사재판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중대성의 문제인데, 여기서 "중대한"이란 구절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가 관건이 된다.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수행 중인 작전 또는 임무가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작전의 수행 또는 임무의 수행 형태가 무엇인지, 또 이를 위협하는 범죄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거 일일이 설명하려면 스크롤 압박이 장난이 아니므로 아주 간단하게만 설명하자. 현재 평택 대추리 일대에서 병사들이 수행하고 있는 초병임무의 목적은 아주 우습게도 철조망 보호다. 그 철조망 안에 무엇이 있는가 하면 어떠한 군용 시설물도 설치되어있지 않다. 그냥 벌판에 숙영용 분침호와 텐트만 있을 뿐이다. 인공적인 가공물을 굳이 찾아보자면 민간인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철조망 안쪽으로 파놓은 해자가 있는 정도다.

 

초병에 대한 "중대한" 위협 내지 폭행이라고 할 경우는 예를 들어 무기고를 지키고 있는 초병이나 대간첩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병사들의 외곽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초병에 대해 위협 내지 폭행을 한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원래 이러한 경우에도 군형법의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형법의 규정을 통해 처벌할 수 있다. 백보 양보하여 무기고 초병을 습격한 자가 무기탈취를 목적으로 하고 있거나 대간첩작전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초병에 위해를 가했다면 그 때는 군형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철조망 손괴나 초병에 대한 소위 '위협'이라는 것은 그 목적자체도 군형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중대한" 사유로 볼 수 없고 행위의 내용 또한 조직적으로 초병들을 폭행하는 것이 아니라 뻔히 보이는 곳에서 몸싸움을 하는 정도다. 이걸 군형법 적용해서 군사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은 아무리 좋게 해석해도 윤광웅이 법을 전혀 모르거나 오바질을 하는 것 뿐이다.

 

앞의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일본의 주민들은 이미 철조망 뜯고 점거시위하는 것은 다반사로 진행했으며, 토지측량 등 시설물을 만들기 위해 진행하고 있던 사업도 조직적으로 방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군사재판을 받지도 않았고 폭도로 매도되지도 않았고 기껏해야 몇 만 원('원'이다. '엥(¥)'이 아니고)의 과태료만 부과받았을 뿐이다.

 

 

3. 개구라 까발리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거짓말과 협박으로 인민들을 기만하는 정부의 작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여기에 호응하는 찌라시 언론들의 색깔신공 역시 만만찮게 이어질 것이고. 하지만 어쩌랴, 개구라는 언제나 개구라임이 밝혀지게 되어 있다. 지금이라도 공동성명 철회해야한다. 미군기지이전비준동의안 역시 철회되어야 한다. 평택 그 기름진 들판엔 미군기지가 아니라 곡식이 출렁거려야 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개구라 까발리기 역시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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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7 18:20 2006/05/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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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6/07/08 22:17

    행인님의 [개구라의 진상 3] 에 관련된 글. 평택 대추리가 초토화되고 있는 과정에서 항간에 나돌았던 이야기 중 하나는 일본이 미국과 짝짜꿍이 되어 미일안보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이 와중

  1. 와~~~ '개구라 까발리기는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동감이구요..
    결혼식장에서 맛있게 밥먹드니 힘이 마구마구 솟아났나 보네요. 금새 이렇게 포스팅도 하시공..오늘 만나서 반가웠답니다~! ^^

  2. '진상', 이 말이 왠지 '진수성찬'인 '밥상'을 연상케 하는군... 윤광웅과 패밀리들에게, "마이 무따. 고마해라."

  3. 저두 '개구라 까발리기는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에 동감이요 >_< 크~ 역시 행인님 내공은 >__< (한미 FTA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거 보면... 정말이지 이놈들은 뭐하는 놈들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죠. 그러고도 국민들 세금을 넙죽넙죽 받아먹다니... ㅠ.ㅠ)

  4. 멒/ 저도 반가웠어염~~ ^^

    말걸기/ '진상'이라 함은 은어로 맘에 들지 않게 가지가지로 노는 꼴보기 싫은 넘/뇬을 뜻하기도 하쥐. ㅋㅋ

    에밀리오/ 에밀리오님도 많이 까발려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