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생긴 일

무진장스럽게 더운 날이었다. 더위먹은 거 같기도 하고... 약간은 골때리는 일 두가지가 있었던 일욜. 아직도 머리가 멍한 것이 더위 때문인가 아님 일요일의 난리브루스때문인가...


episode 1

 

약 1년 전부터 일욜 아침만 되면 문자 메시지가 하나 뜬다. 뭔가 하고 보면 성경구절 한 문장이 찍혀있다. 예배당이라고 하면 일단 경기부터 일으키는 행인인지라 도대체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를 했을까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워낙 스팸메일에 관성이 붙어서 기냥 들어오자마자 삭제를 하곤 했다.

 

아침에 광주에서 전화가 왔다. 공직선거법과 관련해서 문의를 하는 전화였는데, 후보 부인이 친분이 있는 목사에게 해마다 스승의 날에 선물을 했었는데 하필 이번에 그 사실을 가지고 누군가가 협박을 하고 있단다. 내용을 살펴보니 공직선거법상 위반사항은 없고, 오히려 이 분이 장애인 관련 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협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암튼, 답변을 해주고 났는데 또 그 예의 메시지가 뜬다.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잠 16:24)"

그리고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순간, 이거 그냥 더 놔뒀다가는 마빡에 혈관파열이 있을 듯해서 드뎌 답멜을 보내고야 말았다. "다시 한 번 더 메시지를 보내시면 정보통신망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조치 하겠습니다" 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효과가 아주 좋았었다. 물론 그 이후 다른 이름으로 더 많은 스팸이 들어오긴 했지만서도...

 

어쨌든 메시지를 보내고 늦으막히 아침을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웅~! 행인이냐?"

"예, 그런데 누구세요?"

"나야, 00형"

"어라, 형님이 왠 일이세요?"

"얌마, 거 메시지 몇 번 보냈다고 고발까지 하냐?"

"엥? 뭔 소리에요??"
"아, 거 좋은 말씀 메시지로 보낸 건데 그걸 가지고 고발하냐고..."

"아니 그럼 지금까지 그 메시지 형님이 보낸거유?"

"야 난 너 회개하고 복받으라고 그런 건데 말야..."

"아, 형! 나 지금 받는 복만으로 겨워 죽겄어. 더 복받고 싶은 마음도 없고. 글고 형님, 행인이 예배당 알기를 개떡같이 아는 거 알면서 왜 그러는 거에요?"

"알았어, 알았어. 고발하진 마라, 응? 글구 이 쉑아, 넌 형 전화번호도 모르냐?"

"그건 좀 미안하우."

"알았다, 잘 지내라..."

"넹..."

 

뒌장... 스팸메일 원흉이 사촌형님이었다뉘...

 

 

episode 2

 

머리도 어지럽고 해서 일찍 잘라고 드러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행인이 보는 TV는 채널이 딱 정해져 있다. 뉴스, 스포츠, 에니메이션. 요즘 투니버스에서 '몬스터'를 방영해주고 있어서 마침 재밌게 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뭔가가 슉~ 하고 지나가 냉장고 옆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뭔가 싶어 냉장고 옆을 바라보니 아... 쥐 궁뎅이와 쥐꼬리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며칠 전부터 자꾸 방구석 여기 저기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 이게 바퀴벌레 소린지 왕거미 소린지 궁금하던 차였다. 설마 쥐였으리라고는 생각질 못했다. 그런데 새앙쥐 한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던 거였다. 이런 뒌장... 아무리 생태계가 살아있는 방이라고 할지라도 쥐가 돌아다닌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법!

 

우산을 가지고 들어와 냉장고 뒤편을 구석구석 쑤시는데 움직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침 같이 자취를 하는 후배가 들어왔다. 해서 합동작전을 펼쳤다. 가재도구를 들어내고 이리 저리 확인을 하는데 요동도 하지 않는다. 쥐잡기 1차 작전은 실패. 그냥 자자, 지도 먹고 살려고 저러는데... 하고선 그냥 드러 누웠다.

 

불끄고 취침 모드로 들어갔는데, 그때서 또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신경이 거슬려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해서 다시 쥐잡기 2차 작전 돌입. 이번에는 방을 삥둘러 있는 옷걸이며 침대며 기타등등까지 다 뒤비며 쥐를 색출했지만 이넘의 쥐, 꼬리도 보이지 않는다. 2차 작전 실패.

 

다시 불끄고 취침모드. 행인은 원래 잘 때 알몸으로 잔다(아...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하다뉘...). 이불을 발치에 두고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로 TV를 보고 있었다. 쥐쉑이 조용한 걸 보니 이대로 취침이 가능하리라고 여겨지던 그 순간...

 

알몸인 행인의 등떠리를 쥐색이 후다닥 밟고 지나갔다. 으... 그 형용하기 어려운 찝찝함과 섬찟함이란...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는데, 쥐가 방 밖으로 빠져나가고야 말았다. 행인과 후배, 다시 방안의 불을 켜고 쥐잡기 3차 작전 시작.

 

방문과 화장실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살생을 하지 않고자 하는 마음에서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부엌 구석구석을 뒤비는데, 이번엔 후배가 화들짝 놀랐다. 발밑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쥐가 싱크대 밑으로 튀어들어간 것이다. 드뎌 궁지에 몰린 쥐. 이넘을 포획하고 편안한 밤을 만들고자하는 굳은 의지로 싱크대 밑의 물건들을 조심 조심 하나 하나 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왠걸, 싱크대 밑을 완전히 비웠건만 이넘의 쥐쉑은 온데 간데가 없다. 현관문을 열어놓았으나 현관문으로는 빠져나가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살펴보니 아무래도 이 쥐가 싱크대 아래로 연결된 배수관 빈 틈 사이로 들락거린 것 같다. 결국 쥐는 놓치고야 말았다. 대신 배수관 주변을 테이프로 밀봉했다.

 

방원은 피의 보복을 주장하며 물을 끓여 배수구로 보내자고 주장하는 등 결의에 찬 모습을 보였으나 많이 피곤한 관계로 작전은 폐기. 다신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작업 종료. 드뎌 편안한 밤을 보내려나 했는데...

 

쥐잡기 하느라 소동을 피우는 동안 잠이 다 깨버렸다. 뒌장... 날 샐 때까지 뒤척거리다가 비몽사몽간에 출근... 이렇게 일욜 하루가 지나갔다...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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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22 11:44 2006/05/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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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헐;; 피의 복수 ^^::

  2. 하하하, 우에엑
    글고 알몸의 비밀 ^^;;

  3. 비료포대하나 길목에 주둥이 벌려놓고 쥐섹을 몰아야지요..ㅎㅎ
    고양이 한놈 키우셔..

  4. 에밀리오/ 피의 복수~~ 불끈~!

    붉은사랑/ 허거... 그래도 빤쭈는 입고 잡니다... _._;;

    산오리/ 마침 비료포대가 없어서요 ^^;; 고양이는... 털땜시 어렵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