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그렇게 살텐가?

바야흐로 선거철이 되니 선거철마다 나타나는 고질적 현상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그중 대표적인 거, 다름 아니라 '비판적 지지' 현상이다. 이번에는 뭐 대놓고 비판적 지지 운운하진 않는데, 어찌되었던 결과는 마찬가지다. 내용인 즉슨, "5.31 지방선거 반한나라당 연합"이다. 도대체 이 닭덜은 언제 제정신을 차릴려는지 알 수가 없다. 87년부터 그렇게 얻어터졌으면 이젠 떵인지 뒌장인지 구분을 할 주제도 된 거 같은데 어째 영 발전이 없다.

 

당 게시판에 이런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문성현 대표, 반한나라당 중심은 민주노동당

5.31 지방선거에서 반한나라당연합을 실현합시다!

 

거 참 신기한 뇌구조다.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대안으로 민주노동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당 대표의 발언에서 이런 종류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두뇌구조의 단편을 유추할 수 있다. 그들의 뇌발달현황은 딱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거다. 그 정도의 감수성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입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딱 20년 전 비지론 수준밖에 안 되는 거다.

 

도대체 "반한나라당"이라는 기조를 세웠을 때, 그래, 그러니까 민주노동당 찍자하고 달려들 민중이 몇 %나 될까? 최근 한 통계에서 나온 당 지지율을 보니 불과 7%에 머물러 있다(아직 이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27%도 아니고 17%도 아니고 7%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한나라당" 이야기를 하면 사표심리라는 근거도 없는 공포를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이 얼쑤 좋다 하면서 민주노동당을 찍나?

 

개코나 그럴 일 전혀 없다. 어차피 정당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유권자의 표심이 갈린다고 하면 민주노동당이 "반한나라당의 중심"이 되더라도 민주노동당으로 홱 돌아설 유권자 거의 없다. 되려 불안한 유권자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 심정으로 열우당 찍게 되어 있다. 이거 뭐 한 두번 당해보나? 아니, 맨날 주어터지고 뒷통수에 칼 꼽히면서도 도대체 때만 되면 똑같은 소리 반복하면서 또 얻어터질 준비를 하는 이 정신나간 사람들, 이거 정치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맞나?

 

반한나라당 연합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당원은 "미국의 배후조종에 의한 한나라당의 정권탈취음모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이제까지 이루어놓은 진보와 개혁은 물론 2000년 6.15 선언을 통해 이루어놓은 남북화해협력과 자주통일의 전진은 물거품"이 된다고 주장한다. 박근혜의 손에서 떠나지 않고 무궁무진한 답변을 제공해주던 그 수첩이 미국에서 장만해준 거였다는 이야긴지 모르겠다. 배후조종하는 미국, 좀 힘들지 싶다.

 

건 그렇고, 미국의 배후조종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을 씹으려면 사실 열우당과 노무현도 같은 등급에서 씹어주셔야만 했다. 주한미군 단계적으로 이전하겠다는 미군의 말도 듣지 않고 한큐에 처리하겠다고 평택에 군병력 와장창 들여보내서 난리 굿판을 벌인 노무현은 배후조종 받은 것이 아니고 자주적으로 그짓 한 건지 그거 궁금하다.

 

그러면서 열우당, 민주당 등 한나라당에 반대되는 세력과 통크게 함께 하자는 것이 이 당원의 바램이신데, 사실 이거 좀 뜬금없은 이야기다. "6.15선언의 계속적인 실천"을 위해서 그렇게 하자는데, 대체 6.15선언, 그게 도대체 뭔 의미를 그렇게 가지고 있나? 솔직히 기회가 좀 생기면 이거 가지고 판 좀 벌려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6.15선언이 김대중과 김정일이 만나 원샷한 의미 이상 별로 없다는 판단이다. 어쨌든 건 그렇고, 민주당과 열우당이 6.15정신을 가지고 굿을 하던 떡을 먹던 그건 내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여기 대고 엉켜붙어서 그 이유만으로 "반한나라당 연합"할 이유가 없다. 왜? 반한나라당만 이야기하면 동지가 되는 건가? 적의 적은 동진가? 그런가?

 

솔직히 이번 지방선거, 밤새가며 정책짜고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는 동지들을 보면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표면적으로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들은 표를 얻을 것이고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열우당은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고, 민주당 역시 지역정당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거다. 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반한나라당 연합"같은 얼토당토 않은 구호 남발할 시간에 차라리 비정규직 철폐, 차별철폐, 전략정 유연성 폐기 등 자기 색깔 분명하게 나올 수 있는 구호를 가지고 두터운 지지층을 확보하는 계기로 이번 선거를 활용해야 한다. 오히려 그것이 민주노동당으로 더 많은 민중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방법이 될 것이다.

 

좀 실질적으로 상황판단을 해주면 좋겠다. "반한나라당 연합"이 설령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한나라당과 상표만 다른 상품인 열우당 밀어주는 꼴밖에는 되지 않는다. 똑같은 놈 밀어주려고 똑같은 놈 때려잡자는 이 이상한 모순구조를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들, 꿈 좀 깨주시기 바란다. 이러니 열우당 2중대 소리 계속 나오는 거 아닌가? 언제까지 열우당 2중대에 만족하면서 살텐가? 내년 중순이면 산산조각 날 열우당을 위해 그 어리버리한 2중대 노릇, 계속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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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7 16:29 2006/05/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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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 닭은 닭이다. 사람의 뇌구조로 평가하지 마시라.
    2. 열우당이 안 받아줘서 민주노동당 온 닭들에게 꿈꾸지 말란 말 해봐야 무신 소용 있다고 열내시나.

  2. 반한나라 연합이라...이거이 열린우리당 선거구호로 딱이네요..
    갈수록 민주노동당도 '너네 당'으로 생각되어지니, 당원의 한 사람으로써 스스로가 딱한 노릇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

  3. 대표까지 그런 소리를 하니 놀랍기만 합니다...

  4. 헐... 또 그렇게 되는군요 >_< 내년에 당에 가입하려고 생각중인데 갈 수록 겁나네 >_<; 개인적으로 6.15 선언은 의미가 있다 싶기도 하지만... 웬지 그 당원이 썼다는 글 읽어 보면 좀 아닌거 같기도 하고;; (너무 뻥튀기 했달까요? ;; ) 거참;;; 가서 다시 읽어 보든지 해야겠군요 >_<: 무셔;;

  5. 단골메뉴가 왜 안 등장하나...싶었습니다. ㅜ.ㅜ "혹시나"는 항상 "역시나"로 끝나는....

  6. 어제 영화를 봤는데요, <블레이드2>라는 영화였습니다. 뱀파이어 때려잡자고 뱀파이어와 손을 잡는... 그 영화가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뱀파이어들 잔치에 가서 한몫 챙기려다 뱀파이어들 먹잇감이 된다는 사실을 참 모르는 것 같군요!!!

  7. 말걸기/ 음... 역시 그런 건가... 난 요즘 여기서 한 1~2년만 더 일 하고 나면 양계장을 차리는 것이 어떨까 궁리 중. 닭들 키울 자신이 부쩍 부쩍 늘어가는 요즘 ^^;;;

    산오리/ "지방정권교체"라는 구호가 열우당과 민주노동당이 어찌나 똑같은지요. 하도 난리를 쳤더니 지금 대놓고 이 구호를 날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풀소리/ 저도 좀 착잡하네요...

    에밀리오/ 6.15가 가지는 의미를 완전히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닌데요, 너무 과대포장되어있는 건 사실이죠. 어쨌든 뭔가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큰일이네요...

    홍실이/ 이젠 그 단골메뉴 빨리 좀 떼어야 할텐데요... ^^;;;

    이재유/ 여기 짝퉁들은 뱀파이어들도 별로 안 반기더라구요... ㅎㅎ

  8. 위의 글을 쓴 당원은 예전에 단독비행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했던 이인데, 주체사상을 옹호했다가 구속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사상의 자유를 내걸고 석방 서명을 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그런데 여전히 반한나라당이라니... 쩝...

  9. 새벽길/ 예, 그분인데요. 사실 저는 지금까지 그분이 주체사상을 옹호했다고 생각하진 않구요, 설령 옹호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에서 논쟁하던 것을 이유로 국가보안법 적용하는 거보면서 어이가 없었죠. 지문날인반대운동을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여간 좀 기분이 찝찝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