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링'이라고 들어나 봤나?

공사장 도박판에서 판 키우는데는 순서가 있다.

화투로 칠 경우 고스톱 -> 짓구 땡 -> 섯다 -> 짤짤이...

카드로 할 경우 포커 -> 훌라 -> 짤짤이...

왜 항상 끝이 짤짤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짰든지간에...

 

 

항상 맨 끝엔 짤짤이로 끝난다.

둥글게 말아 쥔 두 손 사이에서 동전들이 짤랑 짤랑 흔들리는 소리가 나다가 한 손으로 움켜쥔 몇 개의 동전이 3진수 중 어느 것이냐를 맞추는 놀이 짤짤이. 손 안에 돈을 움켜쥐는 행위를 "접다"라고 하고 여기에 판돈을 거는 행위를... 당연히 "건다"라고 한다.

1, 4, 7, 10... 수열로 나가면 이 놀이판 용어로 "으찌"

2, 5, 8, 11... 수열로 나가면 이 놀이판 용어로 "니"

3, 6, 9, 12... 수열로 나가면 이 놀판 용어로 "쌈"

뭐 눈치 챘겠지만 으찌, 니, 쌈은 일본말 이찌, 니, 싼의 조선 사투리다.

 

접을 때 선수들 중 일부는 동전소리가 나지 않게 손바닥을 비비면서 동전을 움켜쥔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신성한 짤짤이의 정신을 손상하는 비겁한 행위이다.

짤짤이의 도는 이렇다.

둥글게 동전을 말아 쥔 양 손은 우주를 형상한다.

그 우주 안에서 동전으로 상징되는 온갖 만물을 상징한다.

그 만물은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것이다.

그래서 손바닥을 부비듯이 동전을 말아쥐면서 소리를 내지 않는 행위는 사망의 행위요, 비겁한 행위인 것이다.

 

아무튼 이 짤짤이 용어 중에 "오링"이라는 용어가 있다.

뭐 사실 이 "오링"이라는 용어는 모든 도박판에서 널리 쓰이는 도박판 상용어이다.

다 꼬나 박았다는 의미인데, 역시 눈치들 챘겠지만 이 "오링"이라는 말은 미국말 "all in"의 조선 사투리이다.

 

이 용어를 사용하는 용도는 이러하다.

가진 밑천이 다 드러났을 때, 남은 돈을 모두 걸면서 "오링났다"고 한다.

메너상 한 넘이 오링 선언을 하면 다른 넘들은 그 이상 판돈을 키우지 않는다.

뭐 X같은 넘들 만나면 손꾸락이라도 잘라라, 아님 죽던가(판에서 빠지던가)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도박이던 연애질이던 파트너를 잘 만나야 하는 거다.

 

원래 도박은 밑천이 두둑해야 상대방 기를 죽이면서 달려 나갈 수 있다.

밑천 얇은 넘은 언제 오링 날지 몰라 판돈 커지면 손이 잘 안나가기 때문이다.

밑천이 두둑한 넘은 망통끝발 가지고도 장땡한테 개기는 거고, 노페어 가지고도 스티풀에 개길 수 있다.

 

하지만 도박판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패를 읽는 능력, 다음 패의 면밀한 예상, 내가 쥔 패의 족보상 위치, 이런 것들이다. 짤짤이에서는 귀로 듣는 능력, 소리가 연출하는 우주의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 이런 것들이 요구된다. 도신이라는 짱꽤 영화에서 주인공의 귀때기가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능력이 최고조에 이른 사람의 신기를 상징하는 장면인 것이다.

 

어쨌든 도박에 모든 인생을 걸고 자기 밑천 돌아보지 않고 덤비는 사람들의 말로는 패가망신이다. 가끔은 뻥카가 통할 때가 있다. 밑천 얇은 넘이 뻥카로 몇 판 따면 기가 올라서 상대방의 패를 보지 못한다. 기어코 오링 날 때까지 덤비고야 마는데 그러다가 패가망신은 물론이려니와 말로가 슬퍼지게 된다. 쉽게 이야기하면 거지꼴 난다는 말이다.

 

요즘 노무현 하는 짓을 보면 딱 "오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밑천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상황에서 질러댄 두 번의 뻥카가 대박을 터뜨리는 바람에 이제 겁대가리가 없어진 초보 노름꾼의 모습이 노무현에게서 보인다. 하긴 이 초보의 뻥카에 말려 진짜 오링난 넘들도 몇 있는데, 그건 전적으로 그네들의 두뇌구조가 닭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재미를 본 노무현, 또다시 밑천도 없이 신행정수도 운운하면서 재신임을 거론한다. 그리고 크게 외치고 있다. "오링~~!!"

 

지금이라도 패를 접고 들어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모진넘들 넘쳐나는 정치판에서는 메너 좋게 "오링" 선언에 맞춰 판돈 제한하는 순박한 도박꾼들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 손목을 자르던가, 전답문서를 가져오든가 하라고 윽박지를 것이다. 그걸 무시하고 계속 오링 외치다가는 패가망신이다. 거지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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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4 13:41 2004/07/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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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6/10/18 12:44
    Subject: 바닥패

    행인의 ['오링'이라고 들어나 봤나?] 에 어느 정도 관련된 글. 요즘 타짜라는 영화가 뜬다는데, 떴다는 영화와 인연이 별로 없는 행인은 이 영화도 아직 볼 계획이 없다. 허영만 원작의 타짜는 이

  1. 짤짤이 할 때 나오는 오링이란말의 어원이 뭔지 몰랐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올인이라는 드라마를 보고서 그 오링이 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절라도에서는 어찌니쌈 이 아닌 뺑돌쌈이라하지요.

  2. 방우 동기중에 기막히게 짤짤이를 하는 동기가 있었는데 동전을 한 40개 쥐어도 두어번 흔들어 보면 자기손에 쥔동전에 몇개인지 아는 놈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분대장교육가서 다른부대 얘들과 밤새 짤잘이를 하는데 30만원을 넘게 따드라구요.

  3. 그때도 오링이라는 단어가 남발되고 몇몇은 오링나서 몇일간 돈한푼없이 남들에게 얻어먹으며 분대장 교육을 받는걸 봤습니다.

  4. 직장 다닐 때 짤짤이 하느라고 한 달 월급+보너스 날린 선배가 있었습니다.
    개평받아가지고 밤새 쏘주 퍼먹으면서 "나 오링 났다..." 이러고 앉아있었죠. 물론 담날 돈 딴 사람 불러놓고 잘 얘기해서 왠만큼 돌려주도록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