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는 게 보약이라니껜두루~~!!
섭생에 신경쓰기로 하고 꼭 그렇게 실천하자고 맘 먹었던 행인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부지런하고 능력이 있어야 하는 거다. 게을러 터져서 자취방 청소조차 하지 않아 폭탄맞은 것처럼 해놓고 그냥 꾸역꾸역 살아가는 행인이 섭생에 신경쓴다는 것 자체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 선언이었는지도 모른다.
행인의 게으름은 이런 거다. 방 청소는 결국 이사갈 때 한다... 짐정리가 곧 청소인 셈이다. 행인의 평소 하고다니는 몰골을 아는 사람들은 대충 상상이 갈 것이다. 행여 행인의 집에 놀러오겠다는 발칙한 생각들은 접어놓으시기 바란다.
그나저나 다른 사무직 노동자들의 매일같은 걱정거리에서 행인 역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늘은 또 뭘 먹을꺼나... 하루 살면서 사실은 가장 행복해야할 고민인데 일상이 되어버리면 그것도 그냥 일처럼 되어버린다. 먹는 일... 하지만 말이다. 먹을 때만은 무조건 즐겁고 행복하게 먹어야 한다. 그 먹거리가 입맛에 별로 맞지 않더라도 말이다. 맛에 대한 평가는 그저 평가일 뿐이다. 내 뱃속으로 무엇이 들어가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그거 하나만으로도 지극히 감사해야할 일이니까.
그래도... 간사한 인간의 심성으로 고백하건데 기왕이면 맛있는 걸 먹고 싶은 거다. 그래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기도 하고, 누가 어디 갔는데 거기 음식이 참 맛있더라는 이야기라도 하면 함 가보고 싶은 그런 맘이 생기는 거다.
당사에서 순복음교회 방면으로 한 블럭 가면 대각선방향에 순대국밥 집이 있다. 건물공사중이라 얼핏 보면 잘 안보이는데, 순대국밥 파는 집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가게 바깥은 세련되게 꾸며놨다. 뭐 물론 안으로 들어가면 그냥 밥집이다.
이 집에서 내오는 순대국밥은 일단 독특한 순대로 승부가 이루어진다. 당면과 돼지 피를 섞어 인조창자에 집어 넣은 그런 시커먼 순대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찹쌀과 갖은 야채, 갖은 양념을 잘 조절하여 진짜 돼지창자에 집어넣어 만든 구수하고 담백한 순대가 벌써 차원 높은 순대국의 진면목을 과시한다.
주로 곱창이나 기타 내장기관을 넣어주는 다른 순대국과는 달리 잘 익힌 고기들이 나우 섞여 있고, 여기에 보기만해도 고소할 것 같은 창자쪼가리들이 더해진다. 근데 어째 음식소개하면서 창자니 내장이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게 쬐께 거시기하긴 한데... 암튼 재료가 풍성하면서도 그 질이 우수하다.
거기에 마지막 한방이 있다. 잘 갈은 들깨로 만든 국물이다. 뽀얀 국물을 처음 보면 마치 설렁탕을 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국물을 마시면 이게 또 고소하고 시원한 것이 그럴싸한 맛이다. 보통 고추장 다대기를 풀어 얼큰하게 먹는 순대국과는 달리 이 국물은 새우젓 좀 넣고 그냥 마셔야 그 진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두 종류의 김치가 중심이 된 밑반찬도 깔끔하다. 김치 두 종류에 마른 김, 그리고 다른 반찬 하나 달랑 나오는 거라 찬이 넘 부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순대국 맛이 좋아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연세드신 두 아주머니가 상을 내는데, 동작은 좀 느려도 정성이 담뿍이다.
맛있는 순대국... 낼 점심은 순대국을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