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보셨나요?

간만에 여주 어느 산골짜기에서 바라본 하늘에는, 아 글쎄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는 거 아닌가? 지난 밤 그 맑은 하늘 위로 별이 촘촘하게 떠 있었고, 그 창공의 가운데로 뿌연 은하수가 지나고 있었다. 그 감동이란...

 

어릴적 시골에서는 언제든지 은하수가 보였다. 그 당시만해도 울 시골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청량리에서 차로 불과 2시간여밖에 걸리지 않는 그런 곳이었는데도 행인이 국민학교 3학년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래서 구름이라도 빽빽하게 낀 밤이면 "칠흙같은 어둠"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그런 곳이었다.

 

하늘이 맑은 날이면 밤마다 은하수를 볼 수 있었다. 빛이 나오지 않는 시골의 밤.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깊은 산중. 까만 산과 까만 집들이 희끄무레하게 보이고, 간혹 호롱불이나 남포불을 켜놓은 저 건너편 어느 집에 들창이 환한 그런 곳. 마당에 멍석 깔고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거기엔 어김없이 은하수가 있었다.

 

별똥별도 무수히 보았다. 별똥별 크기가 지금 어쩌다가 하늘에 보이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색깔도 형형색색으로 선명한 별똥별이 후떡 지나가면 어린 아이들끼리 저것이 별똥별이다, 아니다 혜성이다 하면서 떠들기도 하고, 희한하게 대여섯개의 별똥별이 무리를 이루어 하늘을 가로지르면 그게 별똥별이다 UFO다 하면서 서로 우기기도 하였던 그 때.

 

얼핏 보면 은하수는 흡사 구름이 끼어있는 듯이 하늘을 질러간다. 그것이 별들의 무리라는 것을 알았을 때 너무나 신기했었다. 누가 이야기해주었던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행인보다 나이 많은 누군가가 은하수는 별들이 모여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 할머니는 은하수를 보며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해주셨었고, 칠석날 밤이면 까치와 까마귀가 저 은하수로 날아가기 때문에 땅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렇게 행인의 어린 날 한 귀퉁이를 아름답게 수놓았던 은하수를 언제부터인가 잊어버리고 살았다. 밤하늘의 별이 너무나 많이 사라져버렸음을 알면서도 서울의 하늘에서 가끔 보이는 별들만으로도 행복했다. 거기에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달님까지 있으면 그것으로 대만족이었다.

 

그러다가, 어제 밤 은하수를 다시 보았다. 달은 못보았지만... 고개를 뒤로 젖히고 은하수를 바라보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리고 이제 또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그 은하수를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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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4 19:00 2004/08/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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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마디로 말하면 쌀가마니 채로 별이 떨어진다는 그 은하수.... 고향집과 지리산에서 본 이후 보이질 않는다. 아! 그 많은 별들을 왜 숨박꼭질 장난으로 몰아넣는가? 밤하늘 별자리들이 그립다. 좋겠습니다, 쌀가마니 채로 별들 보고와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