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돌이와의 추억...

포돌이라는 희한하게 생긴 캐릭터가 우리 경찰을 자랑하고 있다.

얘가 포돌이다...

 

생긴 것이 전형적인 2등신다. 즉, 대가리와 목 이하의 신체사이즈가 같다는 이야기다. 이런 종류의 신체사이즈를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생물이 올챙이다. 근데 올챙이는 앞다리가 쑤~욱, 뒷다리가 쑤~욱하면서부텀 개구리가 되고, 개구리의 경우 대가리와 몸통이 어디서 구분되는지 파악할 수가 없게 된다. 근데 포돌이는 앞다리가 쑤~욱, 뒷다리가 쑤~욱 나와 있는데도 2등신의 신체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생명체들은 보통 직립보행을 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직립으로 돌아다니는 생명체는 대표적으로 인간이 있고, 캥거루가 있고 새들이 있다. 그런데 새들은 앞다리 자리에 다리 대신 날개가 있고, 캥거루의 경우는 엄청 긴 꼬리를 가지고 있다. 일부 고릴라나 침팬지 종류들이 두 다리로 걷는 형태를 보이고는 있으나 포돌이 처럼 허리를 곧게 펴고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 것은 아니고, 이 짐승들은 두 다리로 걷는 시간보다도 네 발로 기거나 네 발을 이용해 나무를 오르는 현상을 더 많이 보인다.

 

사람같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2등신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손가락이 세 개이고, 귀가 앞쪽으로 쏠려있다. 얼굴의 반이 눈이고 코는 개코와 같은 형태로 되어 있으며, 콧구멍은 아래 박혀있는 관계로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 포돌이는 이빨이 없다. 그 외에 독특하게 생긴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원래 이 캐릭터는 이현세가 상상력을 동원해 귀엽고 깜찍하면서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모습으로 만들다보니 이런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암튼 이렇게 생긴 생명체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첨에 이 포돌이를 보고 이게 미키마우스 동생이냐, 원숭일 그린 거냐 의견이 분분하였다만 상상으로 이루어진 캐릭터라는 것이 알려진 후 별다른 논쟁이 붙질 않았다. 그런데 상상력을 동원한 것 치고는 영 딸리는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쫌 딸리기는 해도 뭐 경찰서에 포돌이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저정도면 그럭 저럭 봐줄만은 한 편이다. 대가리가 모여라 꿈동산인 포돌이와 방을 같이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 큰 대가리와 박치기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지가 어떻게 생겨먹었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냥 서로 소 닭쳐다보듯이 살면 그만이다.

 

근데 현실에서 돌아다니는 우리들과 똑같은 신체구조를 가진 포돌이들은 가끔가다가 완전히 정떨어질 일들을 하고 싸돌아다닌다.

 

전투경찰 포돌이

 

방석모와 방패, 곤봉을 들고 있는 저 포돌이 발 아래에는 "우리는 국민과 하나"라고 씌여있다. 그랬으면 좋겠다만은 실제 쟤내들이 국민과 하나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이렇다.

 

 

국민과 하나된 모습, 좋잖아~~. 저들의 무릎과 국민의 등짝이 하나로 합쳐진다. 저들의 주먹과 국민의 대갈빡이 하나로 합쳐진다. 저들이 서 있는 아스팔트 위로 국민은 자빠진다. 하나의 아스팔트 위에서 신체의 일부가 하나로 합쳐지는 이 단결의 모습. 그래서 저 귀여운척하고 자빠진 포돌이녀석은 "우리는 국민과 하나"라고 조잘거리나보다.

 

 

포돌이와 함께할 미래의 추억

 

포돌이라고 해서 이렇게 얄미운 넘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외롭고 힘겨운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면서 시민들을 위해 애쓰는 포돌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항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건의 현장 속에서 모든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그 와중에 흉악범에게 불의의 습격을 당해 목숨을 잃기도 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도 한다. 최근 사망한 두 형사의 경우가 그렇다.

 

이렇게 힘들지만 굳굳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경찰이 있는가 하면 한 쪽에서는 이들의 희생을 빌미로 자신들의 권위를 세우는데만 급급한 인간들 역시 있다. 총기상시휴대와 불심검문거부자처벌 등을 이야기하는 높은 곳에 앉아 있는 늙은 포돌이들이 그들이다.

 

총기휴대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엄격한 통제 하에서 경찰은 총기를 휴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번에 일어난 사고의 경우 바로 지근거리에서 범인이 갑작스럽게 칼을 휘둘러댔는데, 같은 경우 총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두 형사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쓰러진 두 형사가 가지고 있던 실탄이 장전되어있는 총기를 이 흉악범이 훔쳐 달아났더라면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불심검문에 불응하면 처벌한단다. 지금이 박정희시대냐, 전두환이 시대냐. 그 뭣같은 시절을 거치면서 경찰이 발전했다고 평가받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불필요한 불심검문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이건 불심검문과 끊임없이 투쟁했던 인권운동가들의 노력이 포함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화된 시대와 함께 경찰 역시도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경찰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물을 저 높은 곳에 앉아서 탁상시계나 쳐다보고 있는 노회한 포돌이들 일부로 인해 반납하고, 경찰민주화의 시계를 20년전으로 되돌리려고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기가막힌 노릇이다.

 

할배 포돌이들은 쓸데없는 생각 말고 강력계 형사들 처우나 와장창 개선해주라. 수당도 현실화 해주고, 전문적인 강력사건담당자 교육을 위한 투자도 왕창 좀 해주라. 사람 모자란다고 징징 짜지좀 말라. 사람 없다고? 이거 개소리다. 포돌이들이 개소리하면 이건 뉴스가 된다. 함 따져보자.

 

지금 전국에 공안담당하고 있는 경찰이 2000명이 넘는단다. 이 경찰들 지금 할 일이 없어서 기껏 하는 일이 국가보안법 위반자 만들기 놀이다. 일 안한다고 욕처먹을만 하면 과거 행적 다 뒤집어내서 국보위반사범 몇 명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쓸모없는데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겠는가? 얘네들 2000명 강력계로 발령 내주라. 낼 모레 없어질 국가보안법 유지하기 위해 일도 안하는 인간들 밥처먹이지 말고 말이다.

 

또 있다. 지금 전국에 전경이 몇 명인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왜 새파란 청춘들 데려다가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인간백정으로 사육하나? 얘네들 죄다 방범 순찰직으로 돌려봐라. 대번에 소소한 사건 확 줄어든다.

 

총기 소지조건 완화나 불심검문강화 등의 조치는 실제 범죄를 줄이는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발생한 범죄를 처리하는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예방적 조치로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다. 사회안정을 위한 조치는 예방이 첫째고 사후조치는 둘째다. 이 순서를 까먹고 앞인지 뒨지도 모르고 설레발이 치는 포돌이들은 월급받아먹을 가치도 없다.

 

대가리가 몸보다 크다는 것은 뇌 용적이 크다는 이야길 거다. 물론 뇌가 크다고 똑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용량 충분한 뇌를 이용하지 않고 잔뇌만 굴리는 짓은 별로 영양가 없는 짓이다. 국민의 안녕을 보장해야할 위치에 있는 경찰이 모여라 꿈동산 놀이만 하고 있으면 그거 참 웃기는 짓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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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2 23:17 2004/08/1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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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4/08/12 23:47

    이 글은 행인님의 '포돌이와의 추억'에 트랙백 되어 있습니다. 도저히 글 쓸 의욕은 안 나므로 예전 91년에 나우누리에 올렸던 글 약간 수정해서 올려봅니다. 아마도 88년부터 지금까지

    • Tracked from
    • At 2004/08/16 22:50

    경찰버스 위에서 시위대와 찐하게 한판 붙고 다치지 않았다고 안도하며 한까치 피는 담배맛이란 어떤 걸까요. 행인님 말대로 이들이 시위 현장에 있기보다는 순찰에 투입되어야 할텐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