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몸은 알고 있다

게으른 남성들이 가끔 하는 말 중에...

 

내가 한 두어달 운동하면 권상우만큼은 몸 나오지...

쥐뿔...

 

각잡힌 몸땡이에 대한 로망은 굳이 마초가 아니더라도 많은 남성들의 머리속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이상과는 달리, 먹고 사니즘에 정신을 팔다가 어느 순간 돌아본 자신의 몸은, 배만 뽈록 나오고 팔다리의 근육은 어디론가 실종되고, 술과 담배에 쩔어 거무튀튀하게 변한 얼굴과 무좀, 치질 등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의 몸, 그게 현실이다.

 

각잡힌 몸땡이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나게 살기 위해서라도 짬짬이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땀을 몇 사발 흘리고 난 뒤의 상쾌한 기분은 다른 모든 일에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게 하는 활력소가 된다. 외관상 드러나는 몸은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서 바로 잡히는 것도 아니다. 풀코스를 시원하게 내달리는 마라토너 중에도 뱃살이 넘실거리는 사람 매우 많다.

 

어쨌든 활력있는 하루를 위해 오늘 한 번 달려보자꾸나...

 

 

10월 26일

 

#1. 컨디션

어제 한 달 동안 붙잡고 앉아 있던 일이 끝나서 기분은 기냥 조쿤하... 저녁 9시쯤 잠이 들어 새벽 2시에 기상. 기분 좋게 잠들었는데 꿈자리는 왜 이리 뒤숭숭 하냐... 암튼 일어나서 오늘 있을 노조관련 토론회를 준비하다가 여의도공원으로 go go~~

 

#2. 몸풀기

푸쉬업 40회. 이게 그냥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거면 아직도 한 백개는 할 수 있을 거 같다는...ㅡㅡ;;

평균 속도로 몸을 내리고 그 두 배 이상 시간을 들여 천천히 몸을 올린다. 40개 했더니 어깨가 빠지는 거 같다. 진짜 왕년 생각 난다...

 

윗몸 일으키기. 이건 아무리 해도 배가 땡긴다. 윗몸 들기, 아랫 몸 들기, 몸 비틀기 해서 도합 한 50회 하고 났더니 배도 배지만 뒷골은 왜 땡기고 쥐랄이냐... 아, 힘은 들지만 보람차구나 생각하고 일어나자 마자 어떤 할아버지께서 그 자리에 앉으신다. 그리곤 매우 희안한 자세로 윗몸일으키기 실시. 좌우 상하 마구 흔들어대시는데, 아무리 봐도 칠순은 넘었지 싶은 분이 저런 힘든 동작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다뉘... 쩍팔려서...

 

스트레칭 15분. 다른 건 모르겠는데 골반이 뻑적지근 하다. 쥐도 올라올라고 그러고... 흐...

 

#3. 달리기

런닝하듯 숨 안 찰 정도로 천천히 8km 구보. 속도를 내기보다는 지구력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지구력이 너무 떨어졌다는 것은 10km를 제 속도로 완주하기 어려울 정도의 몸상태가 말해준다.

 

그러고 보면 이 몸이라는 것이 참 희안한 도구다. 자글자글하게 뇌에 주름이 지면서 이성이라는 것이 육체보다 우위를 점하게 된 순간이 언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몸은 저절로 반응하게 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뒷편에 약간의 경사가 진 구간이 있다. 여의도 빠져나가는 길목에서부터 당산철교방향으로 약 250m정도 계속되는 이 구간은 경사가 한 5~10도 정도 져 있는 아주 완만한 코스다. 몇 km를 뛰던 아무튼 이 구간은 반드시 지나가게 되어 있는데, 당산철교방향으로 갈 때는 내리막이지만 다시 돌아올 때는 오르막이 된다.

 

경사도가 워낙 완만하기 때문에 평소 걸어다닐 때는 전혀 그 경사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달리기를 할 때는 어느 순간 몸이 반응을 한다. 즉, 당산철교방향으로 달려갈 때 이 구간에 접어들면 갑자기 편안해 지는 거다. 같은 속도로 달린다 싶으면 어느새 속도가 빨라져 있다. 페이스 조절을 위해 속도를 조금 줄이면 아주 편안하게 달릴 수 있게 된다. 이 구간에서 1차 숨고르기를 할 수 있다.

 

반대로 U턴을 해서 다시 여의도 공원으로 돌아올 때는 이 구간이 꽤 힘들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오르막에 들어서는지 모르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상당히 힘들다는 느낌이 저절로 머리를 친다. 그러고 보면 예외 없이 바로 그 구간이다. 경사가 조금 되는 구간은 미리 아, 저기는 오르막이니까 이러저러하게 뛰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여기는 눈에 보이는 경사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자주 까먹게 된다. 그걸 모르고 아니 왜 속도가 떨어지는 거야, 이러면서 괜히 속도 맞추려 하다보면 초짜들은 오버페이스를 하게 된다.

 

오늘은 아주 편안하게 달렸다. 속도에도 신경을 쓰지 않은 데다가 왠지 코스에 집중하게 되면서 미리 미리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8km 완주에 48분 소요. km 당 6분 정도 걸렸다. 최대치의 60~70% 정도로 페이스를 조절한 것 치면 그럭저럭 가능성이 보이는 속도다. 그나저나 지구력은 정말 문제다. 숨은 차지 않는데, 다리가 아직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4. 평가

평가는 오늘로 마지막. 앞으로는 평가를 따로 할 필요가 없겠다. 마지막이라고 해서 뭐 특별하게 평가할 건 없다. 앞에서 다 평가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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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6 09:07 2006/10/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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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훌륭하삼~! 우리 행인..^^ 이뽀이뽀~~

  2. 와우 마라톤..저 이거 하고싶은데!

  3. 저도 어제 밤에 혼자 나가 1시간동안 걷고 스트레칭으로 마무리. 집에 들어와 따끈한 물에 샤워... 짧지만 숙면하고 오늘하루, 너무 상쾌한 기분으로 go go 하고 있습니다. 화이링~

  4. 등산도 건강에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만서도... 질문... 서울에서 달리기 해도... 건강에 지장이 없는 겁니까? O.o;;

  5. 와우 열심히 운동하시는군요. 저도 작년엔 좀 열심히 했는데 올해는 너무 바쁘니까 쉽지가 않네요. 꾸준히 해야 하는데..

  6. 저도 내년부터 다시 야구나 시작하려고 ... 서서히 몸만들기를 하고 있는데 ... 여기 저기 안아픈 곳이 없다는 ... 게다가, 조금만 뜀박질을 해도 헉헉 숨차오른다는 ... 담배를 줄여야하는데 ... 쩝 ...

  7. 행인은 배는 볼록 나왔어도 팔다리가 부실해뵈진 않던데..ㅋ

  8. 멒/ 땡큐~~!

    쥬느/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행인도 할 수 있는 거라면 이 세상 누구라도 할 수 있습져.

    간 질환자/ 오오... 이런 건강법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는데요.

    에밀리오/ 등산 쵝오~! 마라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운동이자 최고의 수련법입니다. 그나저나 서울에서 달리기 하는 것이 건강에 지장이 있는지는... 저도 확답을 드리기가 어렵네요... 쩝... (뒌장, 이넘의 서울을 언제 탈출할 수 있을런지...)

    와니/ 아, 바쁘실텐데 이렇게 왕림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그 왕성한 활동력은 어떻게 나올 수 있는 겁니까? 개인적으로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좀 갈켜주심이...

    손윤/ 오호... 야구... 숨이 차는 거는 계속 뛰다보면 어느새 적응을 하게 되더라구요. 조금 천천히 뛰어보는 것은 어떨지요 ^^;;

    괭이/ 다리는 튼실! 팔은... 글쎄염...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