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꾸준한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다...

달리기를 다시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불과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맘처럼 진행이 되질 않는다. 중학교 땐가, 한 선생님이 했던 말씀이 있었는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아도 아마 이런 말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엉덩이로 공부하는 애를 머리로 공부하는 애가 못이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살다보니 꾸준한 사람이 대부분 뭔가 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행인은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항상 꾸준하게 뭘 해야지라는 마음은 먹고 있지만 실제 꾸준하게 뭘 하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달리기도 마찬가지. 사실 지난 일주일 동안 새벽녘 스모그가 너무 심했다. 한 번은 4시 30분 쯤 운동을 하러 당사에서 나가 여의도 공원 앞까지 갔다가 그냥 되돌아 온 일이 있었다.

 

1층 현관을 나가면서부터 계속 재채기가 나오는 거다. 감기에 걸렸나 하고 생각을 했는데,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재채기가 나는 것이 감기 걸린 증상하고는 좀 다르다. 환절기면 발동하는 고질병 비염이 발동한 것인갑다 했는데, 비염이야 항상 달고 사는 거고 환절기에 좀 심해진다 뿐인데 그것도 아닌거 같았다.

 

이 재채기의 원인이 스모그때문이라는 것은 여의도 공원 근처까지 가서 알게 되었다. 안개도 아닌 것이 징글징글한 기운을 뿜으며 온 천지에 내려앉아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뛰었다가는 그렇잖아도 타르와 니코틴으로 범벅이 되어 있을 허파꽈리들이 심하게 꼬여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 결국 뛰지도 못한 채 당사로 돌아와 재채기...

 

저녁 나절에 한 6km 뛴 날이 있었는데, 그넘의 북핵땜에 받은 열로 인해 머리 속이 완전히 엉망진창인 상태에서 달리기를 하다가 그만 오버페이스... 뛰고 났더니 그만 눈 앞이 가물가물해져버렸다. 덕분이 30분이 되지 않는 시간에 6km를 뛰었는데 후유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하여튼 성질머리 하고는...

 

일요일 내린 비는 그 와중에 말 그대로 단비였다. 추수를 앞둔 볏단들에게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 간만에 내려준 비 덕분에 오늘 새벽의 공기는 그야말로 청량 그 자체. 한강변의 바람이 달콤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약간 쌀쌀한 느낌이 드는데, 뛰다보니 후끈 후끈. 그래도 내일부터 뛸 때는 장갑에 긴팔 정도는 챙겨입는 센스를 발휘해야겠다.

 

10월 23일

 

# 컨디션

역시 홀라당 밤을 샌 직후.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료를 넘겨야 한다. 이주일이 넘게 끙끙거렸는데... 어쨌든 몸이 별로 쳐지는 느낌은 없고, 오히려 가벼워진 느낌. 왜 이런 일이...

 

#2 몸풀기

약 15분간 스트레칭. 윗몸일으키기 실시. 윗몸일으키기는 보통 하듯이 무릎을 굽히고 누운 상태에서 상체를 무릎까지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니라 복근에 힘만 주는 식으로 진행. 다리를 90도 각도로 하여 허벅지는 바닥과 수직으로, 종아리는 바닥과 수평으로. 먼저 엉덩이를 위로 드는 운동 10회... 콩팥에 무리가 가는 듯...

 

다음으로 복근을 이용해 상체를 30도 정도 들어주기. 명치가 찢어지는 것 같다... 윗몸일으키기가 이렇게 힘든 것일 줄이야... 이걸 또 10회 반복. 다음으로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왼쪽 상반신 들어주기. 형용못할 고통이 엄습. 역시 10회. 다음에는 위치를 바꿔서 다시 10회. 역시 형용못할 고통이 엄습...

 

원래 이걸 4세트에서 5세트 정도 반복해줘야 하나 창자가 꼬이는 듯 한 느낌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 아 쩍팔려...

 

다음으로 팔굽혀펴기. 원래 이것도 천천히 세트를 나누어 해야하나 오늘은 기냥 슬로우 모션으로 20회만 실시. 사실 근육운동에는 별로 취미가 없어서리...

 

# 달리기

역시 당산철교방면 달리기. 한동안 운동을 안 해서인지, 스트레칭 하는 동안 허벅지에 통증. 몸을 푼다는 느낌으로 오늘도 6km만 달리기로 결정. 천천히 거리를 늘려나가기로 하고, 최대한 자세를 교정하는 시간을 갖도록 함.

 

달릴 때 어깨가 위 아래 혹은 앞 뒤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데, 아무리 해도 그게 쉽질 않다. 전문선수야 반동이 완전히 자유롭게 이루어지겠지만 초짜 러너 행인은 그래선 안 되고 소비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자세를 정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산철교 앞 푯말 지점에서 U턴.

비온 뒷날이라서일까 아니면 월요일 새벽이라서일까, 한강변 운동로에 사람이 없다. 뭐 그 덕분에 진짜 호젓하게 달릴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서두...

 

여의도 공원 출발지점으로 돌아옴. 총 33분 소요.

 

# 평가

역시나 힘들다...

 

반성하게 된다. 도대체 뭘 했나? 벌써 1년이 지나가는데... 다이어리에 써 놓았던 1년 계획이 아직도 싱싱하게 살아서 불끈거리는데, 계획 했던 일 제대로 된 건 없고 그만 1년이 다 가버렸다.

 

자, 아직 남은 2달. 이제라도 좀 해보자. 1년 12달 중 10개월을 허송했어도 2달만 잘 챙기면 반틈은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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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3 07:36 2006/10/2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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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오 다시 달리기를... 저도 열심히 운동하려구요. 화이링

  2. 고생이 많으십니다요^^. 그래도 저보단 낫네요. 제가 행인 님만큼만 해도 뭔가 달라졌을 텐데...^^...

  3. ㅎㅎ 평가...갑자기 평가 좋아하는 것도 병이라던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네..ㅋ

  4. 제가 11월달 계획으로 술 안먹고 담배 끊고 동네 뛰기 할라구요.

  5. 배트/ 아직 운동 열심히 하고 있죠?

    곰탱이/ 무슨 그런 부끄러운 말씀을...

    괭이/ 진짜... 그러고 보니 직업병인가...

    비올/ 담배 그거 진짜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달릴 때마다 새록새록 하죠. 근데 막상 달리고 나면 제일 먼저 땡기는 것이 담배라뉘... ㅠㅠ

  6. 잠시 헬스클럽 다니다가, 다시 남산 뛰기로 전환 모드 하고 있슴다~ ㅋㅋ 저도 언젠가는 마라톤 함 나가고 싶네여~ ㅋㅋ

  7. patcha/ ㅠㅠ 오늘도 달리기 못했어여... 하지만 며칠 밤 꼴딱 새면서 국감자료 완성했으니 오늘로 시마이~~~!! 이제 낼부텀은 정신차리고 달려볼까합...했는데, 낼 저녁엔 대형사고가 있군요... 쩝... 살짝 귀뜸해 드리면 내일 저녁, 중앙당에서 상근자노조 토론회가 있거든요. ^^ 이제 드디어 노조의 깃발이 올라간답니다. 많은 지지 성원 부탁드립니다.

  8. 아침엔 걷기, 저녁엔 중딩과 대련, 그리고 술과 안주. 머 사는게 이런식이에요

  9. 배트/ 중딩과 대련한 담에 술과 안주... 글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