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부리 코너를 잠정 중단하며...
먹고 싸는 문제가 인류 역사를 발전시켜왔던 동력이라고 생각하는 행인은 언제나 맛있게 모든 음식을 먹으면서 뭔가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또한 기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물론 싸는 이야기를 같이 진행하고픈 생각 없지 않으나 싸는 이야기는 조만간 다른 코너를 마련해 풀어보고자 생각하는 중이다. 어쨌든 그런 전차로 당사 주변의 먹거리들을 나름대로 분석하며 구라를 몇 차례 풀어보았다.
그런데 오늘 갑작스레 지금 행인의 행동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 때문이다. 청와대 앞에서 51일째 굶고 있는 어느 한 스님 때문이다.
한 갸냘픈 몸을 한 스님 한 분이 50일 하고도 하루를 단식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청와대 앞에서 입적승의 다비식이 거행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단식을 멈추었으면 하는 바램마저 함부로 내비치기가 너무 괴롭다. 51일이라는 시간을 곡기를 끊고 자신의 죽음으로 천성산의 생명을 살리려는 이 몸부림에 무슨 자격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단식이라는 것은 극단의 행동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단식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선택을 받았던 가장 격렬한 투쟁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모든 단식이 격찬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가까운 사례로 최병렬이 단식을 할 때, 그의 단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비장한 감동을 느끼게 하기 보다는 그가 먹었던 쌀뜨물이 쉰 것이었느냐 아니었느냐 하는 가십거리의 소재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박종웅이 단식을 할 때 주변 사람들과 내기를 한 적이 있다. 박종웅의 단식이 20일을 넘길 것인가 아닐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김영삼의 영원한 딸랑이 박종웅이 20일을 넘길 경우 기록 보유자인 김영삼이 기분나쁘지 않을 것인가? 주군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박종웅은 20일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행인의 예측이었다. 웃길라고 한 짓이었는데 역시나 그렇게 되었다.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기 직전 김영삼은 박종웅에게 단식을 중단하라고 했다. 어느분의 말씀이라고 거역하랴. 거기서 단식은 끝났다. 주관적으로 엄청나게 진지한 이들의 단식이 객관적으로는 텔레비전 코미디르포그램을 능가하는 희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들의 단식과는 비교할 수 없는 또다른 단식이 지금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저들은 자신들이 죽지 않을만큼만 단식을 하면서 단식을 끝낼 명목을 찾는데 분분했지만 청와대 앞 저 스님은 죽기 위해 단식을 하고 있다. 그깟 도룡뇽이 뭔데 목숨을 내거느냐는 사람들도 있는가보다. 갑갑한 일이다. 그 도룡뇽들의 죽음이 조만간 바로 그깟 도룡뇽 운운했던 사람들의 죽음으로 다가올 터인데, 그 때는 또 무슨 변명을 하려고 하는가.
행인이 주전부리를 중단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저 스님이 단식을 하고 있는 동안 최소한 먹을 거 가지고 중언부언 떠드는 짓거리만이라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가당찮게 스님의 투쟁에 동참하겠다 운운은 하지 않겠다. 다만 미안하고 창피할 뿐이다. 50일 넘게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버젓이 눈 앞에 있는데, 음식 맛이 어쩌니 하는 짓거리를 계속한다는 것은 염치없는 짓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으로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주전부리 코너의 연재를 당분가 중단한다. 혹여나 주전부리 코너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 있다면, 그래서 이 코너가 빨리 살아나기를 희망하는 분이 있으시다면, 지율 스님 좀 제발 살려주세요... 눈물로 호소합니다...
저두 지율스님을 살려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