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구하랏~!

예상했던 바지만 막상 전방위적 "삼성구하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기 이를 데가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노무현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포기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끝내 공수처 운운하면서 물타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예전에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던 그 노무현은 어디로 간 건지 아연할 정도다.

 

특검법이 발효될 상황이 되자 여지없이 검찰은 발빼기를 시작하고 있다. 특검은 특검이고, 검찰은 검찰 대로 할 일이 있을 것인데 하는 꼴을 보면 초록이 동색이라고 떡찰들 감싸기 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도대체 뭐가 문젠가? 검찰이 해야할 일은 명실상부 추상같은 법의 엄정함을 집행할 일이지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다.

 

이 상황에서 드디어 언론이 총대를 메기 시작했다. 이미 술에 술탄 듯 물에 물탄 듯 어기적 거리면서 중언부언 경제가 어쩌구 하던 각 언론사들의 선봉에서, 한국 경제신문의 정규재가 힘찬 함성 내지르며 삼성 구하기 작전의 최전방에 뛰어들었다.

 

한경의 논설위원이자 경제교육연구소 소장이라는 직위까지 겸하고 있는 이 '지식인'이 보여주는 행태는 아전인수, 곡학아세의 전형이다. 한경에 실린 이 사람의 칼럼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규제천국, 비자금은 정당방위다"

 

 

 

포스가 찌리리 하게 전해지는 이 강력한 칼럼은 제목만큼이나 그 내용에 있어서도 매우 직설적인 어투로 삼성보위투쟁을 전개한다. 일단 정규재는 한국의 법제도가 기업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는 전제를 깔고 논지를 전개한다. 그는 "피해갈 수 없게끔 규제의 법망을 거미줄처럼 깔아 놓고 어떤 기업인이든 기어이 범법자로 만들어내고야 마는 것이 한국의 악성 반(反)기업 법제"라고 선언한다.

 

법이 이렇기에 "한국서 사업하는 것은 감옥의 담벼락 위를 걷는 것"이 되어버리고, 기업인은 언제나 "국가 폭력" "세금"을 뜯기고 "권력""등을 치"는 것은 물론, "억지로 갖다 바치고 빼앗기고" 심지어 "법정에 끌려가지 않은 기업인이 없을 정도"인 사회구조가 되었다고 폭로한다.

 

이 상황에서 "아랫동네의 장사치"에 불과한 기업인들은 "애써 키운 재산을 앉은 자리에서 강탈당할 수는 없"기에 "이런 약탈적 규제 천국에서" 살아남고자 "정당방위"차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게 된다.

 

법규범 자체를 강탈을 위한 "약탈적이고도 좌익적인" 제도적 기반으로 설정하고 그 아래서 기업인은 언제나 수탈당하는 존재로 묘사한 정규재는, 양심선언을 한 김용철 변호사를 "사기꾼"으로 매도하고, 이를 도와준 "사제"들과 "시민단체들""저잣거리"에서 "앞다투어 마이크를 잡는" 자들로 전락시킨다.

 

삼성구하기라는 목적으로 전략적 글쓰기를 한 정규재는 "사기꾼" 변호사와 "저잣거리" 사제 및 시민단체들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본 사건과는 전혀 관계 없는 "핵폐기장 문제""한미 FTA"를 끌어들이며 이들의 행위에 대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시각을 조성한다. 그러면서 충고하기를 "다른 사람의 영혼은커녕 진정 자신들의 영혼이나마 돌아보기라도 하는 것인지..."

 

결국 정규재가 하고자 하는 말은 삼성이 뭘 했든 간에 건드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이 간단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정규재가 이토록 구비구비 돌고돌아 법을 이야기하고 실체를 밝히려는 사람들을 매도하고 재벌의 구태의연한 위법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지가 이야기하는 주제 자체가 별로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법률 제도가 기업인을 "기어이 범법자로 만들어내고야 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님을 정규재가 몰랐을리 없다. 아닌 말로 특히나 IMF 사태 이후 국제적인 투기자본들에게 한국만큼 비굴할 정도로 규제완화를 한 나라가 드물 정도로 한국의 법제는 자본가들에게 유리하게 변화했다. 반대로 노동환경의 불안을 가중실킬만한 법제도정비를 통해 노동자들을 비롯해 이 땅에서 생산에 종사하는 임노동자와 서민들은 고용안정이라는 꿈을 접어야 했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이에 항의하던 노동자들, 한국의 법제도로 인하여 "기어이 범법자로 만들어"지고 말았다. 정규재가 제대로 한국의 기업관련 법률을 정리하려 했다면 오히려 이 부분에서 기업들에게 너무나 유리하게 되어 있는 한국의 법제도를 발견하고 놀라워 해야했다. 그러나 상황은 정 반대다.

 

한편으로 "저잣거리""사기꾼" 운운하면서 양심선언을 한 김용철변호사와 그를 도와준 사람들을 매도하는 정규재는 지가 말한 바 스스로 "진정 자신의 영혼이나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이다. 삼성이 조성했다는 비자금의 조성경위는 완전한 위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삼성의 주주와 삼성의 고객, 그리고 삼성의 경제활동을 통해 확보되는 세금으로 수혜를 받아야 했던 수많은 인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중대한 비윤리적 행각이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부당한 행위를 폭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저잣거리""사기꾼"으로 몰려다 보니 정규재는 배운 자가 해서는 안 될 곡학아세를 서슴치 않게 된다.

 

비자금이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위협행위가 비자금을 조성할 수밖에 없었다는 정황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정규재가 든 각종 "위협" 사례는 "삼성"이라는 "기업"을 향한 "위협"이 아니라 족벌경영을 통해 기업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이건희 일가를 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규재가 이야기한 바, "정당방위"로서의 "비자금"은 실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건희 족벌의 사적 용도를 위한 것이고 따라서 정규재의 기업옹호논리는 성립될 여지가 없게 된다.

 

정리하자면 정규재는 마치 과거 박정희 정권이 정권의 안위를 곧잘 국가의 안위로 등치시키던 논리적 오류를 여과없이 반복하고 있는 거다. 국가경제질서를 교란하면서 위법행위를 한 이건희 일가가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 "정당방위"라는 주장은 이 사람의 논리적 작문수준이 얼마나 형편없는가를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가 될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정규재가 "생생~" 뭐시기라고 하는 논술교실의 책임자라는 거다. 이런 논리수준으로 어찌 애들 논술교육을 하고 있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애들 데리고 논술교실까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정규재에게 자라나는 이 땅의 동량들이 뭘 배울지 걱정이 태산이다. 차제에 정규재가 관련되어 있는 논술교실에 자제분들을 보내는 부모들이 있다면 아까운 돈 버리지 말고 얼른 애들 데리고 나오는 것이 상책이다.

 

어쨌거나 이건희 일가는 이제 정관계 요로는 물론 언론사에까지 뿌려놓은 떡들이 제대로 영양가를 발휘하는지를 지켜보게 될 거다. 그 떡이 애초부터 상한 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중독 한 번 일으키지 않고 여지껏 조용하게 있는 것은 아마도 그 떡 얻어 먹은 넘들의 위장이 하이에나의 그것보다 더 튼튼했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하이에나도 살아 있는 짐승, 자꾸 썩은 떡만 먹다보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 중 하나, 배탈난 뱃가죽을 움켜쥐고 떡값은 해야겠다는 굳은 결의로 뭔가 한 마디 하려고 애를 쓰던 정규재가 결국 속쓰림에 울부짖으며 헛소리를 하는 모습을 이건희도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상한 떡은 이렇게 사람들의 뇌수를 갉아먹게 되는 거다. 식은 떡도 조심해서 먹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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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9 14:09 2007/11/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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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넘도 삼성으로부터 돈다발 좀 받겠군요..ㅎㅎ
    글구, 한국경제는 한일년치 삼성광고는 그냥 받쳐놓은 셈이 되겠군여..
    해볼만한 장사지요뭐.

  2. 산오리/ 그렇죠. 본인이 직접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광고 하나는 대박 터지게 받을 수 있겠죠. 그러고보면 곡학아세도 해볼만한 장사인 거 같아요. 에효...

  3. 경제신문들이 조중동 못지않은 꼴통들인 건 알았지만 그래도 좀 너무 하는군요. 조선찌라시는 나름 세련되게 편파적인데 얘네들은 너무 허접하네요. 한겨레에서 학생들 논술공부하라고 새로 발행한 '아하 한겨레'의 한 꼭지를 제 여친이 맡고 있는데 이 인간의 글 읽어 보라고 보내줘야 겠네요. 너무 허접해서 논술 공부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4. 무위/ ㅎㅎㅎㅎ 꼭 한 번 검토를 해보시라고 부탁해 주세요. 한국 논술교육의 황폐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인간이 논술질 하는 거는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

  5. 걔색희...왜 다산칼럼이야...재섭게...

  6. 버럭하는 비올에 한 표, 다산이라니 다산이라니...
    삼성과 관련된 돈이 독립영화제작지원에 스며든 지도 몇 해 되었는데
    이런 문제는 어째야 할 지, 막막합니다.

  7. 비올/ 글게요... 더런 넘덜이 꼭 같다 쓰는 건 그럴싸한 거로 포장한다니깐요... 퉷~!

    나루/ 저도 한 표! 저도 뭐라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그 돈이 이건희의 떡값인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겠어용?(뭔 소린지...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