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식 국문법

'얼짱 국회의원'이라고 알려졌던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현재 대변인. 차분한 어투가 돋보이는 브리핑. 판사출신이라는 배경. 뭐 이정도면 일단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캐릭터로는 다른 의원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다. 그런데 대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경원이 대변인의 입장에서 쏟아내는 말들이 세간의 화제가 되어가고 있는 중. 그의 말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목하 관심 집중이다.

 

나경원 의원 홈피 캡쳐

 

대운하 삽질 기공식이 벌어지면 일등공신 중의 하나로 테잎 커팅을 할 사람으로 꼽히는 나경원 대변인. 이 훌륭한 대변인 덕분에 올해 성탄절, 남한 인민들은 산타 할아버지 대신 "특검 할아버지"를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검 할아버지..."  "특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쥐뿔이나 뭘...

 

'특검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썰매를 타고 올 것 같지는 않다. 크리스마스 시즌 한정 비정규직으로 눈물의 썰매를 끌던 루돌프는 올해 일거리를 찾지 못하게 될 듯 싶다. 루돌프 코에서 분비되는 독특한 형광물질이 빛을 발하려면 앞으로 1년은 더 기다려야 하겠다. 고용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근 100년을 착취당하고 있는 루돌프를 위해 성금이라도 모아야 할 판이다.

 

루돌프의 대목장사까지 빼앗으며 출동하시는 '특검 할아버지'는 나경원 대변인의 작품이다. 17일 국회를 통과한 'BBK 특검법'이 아무짝에도 소용없다는 것을 강조하시던 나머지, 우리의 얼짱 나경원 대변인, 그만 산타 할아버지를 감금하고 '특검 할아버지'를 불러낸 것이다. 그 덕에 일년 내내 산타 할아버지만 기다리며 양말을 만지작 거리던 어린 아이들, 수염도 없는 '특검 할아버지'가 명박이 아저씨만 쫓아다니는 거 보며 분을 삭여야 한다.

 

그러나 나경원 대변인은 '특검 할아버지'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충격적 작품 하나를 더 만들었으니, 바로 '주어가 없는 문장은 무효'라는 새로운 문법을 창안하신 것이었다. 이명박 주연 광운대 동영상 사건을 두고 나경원 대변인은 이 동영상 속에서 들려오는 이명박의 발언은 대세에 전혀 지장을 주지 못한다고 강변하면서, 특히 이명박이 BBK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긴 했으나 그 앞에 "내가"라는 주어가 빠져 있으므로 BBK를 이명박이 만들었다고 할 수 없다는 수준높은 국문법 실력을 보여주었다.

 

노엄 촘스키에 버금가는 새로운 어학이론을 창제하신 덕분에 나경원 대변인, 새로은 닉네임을 얻었으니 바로 "주어(主語) 경원"이 그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순재가 노트북을 보며 "야동~, 야동~"한 덕에 그만 "야동 순재"가 되었듯, 나경원 대변인 역시 그런 방식으로 "주어 경원"이 된 것이다.

 

이 놀라운 문법 창안은 거의 아이큐 430을 자랑하는 허경영과 같은 수준의 아이큐가 아니면 도저히 발상이 불가능한 것이다. 도대체 이 지구상에는 얼마나 많은 안드로메다급 두뇌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예를 들어 행인이 이 블로그에다가 나경원을 주제로 포스팅을 죽 하다가 "주어가 없다고 무효라는 것은 참으로 가금류 수준의 발상을 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을 때, 나경원이 이 글을 보고 명예훼손이니 뭐니 삽질을 하면 이렇게 대답하련다. "가금류 수준의 발상" 앞에 "나경원"이라는 주어가 빠졌으므로 무효! 나는 나경원을 "가금류"라고 한 적이 없다! 나경원 문법의 수준높은 적용이 되겠다.

 

"주어 경원"을 보면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이 왜 지지율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는지 알 수 있다. 이 사람들, 너무 진지하다. 뭐 재미있는 거리를 던져주지 못한다. 그저 이명박 나쁜 넘이에요, 민주주의를 지켜봐요, 이런 이야기만 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라. 대표선수 허경영. 이제 97년과 02년의 아픔을 딛고, 이번 대선을 계기로 1% 득표율 고지를 넘어설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있을 정도다.

 

결국 대세는 코메디. 웃기는 넘이 이번 대선을 먹는다. 이 사실을 즉각적으로 간파한 "주어 경원"! 보라, 얼마나 신선발랄한 안드로메다형 4차원 개그를 선보이고 있는지. 이것이 바로 이번 대선의 진수다. 그리하여 유권자는 방청석을 가득 메운 방청객이 되고, 누가 누가 잘 웃겼나를 보면서 인기투표를 한다. 지금까지 대세는 이명박.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된 위장전술을 구사한 본인은 물론이려니와 신종 문법의 창안으로 장안 네티즌들의 손꾸락을 움직이게 만든 "주어 경원"까지 낱낱이 살펴보면 방청객으로부터 인기를 제법 얻을 조건은 갖추었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한나라당은 차라리 한나라 종합엔터테인먼트(주)로 업종을 전환하고 생쑈의 궁극을 보여주고 있는 각 의원들의 본격적인 무대진출을 도모해야 한다. 잘 되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가장한 뇌물을 안 받아도 될만큼 내실있는 재정확보가 가능하고, 좀 더 노력하면 국민을 웃겨준 공로를 인정받아 수월하게 지역구에서 한자리씩 꿰찰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암튼 "주어 경원" 나경원, 이번 연말연시를 특검 할아버지와 함께 신나게 놀게 되기를 기원한다. 참고로 이 포스팅은 행인이 한 것이 아니다. 각 문장마다 "행인이 쓰기를"이라거나 이와 유사한 형태로 글 쓴 자를 알아볼 수 있는 주어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포스팅은 행인이 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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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8 11:42 2007/12/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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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7/12/23 14:46

    시사평론가의 글은 뭔가 다를줄 알았다. 나같은 일개 블로거 나부랭이가 쓰는 서푼짜리 글과는 격이 다를줄 알았다. 통찰력과 분석력, 진실에 대한 탐구, 거기에 촌철살인의 필력까지...방송과 언론을 통해 시사평론가라는 명함을 내밀 정도면 의당 그 정도는 되리라 생각했었다. 지난 대선 기간중 시사평론가 유창선은 또 다른 조연이자, 방송과 언론을 통해 구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순식간에 정치 카테고리의 블로고스피어를 주도한 파워블로거이기도 하다. 문국현 지지..

  1. 바쁘실텐데 이렇게 압도적 풍자 포스팅을... 역시 대세는 코메디라니깐요ㅋㅋ

  2. 바리/ 이건 뭐 시간 걸리는 일이 아니라서 말입져. ㅎㅎㅎ 그나저나 "주어 경원"이라고 했는데 좀 전에 웹서핑을 하다보내 "내가 경원"이라는 닉네임이 뜨고 있더군요. 호... 작명에 좀 신경을 써야할 듯 합니다. ㅎㅎ

  3. 나와 결혼합시다.
    내 짝은 당신같은 수준 높은 사람이었소...!

  4. 허경영/ 나경원은 기혼입니다. 이혼의사 전혀 없구용.^^ 글구 초심을 지키셔야죵. 박근혜씨가 기다리고 있사와용. ㅎㅎ

  5. 박근혜씨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ㅋㅋ

  6. 새벽길/ 법정에서요. ^^

  7. 저 분 이름을 바꿔야겠어요. 내가경원, 제가경원, 본인경원, 자신경원.. 여러 개 있네요. 억지라구요? 저 분도 주어갖고 억지부리는데 난 억지부리면 안되나..;;

  8. ㅋㅋㅋㅋ
    저거 아무래도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 들어올 때 쓰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포스팅했다고 하지 않았으니, 내가 포스팅 한 거 아니다."

  9. '주어' 전술... 대변인들이 짠 모양인데요. 다음에선 "주어 형준"이란 말이 뜨고 있습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01&articleId=1291328

  10. ㅋㅋ 가보니 댓글로 위트넘치는 게 올라와 있더군요.
    "이명박을 찍었다." 주어가 없으므로 자신은 이명박을 찍지 않았다나... 배꼽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역시 주어 생략~! ^^

  11. 아도니스/ 이름이 아니라 성을 바꾸는 거군요. ^^;;; 남의 집 족보를 바꿔서야 되겠습니까?? ㅎㅎㅎ

    자폐/ 그거 매우 바람직한 선거법 회피 방법이네용. ㅋㅋ

    바리/ 쟤네들 머리가 거기서 거기져 뭐.

    한가해/ ㅋㅋㅋ 주어 생략 문장이 주는 이 놀라운 흥미를 진작에 몰랐네요. 이게 다 이명박 덕분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