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평택, 평택...

누가 애절하게 읊조렸던가,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느냐고...

 

그저 죽는 날까지 그땅 그터에서 농사나 짓겠다는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경찰 101개 중대 1만여명, 군 2개 연대 3000여명을 투입하겠단다. 새로운 아메리카를 위해, 극동아시아의 새로운 US ARMY의 전초기지를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흙 고라가며 땀흘렸던 사람들이 쫓겨나야 한다.

 

윤광웅 국방장관은 "백만장자가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열변을 토해낸다. 평균보상비 19억원을 넘게 받아갈 사람들이 돈 더 받으려고 선동질을 하고 있다는 거다. 전방 총기난사사건 때 모가지가 날아갔어야할 인간이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혓바닥을 놀리고 있다. 이 정신나간 국방부장관 살려주는데 동참한 민주노동당 의원들,  정수리가 납작해질 때까지 대가리 박고 있어야 한다.

 

이 와중에 "더 큰 것을 얻으려는 지혜"의 일환으로 평택기지를 바라봐야 한다는 초절정하이코메디울트라수퍼뽕빨캡숑시니컬허무개그를 펼치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육군행정학교 교수씩이나 하고 계시는 이분은 필리핀의 예를 들어가면서 미군기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교수"라는 분, 정치학 박사나 되시는 분이 말씀하시길, "필리핀 정부와 국민들이 주권 회복이라는 명분 하에 미군철수를 요구하자 미군이 1992년 공군기지(클라크)와 해군기지(수빅)에서 완전 철수했다. 이로 인해 미군의 지원이 중단됨으로써 군 현대화 계획은 막대한 차질을 빚었으며, 눈동이처럼 불어난 외채와 실업률, 지하 공산 반군과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세력의 준동, 설상가상으로 힘의 공백까지 초래하게 되었다. 이를 틈타 중국이 남사군도를 침범해 중국과 영유권 분쟁에 휘말리게 됐다"고 한다.

 

즉, 미군이 있으면 파라다이스, 미군이 없으면 아비규환이 된다는 의미다. 이런 분께서 왜 아직까지 한국에서 육군 행정학교를 전전하고 계실까? 미 국방성에서 일을 하시던지,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수를 하시던지 하면 각광받으실 것 같은데...

 

필리핀이 민주화 이후에 혼란에 빠졌던 것은 미군이 철수해서가 아니라 기존 필리핀 경제를 쥐고 흔들던 마르코스 등의 독점 매판자본에 대한 사후정리 실패, 민주화의 열망을 배신한 정치권과 군부와의 결탁, 그리고 끊임 없는 군부의 쿠데타음모,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정권유지 및 획득에만 열을 올렸던 정치권의 실정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켜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과의 영유권분쟁? 미군 있을 때는 중국이 그거 필리핀 드세요 하고 그냥 뒀대냐?

 

학식과 지식을 겸비하시고 고명한 이름 날리시며 교수라는 직함까지 거창하게 걸고 계시는 분이 이렇게 없는 사람 때려잡는 일에 이론적 근거를 곡학아세까지 해가며 제공하시는 것은 매우 염치 없는 일이다. 정부, 군, 학자까지 총동원되어 벌어지고 있는 오늘 평택의 긴장과 폭력, 그리고 이에 대한 분노.

 

속에서 끓어 오르는 대로 욕지거리라도 걸지게 해버리고 싶다만, 가슴 한 구석 먹먹한 채 말문이 막히고 손끝이 저린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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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03 21:29 2006/05/0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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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 걱정되서 잠도 안 자고 상황을 보고 있답니다... 에휴... 윤광웅이 이 강아지는 뚫린 입이라고 막 떠들어 대는군요... 마치 지금 문제의 본질이 보상금 때문인냥 여론을 호도하고, 색깔론을 피고, 외부인인 운운하는 소리들이, 관제언론과 다름없는 바보 언론과 골빈 인간들에게서 들려오는 걸 보면서 이가 갈릴 지경입니다. 에휴... 식자들의 기만적인 행태도 갈 수록 열받기 그지 없는 현실... 그래서 행인님 블로그 와서 하나라도 더 배워가면 조금이라도 궤변을 늘어놓는 자들에게 아는 만큼 들이댈 수 있으니깐 다행인듯... 에휴... 군대만 들어가봐라 ㅠ_ㅠ

  2. 에밀리오/ 통곡이 나옵니다...

  3. 오호 통제라, 아주 뚫린 입들이라고 막말을 하는군요,
    좋은 반박 고마워용 ^0^

  4. 금자/ 저런분들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