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대통령이라매??

2002년 연말, 거리로 쏟아져 나온 황건적들의 손에 들려 있던 풍선. 그 풍선에 씌여 있던 구절 하나가 가슴에 콕 와서 박혀 아직도 남아있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말은 멋있다. 그러나 지난 참여정부 4년 동안 국민이 대통령 대접 받은 적은 별로 없다. 대통령의 입방정으로 인해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사건이 터지질 않나, 박물관으로 보낼 낡은 칼 어쩌구 하면서 국보법 폐지가 다 된 듯 설치다가 얼렁뚱땅 발 빼는 통에 거품물고 나섰던 사람들 물먹이질 않나, 부동산 잡겠다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떠들다가 입 열 때마다 아파트값 폭등시키질 않나...

 

대통령 대접은 커녕 거의 장난감 대접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솔직히 국민들 입장에서 노무현에게 대통령 대접받고 싶은 욕심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저 미래에 대한 안정적인 예측만 할 수 있어도 큰 욕심 없이 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일 아침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통령 대접은 무슨 얼어죽을 대통령 대접인가?

 

요즘 정부와 언론이 "법대로"를 주장하면서 집회시위에 초강력 대응을 하겠다 내지는 해야한다고 설레발이 치는 모습을 보면 대통령 대접 참 지랄같이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적어도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입에 발린 말이라도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개구라 치던 그네들이 이제 와서 국민을 폭도취급하는 꼬라지는 무슨 배짱인가?

 

대통령이 어디 갈 때면 구간 전체에 교통경찰이 쫙 깔린다. 신호정리는 물론이려니와 구간별로 진입로를 차단하고 통행차량을 사전에 우회시킨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도착지에서는 별도의 검문검색 없이 대통령의 차량을 통과시키고 의전에 만전을 기한다. 현직 대통령은 물론이려니와 전두환 같은 전직 양아치에게도 이런 의전은 계속 제공된다.

 

그런데 우리의 집회시위대에 대한 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교통경찰 깔아서 신호정리를 하거나 행진구간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을 우회시키는 모습은 일절 없다. 교통경찰 대신 시위대의 수만큼이나 많은 전의경들을 배치해 사람 다닐 틈도 없이 도로를 봉쇄해 버린다. 진입차량 우회를 충분히 할 수 있을만한 경찰력은 배치된 적이 없고 오히려 시위대 사이를 차량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교통지도하는 경찰들이 배치된다.

 

집시법에 특정 기관의 100m 이내에서는 집회도 못하게 막아놓는 통에 시위대는 자신들의 주장을 직접 해당 기관 앞에서 쏟아놓지도 못한다. 집회시위판에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은 이미 그 방법 이외에는 자신들의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사람들에게 멀찍이 떨어져서 니들끼리 옹기종기 모였다가 가라고 강요하는 것이 현재의 집시법이다. 그 답답한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할까? 시키는 대로 100m 떨어진 곳에서 자기들끼리 구호 외치다가 소주 한 잔 걸치고 집으로 가야하나?

 

대통령에 대한 의전과 비교할 때 집회시위군중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한마디로 "엿이나 드셈" 딱 이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로 통행하는 차량운전자나 보행자들과 시위대가 충돌하거나 서로 욕지거리하는 일이 발생한다. 성난 사람들이 폴리스라인을 뚫고 관공서 앞으로 진출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전의경과 시위대간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다.

 

"국민이 대통령"이라더니 이게 지금 국민을 대통령 취급하는 건가? 법을 지키라고? 법이 법 같아야 지키고 자시고 할 거 아닌가? 악법도 법이라고 발악발악 떠드는 사람들도 있던데, 지금 박정희 정권치하냐? 아직도 그런 허튼 소리가 먹혀들어가는 세상인줄 착각하고 있는 건가? 악법이 어떻게 법이냐? 악법은 그냥 악이다. 현행 집시법은 이름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집회시위의 "허가에 관한 법률"이다. 세상에 이런 거지같은 조건들을 법이랍시고 걸쳐놓고 시위대로 하여금 인도통행하시고, 떠들지 마시고, 100m 거리 준수하시고, 니들끼리 오붓하게 모여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집구석으로 꺼지시라고 강요하는 것들이 무슨 가당찮게 "준법"을 운운하나?

 

마음같아서는 시청앞 잔디광장에 모여서 웅성거릴 시간에 연합뉴스를 비롯해, 조중동문이며 서울방송같은 개 찌라시 언론부터 대고 쌔려 패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 싶다. 정부는 둘째 치고, 법을 지키라고 떠드는 이것들은 도대체가 지들이 언론인지 무협지 대본손지 구분을 못하고 있다. 이 땅에 그토록 많은 대학에서 신방과를 개설하고 있는데, 여기 있는 넘들은 뭘 가르치며 뭘 배우는 건가?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떠들었던 그 많던 황건적들은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나? 대통령 대접받고 싶어 노무현을 뽑아줬는데, 그 노무현이 국민을 대통령은 커녕 씹다 버린 껌처럼 여기고 있는데, 이 황건적들이 애프터 서비스 차원에서 항의라도 한 번 해야하는 거 아닌가?

 

하긴 이것들은 얼마전에도 청와대 좋다고 쫓아들어가서 노무현에게 대통령 대접 받고 왔으니 별로 할 말도 없겠다만서두...

 

김홍신은 요새 뭘 하고 있나? 이럴 때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고 설레발이 쳤던 그 주둥이를 공업용 미싱으로 죽죽 박아주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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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5 20:29 2006/11/2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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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6/11/27 01:10

    집회·시위의 자유는 경찰기동대 해체로부터 [기획] 경찰폭력 뿌리뽑기 프로젝트 ③ (끝) 유성 최근 경찰청은 시위진압 전·의경에게 이름표를 부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인권단체에서

  1. 국민이 대통령이면 ^^: 노무현 행차하실 떄 마다, 노무현씨 앞에는 닭장차 쫙 깔리고 노무현씨 차 지나가면 방패 맞고, 살수차에 맞고, 욕 듣고, 채증하고, 잡아가고, 청와대 불법 강제 가택 수색 들어오고, 심지어 살던 집에서 쫓겨 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경찰들이 악플 달고 그러겠군요... 좋겠네요 대통령은 ^^;

  2. 정말 노무현 같은 저열한 뻥구라쟁이는 세상에 둘도 없을 것 같네요.

  3. 언제나, 행인님의 입담쵝오!!!
    예전에 사랑방이 연재했던 집회와 경찰폭력에 관한 기사 하나
    트랙백 쏩니다^^ (물론, 행인님글이 더 걸쭉~해서 좋지만^^)

  4. 에밀리오/ 노무현도 "대통령 대접" 좀 받아야할낀데... 그쵸?

    돕/ 노무현은 개구라쟁이입니다. 뻥구라쟁이는 행인입니다. ㅎㅎ

    안티고네/ 그 글 봤었죠. 경찰기동중대 해체야 당연한 귀결이지만, 원천적으로 전의경 제도 자체를 없애야죠. 지금이 무슨 이승만 정권때도 아니고 아직도 625 터졌을 때 시스템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는 것은 이만저만한 원시반본이 아니거든요... 뒌장맞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