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한 것들...

활자로 된 신문을 본다는 것은 포털사이트에 살짝 낑궈져 있는 기사를 모니터로 확인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잠시 얹혀 사는 동료의 집엔 새벽같이 신문이 들어오는데, 일찍 일어난 날이나 밤 샌 날에 그 포동포동한 신문을 제일 먼저 읽어보는 맛도 쏠쏠하다.

 

오늘은 유난히 눈길을 끄는 기사들이 많다. 이 집에서 보는 신문은 한겨레 신문인데, 오늘자 신문의 1면 대문은 정몽구가 집유로 풀려난 기사이다. 시원하게 웃고 있는 정몽구의 얼굴을 보면서 아직도 영어의 몸이 풀리지 않은 김성환 위원장의 얼굴이 떠오른다. 뒌장...

 

이와 관련한 기사가 3면과 4면에 떴는데, 선고를 내린 서울고법 형사10부 이재홍판사의 얼굴도 보인다. 국가의 경제사정까지 고려해야하는 한국 사법부의 재판관들이란... 비정규 노동자들의 가정경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한국의 재판부는 이렇게 재벌이 국가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선 터무니 없는 아량을 베풀 줄 안다.

 

게다가 회장님을 맞이하기 위해 도열하고 있는 현자의 직원들이라니... 마치 무슨 조직폭력배를 다룬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 하다. 회장님이 아니라 "형님"이라고 하면 딱 어울릴 분위기. 아니 요즘은 양아치들도 형님이라고 하지 않고 회장님이라고 한다니 뭐 그게 그거긴 하다.

 

2면에는 이번 아프간 피납사태로 전국적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샘물교회 박은조 목사의 의지가 피력되어 있다. "더 많은 선교사를 아프가니스탄으로~!" 도대체 정신이 박혀있는 자인지 분간을 할 수 없으나 워낙 이렇게 될 것이 예견되어있는 상황인지라 충격적이지는 않다. 다만, 묻고 싶은 것은 예수가 언제 그따위로 목청높여 다른 이들 앞에서 기도하라고 했는가 하는 것이다. 얘네들이 보는 성경과 내가 봤던 성경은 다른 것이었던가...

 

5면에는 대통합도로열린우리유사민주신당의 경선과정에서 발생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집계오류 이야기며 후보간 알력이며 하는 등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다. 귀퉁이에 실린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발언이 눈에 띈다. "말을 삼가고 점잖게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국가의 격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노무현이 뜨끔했을지 모르겠으나 강금실의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 말을 삼가긴 해야겠으나 때에 따라선 점잖지 않은 말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개념을 어디다 두고 있느냐다. 노무현처럼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전송한 차원이 아니라면 때에 따라선 격렬하게 이야기할 필요도 있는 거다. 금실언니는 넘 얌전한게 탈이다.

 

제일 눈에 띄는 기사는 8면의 비정규직 기사다. 차별시정제도를 피하려 직군분리를 하다보니 "도축장 정규직은 소잡고, 비정규직은 돼지잡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단다.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이 간악함이여... 도대체 인간의 영악함은 어디까지일까? 아니, 자본의 영악함일까?

 

돈으로 땜빵해서 징역살이를 면제받은 정몽구나, 이 정몽구에게 강연도 하고 글도 쓰고 재단도 만들어 죄값을 하라고 결정을 내려주는 희안한 개념의 판사며, 사람을 사지로 보내놓고도 이를 순교라고 우기는 목사며, 지들이 뒤집은 밥상을 다시 되뒤집어 놓고 흘린 밥이며 반찬을 다시 국민들에게 먹으라고 내놓는 정치인들이며...

 

거기에 이렇게 노동자들을 개차반처럼 굴리는 인간들이라니...

 

아침 댓바람에 신문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다. 신새벽부터 혈압뻗치기 딱 좋은 것이 신문보는 일인갑다. 낼부터는 좀 늦게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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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7 07:44 2007/09/07 0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