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조폭, 화해?

한날당과 열우당이 개싸움을 벌이고,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경우, 십중 팔구 언론의 보도는 이 내용으로 하세월 보내기 십상이다. 정계개편이 어쩌니 책임론이 어쩌니 향후 정국구도가 어쩌니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 정치관계보도를 한 방에 잠재울만큼 파괴력을 갖춘 현실 느와르 액션 활극이 벌어졌다.

 

오밤중에 벌어진 활극의 진실은 무엇인가? 이거 아주 대박이다. 진상은? 경찰의 수사가 더 진척돼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바로는 경찰 믿을 거 못된다는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바부탱이 경찰은 사건이 벌어진지 50일이나 되었다는데 아직도 내사중이란다. 집회현장에 수만명의 전경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경찰이지만 재벌 회장님이 연루된 사건에는 굼뜨기가 오뉴월 늘어진 소부랄이다. 쉬파쉑덜...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은 홍콩 느와르를 방불케 하지만 뭐 안 봐도 비디오니 그러려니하고 넘어간다. 어차피 스크린을 통해 그런 상황 이미 예행연습 다 해놓은 상황이고, 공중파 TV에서도 무진장 다루었던 소재니 대강 그런 장면 연상하면 대충 궁금증은 해결되기 마련. 재벌 회장이 조폭 두목이었다는 둥 하는 시나리오도 심심찮게 봐온 바 있고. 하긴 한국 재벌과 뒷골목 양아치의 행태는 위력행사에 동원되는 도구가 돈이냐 연장이냐의 차이밖에 더 있었나?

 

그러나 언론보도를 보다가 눈길을 끈 단어는 단연 '화해'라는 것이었다. 즉, 한화 회장나리께서 아들내미랑 투닥거린 북창동 생양아치를 만나 '화해'주(酒) 한 잔 사준 것이 사건의 전말이라는 가해자측의 주장이 그것이다. 화해라...

 

같은 동네 사는 애들끼리, 혹은 같은 학교 다니는 애들끼리 투덕거리면 양가 부모가 만나 합의를 보고 화해를 할 수도 있고 부모가 애들을 만나 화해시킬 수도 있다. 원만한 화해가 되지 않으면 애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그거야 뭐 그럴 수도 있는 일이고.

 

그런데 애들 싸움 화해시키기 위해 부모쯤 되는 사람이 보디가드와 조폭을 섞어 수십명의 경호인력을 대동하고 나가는 경우는 아마 극히 드물 거다. 둘째 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대동인력의 숫자로 과시하려는 한화 김회장 같은 경우는 극히 예외일 것이다. 이렇게 우락부락하고 건장한 요짐보들을 대거 동원해서 '화해'를 하러 가면 사실 형식적으로는 아주 간단하게 화해가 되기 쉽다.

 

예컨대 행인이 한화 둘째 아들의 귀싸대기를 어루만져 약간의 출혈과 옥수수 일부 유실을 유발했다고 가정하자. 그 때, 한화 김회장께서 30여명이 넘는 건장한 청년들을 검은 양복 입혀 대동하고 나타나 '화해'를 요청하신다. 어떻게 해야할까? 성질 더러운 행인, 끝까지 자존심을 지키면서 절대 화해불가를 외칠 수 있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나도 생명연장의 꿈이 있다...

 

이럴 경우 '화해'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한다. 한화 회장님의 재력이라면 뭔 짓을 못하겠나? 시내 한 복판에 한 부대를 이끌고 나타나실 정도의 힘을 가지신 분인데.

 

물론, 한화 회장님의 화해 방식은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화해라 함은 대화를 통해 서로간의 앙금을 털고 잘잘못을 떠나 향후의 원만한 관계를 도모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재벌 회장님의 화해방식은 일반인과는 역시 다르다. 그분의 화해방식은 말 그대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었다. 내 아들 눈탱이를 밤탱이로 만들어 놨으니 나도 네 눈탱이를 팬더 눈탱이로 만들어야겠다는 이 놀라운 화해의 방식은 역시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뛰어난 인식수준을 보여준다. 이런 것이 '화해'였다니...

 

이런 뉴스를 보면 나도 마음에 상처를 입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화 회장님과 '화해'를 하고 싶다. 내 방식대로 했으면 좋겠지만 환화 회장님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회장님의 방식으로 '화해'를 할 용의도 충분하다. 최루탄을 비롯한 각종 '탄'들을 생산함으로서 국가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던 이 회사의 전력을 살려 각종 '탄'들을 회장님 마빡위에 터뜨리는 그런 화해를 좀 해보고 싶다. 내게 기회를 달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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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7 12:58 2007/04/27 1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