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한 질문

어느날,

 

동생이 물었다. 형은 꿈이 뭐냐고. 그 순간 갑자기 막막해졌다. 어라? 그러고보니 내 꿈이 뭐였더라? 언제부터인가 난 꿈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오고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꿈은 농부였다. 농사를 지으면 밥은 굶지 않는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방학때 시골에 가면 삼시 세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어깨를 누르는 빚의 무게가 시골 살림을 접게 만들 정도였다는 것을 알지 못하던 꼬맹이는 그저 농사를 지으면 좋을 줄만 알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선생님이 꿈이었다. 두 가지 이유였는데, 하나는 교사라는 직업이 뭔가 뿌듯한 것을 줄 것 같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건 좀 거시기하지만 난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서 애들 때리지 않고 마음 아프지 않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때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수학시간과 물리시간만 되면 마빡에 쥐가 퍽퍽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왠지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아마 그건 "취미가 공부"였고 쉬는 시간이면 참고서를 보며 머리를 식히던 어떤 넘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넘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왠지 멋있어 보였다.

 

중학교 졸업할 때쯤 되서부터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세상은 돈이 모든 걸 결정한다는 것을 알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 꿈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장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유효했다. 그런데 하는 짓은 돈 안 되는 짓만 골라하고 다녔다. 일 잘하는 것은 인정받지만 부하직원으로서는 매우 껄끄러운 존재가 되었던 공장시절, 그 때 아마 꿈이란 걸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쬐끔 나이 먹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 학점이나 적당히 받고 그럴싸한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처음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왠걸, 대학이라는 곳은 그렇게 한가한 곳이 아니었다. 아니, 내 스스로 한가한 생활이라는 것을 애저녁에 포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진짜 '공부'라는 것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도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소망이라는 것은 읽고싶은 책을 맘껏 읽고, 보고싶은 세상을 맘대로 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듣는 거다. 그렇게 읽고 보고 들은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조립해보는 거다. 단지 내 꿈이 하나 남았다면 그거 뿐이다.

 

그런데 이게 꿈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누군가 넌 꿈이 뭐냐라고 물을 때, 공부하는 거요라고 대답하면 되는 걸까?

난 혹시 정말 꿈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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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2 19:37 2007/04/22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