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라시

'민중의 소리' 기사를 검색해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서민들 속 긁는 민주노동당의 '웰빙 타령'"이라는 이 자극적인 카피를 보자, 행인, 바로 눈에서 불이 번쩍!

 

"서민들의 '등'을 긁으라고 했지 언제 서민들의 '속'을 긁으라고 했냐!" 외마디 외침을 날림과 동시에 분기탱천, 기사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어라? 정작 기사 안으로 들어가니 제목부터 다르다.

 

민주노동당 새 당사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공간문제로 마찰.. 일부 당직자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방 빼라'

 

뭔가 싶었더니 이전한 당사의 공간문제를 '민중의 소리'가 취재해서 기사화한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기사를 쓴 '김경환 기자', 어디 가서 '기자'라는 타이틀 찍힌 명함 돌리기 전에 지 수준을 먼저 알 일이다.

 

'김경환'기자가 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보여준 현란한 '찌라시 신공' 중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간질초식'. 김경환은 우선 '정책위'와 '사무총국'의 '당직자'들 사이를 이간질한다. 간단히 정리하면 정책위의 당직자들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자빠진 반면 사무총국의 당직자들은 정책위보다 더 열악한 환경을 감내하면서도 오히려 만족하고 있다는 식이다.

 

'김경환'이라는 기자가 기자의 기본도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은 우선 여기서 출발한다. 당내에서 '노조준비위'의 명의로 나돈 전단이 주장하는 것은 '정책위'의 당직자들이 편하게 살자고 한 것이 아니다. 또한 준비위가 작성한 제안서의 내용은 '사무총국' 당직자들의 공간확보가 우선 절실하다는 판단에서 준비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당대표(기사에서는 당대표실을 빼라는 말은 없었던 것으로 나와 있다) 방을 빼고 확보되는 공간을 당직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여기서 잠깐, 준비위 제안서에는 당대표실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러나 이 부분은 논란이 분분하다. 행인의 경우 당대표실 역시 필요 없다는 거다. 당3역에게 왜 그 넓디넓은 공간을 제공해야 하나?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경우 그래도 당대표방은 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다. '뽀대'가 안 난다는 거다. 행인이 볼 때, 이건 허례허식이다. 공동접견실 하나 마련하면 된다. 접견이 없을 때는 회의실로 쓰고. 뭐가 문젠가?

 

암튼 '김경환' 기자는 공전절후의 '이간질초식'을 펼치는 동시에 조선일보에서 전수되어오던 '침소봉대초식'을 펼친다. "사무총국 당직자들보다 정책위원들이 훨씬 넓은 공간"이라는 이 대목. 충격을 받은 행인, 즉시 행인이 앉은 자리의 넓이를 재봤다. 앞 뒤로 '140cm' 양 옆으로 '160cm'다. 미터로 환산하면 앞뒤로 1.4m, 좌우로 1.6m라는 얘기다. 평수로 환산하니까 0.6776평이란다. 행인이 하루 종일 붙어 앉아 생활하는 공간이 0.6776평, 즉 1평도 되지 않는 공간이다.

 

이 정도 공간이 "훨씬 넓은 공간"이라면 도대체 사무총국 당직자들이 사용하는 공간은 얼마나 된다는 이야길까? 재보진 않았다. 아니, 잴 필요도 없다. 사실 이 수준이라면 어디가 더 넓니 어쩌니 할 것이 아니라 절대공간의 확보가 전체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당 상근자들의 우울증 증세가 심각한 것임은 정기건강검진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는데, 이런 공간상태라면 충분히 당 상근자들을 매우 우울하게 만들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적어도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기자가 아닌 민중의 소리 기자 '김경환' 기자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기사를 쓰거나 택도 없는 침소봉대를 하기 전에 민중의 소리 기자 답게 근본적인 문제가 뭔지를 먼저 거론했어야 한다. 물론 '김경환' 기자는 지 수준에 맞게 그런 부분에 대해선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찌라시신공' 중에서도 극강의 초식인 '카더라통신초식'까지 펼치기 시작한다. 사무총국의 '한 당직자'의 입을 빌린 '김경환' 기자는 결국 지 속에 들어 있던 말을 내뱉는다. "여의도에 있을 때는 그럴듯한데 여기는 주변에 소규모 금속공장들만 즐비하니까 폼이 안나서 그런 것 아니냐"

 

이 대목에서 한 번 웃고 넘어가자. '김경환' 기자가 하고싶은 말은 그런 거다. 쁘띠부르주아쥐의 사고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정책연구원들, 여의도 그 화려한 동네에서는 뭔가 그럴싸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기름묻고 쇳밥튀는 문래동 마찌꼬바 거리에 오니까 지들 계급성을 못이기고 불만을 내뿜는 거라는 것이다.

 

'김경환' 기자, 애썼지만 영양가가 없다. 행인도 그렇지만 정책연구원들, 이 동네 마음에 들어한다. 원래 출신이 이 동네인 행인, 오는 그날부터 정겨운 기름냄새와 쇳밥냄새, 귀를 울리는 '빠우'치는 소리와 기타 쇠깎는 소리 들으면서 그 징글징글한 여의도 떠난 것을 그나마 한 가지 위안으로 삼을 정도였다. 행인도 그렇지만 다른 분야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김경환' 기자의 기사, 정책연구원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찌라시 신공'을 조선일보가 쓸 때는 그것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민중의 소리'의 '김경환'이라는 기자가 쓸 때는 아주 같잖아 보인다. 더구나 조선일보의 찌라시성을 직접 비웃었던 '김경환'이라는 기자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보면 '김경환' 기자가 지 주제를 좀 알고 글질을 하던 삽질을 하던 좀 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솟구친다.

 

전에 진보블로거 신마리님이 해준 이야기를 이 '김경환' 기자에게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는 국가가 민중에게 최소한의 자기구역을 법률로 보장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누구에게도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

 

그에 비해 한국이라는 나라는 진보언론이라는 인터넷 매체의 '기자'씩이나 하고 있는 사람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진보적 담론에 대해서는 눈을 감은채,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반진보적', 아니 '반인륜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이 현실. 제대로 재밌지 않은가? 김경환 '기자', 제대로 웃기지 않는가?

 

아... 깜빡 했는데, 민중의 소리, 요새 기자들에게 임금은 제대로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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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2 14:17 2007/01/02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