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누군가는 고사장에서 머리털을 쥐어 뜯으며 지난 몇 년 간 머리속에 집어넣었던 모든 것을 다 끄집어내기 위해 안달복달하고 있을 그 시간에 YTN을 비롯한 오만 뉴스프로그램은 평소에 지들이 사교육이 어쩌고 공교육이 황폐화되고 했던 것을 까맣게 잊은양 사설학원입시담당자를 전문가랍시고 불러다 앉혀놓거나 전화로 연결을 해 이번 수능이 쉬웠니 어쨌니 난이도가 평이했니 어쨌니 작년보다 쉬우니 어쩌니 1교시와 2교시가 어쩌니 떠들고 있는데 도대체 이놈의 세상이 어찌 될라고 그러는가 한숨만 나오다가 장면이 바뀌어 아침에 시험장 달려가는 학생들의 모습들을 스케치한 보도가 나오는데 퀵서비스 오토바이 뒤에 실려 배달될 물건처럼 고사장으로 쓸려가는 수험생들의 머리 위에는 안전모도 씌어져 있지 않고 오늘도 어김없이 도로 한복판으로 나와 교통정리를 하는 나이든 노인네들은 푸른 옷에 실려간 꽃다운 추억을 상기하느라 얼룩덜룩한 상륙복을 걸치셨으며 고사장 정문앞에 도열한 후배들은 북치고 장구치고 그 끈끈한 선후배간의 정을 담뿍 실어 응원을 하고 고사장 철대문 앞에서 자식 시험 잘 보라는 일념으로 기도하고 묵상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애절하다 못해 처절하기만 한데 어째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그 문짝 앞에는 어머니들만 가시고 아버지들은 없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만 하루가 지나간 저녁나절 시험본 아이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오늘도 어느 골목 술집 안에서는 시험본 이야기며 살아갈 이야기며 아이들의 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지겠거니와 해마다 이런 꼬라지를 보며 그 아이들의 고생했던 지난날에 같이 아파하고 앞으로의 장도에 햇살만 비치기를 바라는 한편에서는 언제까지 이런 닭대가리 같은 짓들이 계속 되어야할까 심각하게 고민하면서도 쥐뿔이나 대책은 여전히 없는 내가 보인다. 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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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6 18:01 2006/11/16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