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라의 진상

항간에 말이 많다. 미군기지 5천만평을 돌려받고 평택에 '기껏' 360만평 내주는데 우리가 이득보는 장사가 아니냐는 거다. 국방부 장관이 구라깐 것만 가지고 더하기 빼기 해보면 진짜 그런 거 같다. 5167만평 돌려받는 대신 360만평 내주면 한국이 4800만평 이득보는 걸로 계산기 두드려진다. 이거 반대하는 좌파쉑덜은 산수도 못하는 꼴통들이 된다. 이렇게 욕하시는 분들 많다. 이분들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제나라 국민들을 이렇게 단순무식한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국방부의 개구라쟁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을 뿐이다. 개쉑덜...

 

되돌려받는다는 미군기지부지는 사실 '기지부지'가 아니라 미군에게 한국이 제공한 '공여지'이다. 공여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전용공여지, 다른 하나는 임시공여지다. 전용공여지는 말 그대로 그 땅 자체를 내주고 지들이 거기서 전쟁놀이를 하던지 쥐랄 염병을 떨던지 간여하지 않는 땅이다. 더 쉽게 말하면 비록 '공여지'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어도 기냥 미군 땅이라는 거다. 반대로 '임시공여지'라고 하는 것은 전용공여지와는 완전 성격이 다르다. 임시공여지는 일반적으로 1년단위 계약으로 사용권이 부여된다.

 

임시공여지는 군사훈련 등의 목적 기타 특별한 목적을 위해 1년단위로 제공되는 것으로 주로 한국군 시설인 경우가 많고 사유지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어쨌든 이 땅의 경우 1년 후 미군이 사용할 목적이 없거나 또는 한국측의 이해관계가 변함에 따라서는 다시 공여되지 않을 수 있는 땅이다. 따라서 전용공여지와 임시공여지는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해야할 문제인 것이며, "미군기지반환"이라는 표현이 적용될 수 있는 공여지는 전용공여지가 해당되는 일이지 임시공여지가 포함될 여지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 국방부가 무려 5167만평을 '반환'받는다고 표현한 이 '미군기지부지' 중에 전용공여지가 얼마나 포함되어있을까? 정확한 수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예컨대 파주미군기지의 경우를 보면 국방부의 개구라가 어느 정도일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에 따르면 파주의 경우 '반환예정'이라고 밝힌 2345만6천평의 땅 중 임시공여지가 2209만평에 달한다고 한다. 산수 좋아하는 국방부 개구라쟁이들을 위해 셈을 해준다면 실질적으로 반환되는 전용공여지는 불과 135만평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산술평균을 해주랴? 파주미군기지의 규모가 전체 '반환'규모의 절반 정도라고 할 때, 수치환산을 해주면 반환받는 전용공여지의 규모는 기껏 해봐야 300만평 정도 규모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 평택에 제공되는 미군기지는 분명히 '전용공여지'다. 그럼 전국에서 약 300만평의 전용공여지 반환받고 평택에 360만평 전용공여지 내주면 이게 남는 장사냐 손해보는 장사냐?

 

백보 양보해서 파주미군기지 이외에 다른 지역은 죄다 '전용공여지'를 반환받는다고 치자. 그런데 기왕에 반환되는 미군기지 또는 연습장을 대체해 한국의 군사시설 등을 연습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단다. 예를 들어 매향리 폭격장을 대체하는 대신 사용하기로 한 필승사격장의 경우는 1800만평에 달한다. 뭐야, 이게?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기냥 샘샘 똑같은 거 아닌가?

 

국방부 뿐만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낙후지역인 평택일대에 미군의 초대형 기지가 건설됨으로서 지역경기 부양 등에 도움이 된단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미군이 세금내냐? 뭘로 지역경기가 부양될까? 아, 미군이 나와서 달러 쓰면 지역의 상점 등이 장사가 잘 되서 거기서 소득이 부쩍 늘고, 그러면 세금도 부쩍 늘고 해서 지역경기 활성화 된다는 이야긴가?

 

그렇게 따지면 대규모 미군기지가 있었던 파주, 동두천, 의정부는 엄청 잘사는 동네겠다? 용산은 강남보다 더 번영하는 동네가 되었어야 하고 춘천 중심부는 강원도 일대에서 가장 휘황찬란한 동네가 되었어야 하겠지. 일본 오키나와는 싱가포르보다 발전된 국제도시가 되었어야 하네?

 

미군기지 주변에서 벌어지는 골때리는 이야기들은 이미 소설이나 영화로도 엄청나게 알려져 있고, 현지 사정은 그렇게 썩 좋은 것이 아니다. 아닌 말로 1960년대 초반에 미군의 달러를 한국땅 안에서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워커힐만 보더라도 그 주변이 발달되는데 도움을 줬냐?

 

진짜 황당한 것은 국방부와 정부의 이 말도 안 되는 개구라가 그럴듯하게 포장되서 계속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추리 등 미군기지건설예정지 '주민'들에게 수억의 보상금이 돌아갔다는 개구라 역시 미군기지이전찬성론자들에게 적절하게 이용되는 정부의 개구라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런 개구라들이 진짜 말 그대로 개구라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런 정보는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유되지 않는다. 왜? 알면 귀찮으니까 막고 있는 거다. 국민들이 최대한 뭘 몰라줘야 지들의 선전공세가 먹혀들어간다. 국민들이 투명하게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 이런 개구라치는 맛이 나질 않는 거다.

 

솔직히 말해 평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정부의 주장과 언론공세를 앵무새처럼 되뇌이면서 신경질을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정부의 거짓말에 속고 있는 불쌍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평택에서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들만큼이나 정부의 거짓공세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평택 주민들뿐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이다.

 

 

 

제안: 미군기지주변에서 실제 상가라던가 시장이라던가 기타 지역주민들의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업종이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잘 되고 있는 것인지,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등등을 좀 알려주셨으면 한다. 애들 교육이나 정서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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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4 19:49 2006/05/14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