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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이웃되기’ 경찰부터 바뀌어야죠 |
범인을 잘 잡으면 유능한 경찰이다. 하지만 최고는 범죄를 미리 막는 경찰이다. 충남지방경찰청 외사계 직원들은 그런 철학으로 움직이고 있다. 외사계는 외국인 관련 범죄를 다루는 부서. 요즈음엔 외국인이 피해자인 사건이 많다. 테러 정보 수집과 기술 유출 방지 등도 맡는다. 김정식 청장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막으려면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외국인 특히 아시아나 아프리카계 외국인을 불법체류자나 함부로 대해도 되는 싸구려 일꾼으로 여기는 한 임금착취, 폭행, 성폭력 등의 범죄는 뿌리뽑히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경찰부터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김 청장의 지시로 박성철 외사계장과 직원들이 영상물을 만들었다. 직원 교육용으로 쓰기 위함이다. 제목은 ‘이들은 이웃인가 이방인인가’. 예산도 없이 직원들이 품을 팔아 만든 5분짜리 영상물이지만 내용은 방송사의 프로그램 못지 않다. 3일만에 만들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잠깐 동안 광고회사에서 일한 박 계장의 경력이 크게 도움이 됐다. 대본은 박 계장이 썼다.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 많다. 외사계 직원들이 현장에서 겪은 외국인노동자와 이주여성의 현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우리가 싫다고 위험하다고 기피한 3디 업종의 현장에서 밤낮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월급을 못받거나 심지어 폭행당하며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영상물에는 작업중에 두 손이 잘린 사람, 공장에서 일하다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있는 조선족 동포 등의 모습이 담겨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 시집온 뒤 학대받고 있는 이주여성들이 겪고 있는 참담한 현실도 보여주고 있다. 온 몸에 피멍이 든 여성, 한쪽눈에 큰 상처를 입은 여성, 팔에 칼자국을 입은 여성 등.
이주여성의 참담한 현실 등 감동있게 5분짜리 화면 담아
자료 화면은 한광림, 고덕우 경사가 외국인노동자의집 등 관련 시민단체를 찾아다니며 발로 뛰어 다니며 모았다. 둔산경찰서 이강수 경사와 충남경찰청 민원실 최소영 경장은 단아한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맡았다. 두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의 처지를 제대로 담아 내기 위해 7시간 가량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잘 사는 한국남자와 행복하게 살려고 가난한 가족들에게 입 하나라도 덜려고 택했던 한국행… 남편은 지아비가 아닌 자신을 돈을 주고 사온 주인 행세를 합니다. 여성들은 낮에는 개미처럼 일하고 밤에는 성욕의 만족을 위한 대상으로 전락하죠. 수백만원짜리 움직이는 재산으로 취급당하며 감시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국 남성과 아시아 출신 외국 여성이 결혼해 낳은 코시안 문제도 다뤘다. “코시안 5만명, 이들은 이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낙오자로 전락했습니다. 코시안은 외국인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고 친구가 될 소중한 우리의 이웃입니다.” 박 계장은 “한류도 있고, 외국 진출 기업들이 현지에서 사회공헌사업을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를 다녀간 이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그 모든게 허사가 될 수도 있다”며 “마음으로부터 코시안과 외국인 노동자를 따뜻한 우리 이웃으로 맞아들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전/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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