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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法’ 제정] 단일민족 ‘덫’에 뒤늦은 제도정비

[‘외국인法’ 제정] 단일민족 ‘덫’에 뒤늦은 제도정비
[경향신문 2006-05-26 23:54]    

외국인정책의 공론화는 우리 사회가 숙제로 미뤄왔던 외국인 인권에 대한 본격적 문제제기다. 몇년새 외국인 근로자의 폭발적 유입과 여성결혼이민자 증가 등으로 인한 임금체불, 모성보호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데 대한 정부 차원의 접근인 것이다. 자연히 외국인정책의 밑그림은 인권문제의 ‘글로벌 스탠더드’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배경과 과정=외국인 문제에 대한 종합적·제도적 정비는 한국이 이제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들어섰다는 현실적 고민이 출발점이다. 지난 4월말 현재 82만명(인구의 1.7%)의 외국인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외국인정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 사람에 대해 인권을 존중하고 이를 확대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진보”라며 “개방화시대에 여러 문화와 교류하고 통합하는 것은 세계 문명사의 흐름이고 국가 발전전략에도 맞다”고 말했다. 실제 노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이 문제를 고민해 왔다고 한다.

초점은 이들의 인권과 생활문제 등 법적 지위에 관한 것이다. 이 문제가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되는 것은 처음이다. 그 결과물이 이날 제정키로 한 외국인정책기본법, 즉 ‘재한외국인의 법적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가칭)이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학계·시민단체·관계부처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었다. 특히 각 부처로 나뉜 업무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외국인정책위원회’도 발족시켰다. 실무적으로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하되 위원회는 각 부처간 조정역할을 맡게 된다.

◇주요 내용=외국인정책의 기본 대상은 크게 6가지다. ▲외국적 동포 ▲결혼이민자 및 외국인 여성과 자녀 ▲난민 ▲외국인 근로자 ▲불법체류 외국인 ▲한국 국민이다. 앞의 다섯가지 외국인들의 경우 인권과 권익 보호가 초점이고 마지막 ‘국민’의 경우 ‘다인종·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의식 변화가 정책의 주내용이다.

이 중 핵심은 외국인 근로자와 불법체류 외국인, 여성결혼이민자들이다. 한국이 이제 더이상 인력 수출국이 아닌 인력 수입국으로 들어서면서 필연적인 결과물로 체불 등 인권침해 및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불법체류 외국인의 출국준비 기간을 90일로 늘리고 각 출입국사무소에 ‘인권담당관’을 지정, 인권의식을 강화키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불안정한 신분을 악용해 임금을 주지 않거나 전세금을 떼이는 등의 피해가 빈발하면서 몽골 등 주요 인력 수출국들이 정부차원에서 해결을 요청해온 것이기도 하다.

여성결혼이민자나 외국인 여성의 경우 ‘모성보호’가 중심이다. 한국 국적이 없는 경우라도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최저생계비, 의료서비스 제공 등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결혼이 깨질 경우 여성단체 확인서만으로 입증서류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동포 대책은 전체 재외동포의 80~90%에 이르는 중국동포와 구소련 동포가 핵심이다. 방문취업제를 도입, 이들은 5년 동안 고국을 자유롭게 입출국하면서 취업할 수 있고 최장 3년까지 국내에 체류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의 전단계로 향후 ‘한민족 네트워크’까지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마지막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거나 교과서를 검토·분석해 지나친 단일민족주의나 인종차별적 요소를 수정키로 한 것은 국민의식 변화를 위한 것이다.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는 ‘혼혈인’ 용어를 국민 공모를 통해 바꾸고 ‘외국인의 날’을 지정하는 것도 우리 안의 ‘관용(톨레랑스)’ 문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김광호기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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