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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어린이날만은 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 /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 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 … 기계 사이에 끼여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 기름먹은 장갑 속에서 꺼내어 / 36년 한 많은 노동자의 손을 보며 말을 잊는다 … 화창한 봄날 오후의 종로거리엔 세련된 남녀들의 화사한 봄빛으로 흘러가고 / 영화에서 본 미국상가처럼 외국상표 찍힌 왼갖 좋은 것들이 휘황하여 / 작업화를 신은 내가 마치 탈출한 죄수처럼 쫄드만 … 선진조국의 종로거리엔 나는 ET가 되어 얼마간 미친놈처럼 헤매이다 / 일당 4800원짜리 노동자로 돌아와 연장노동 도장을 찍는다 - 박노해 '손무덤' 중에서
오는 21일 서울 대학로 정림마당에서 열리는 '손현숙 & Stopcrackdown 인권콘서트-밥자유평등평화'는 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날 무대에 설 스탑크랙다운(Stopcrackdown)은 이주노동자 밴드다. 네팔 출신인 미누(보컬)와 버마 출신인 소모뚜(기타), 소띠하(베이스), 꼬네이(드럼) 그리고 인도네시아 출신인 해리(키보드) 등 다섯 명으로 구성됐다. 2003년 12월, 태평로 성공회교회 농성 천막에서 인간다운 권리를 외치던 이주노동자 몇몇이 의기투합해 만들어졌다. 당시 농성장에서 외치던 구호, 스탑크랙다운(탄압을 중단하라)은 팀 이름이 됐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미누는 한국에 온 지 13년째다. 지금은 동대문 봉제공장에서 일한다. 소모뚜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 버마 민주화를 간절히 소망한다. 꼬네이는 체류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머릿속이 복잡하다. 해리는 지난해 4월 초 다니던 공장에서 해고됐다. 한국에서 결혼한 소띠하는 예쁜 딸까지 낳았다. 요즘 산업연수생들에게 일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이 이번 공연에서 박노해의 '손무덤'을 부른다. 과거 한국 노동자들이 겪었던 현실을 고스란히 자신들이 이어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친구여 잘 가시게'라는 노래도 부를 예정이다. 얼마 전 사망한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에게 바치는 노래다.
그는 하반기 싱글 앨범에 담길 곡을 부른다. 정호승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대표곡.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이번 공연의 취지와 잘 어울린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버마 노래 '어머니의 집으로'를 번안해서 부를 계획이다.
"서로 소통하는 문화의 향기는 언어와 피부색을, 그리고 민족과 국가를 넘어섭니다." 이들은 피부색을 따지며 너와 나를 가르는 세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날 행사에서 신곡 '사랑으로 함께 해요'를 선보이고, 문화노동자 연영석이 우정출연해 '코리안드림'을 들려준다. 또한 다큐영상 '이 땅에서 이주노동자로 산다는 것' 그리고 네팔의 민속춤 등이 어우러질 예정이다. 한편 행사수익금은 아시아인권연대의 '꼬마도서관' 건립사업에 쓰인다. '꼬마도서관'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이동도서관. 기금을 모아 고정 공간을 만든다는 게 주최 측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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