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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몸종? 우리남편 나빠요”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여성들, 한국문화 이해·체험 행사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한국으로 시집 온 제3세계 외국인 여성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까. 30만명이 넘는 전체 이주노동자 중 여성이 35%를 넘어서고, 한국 남성과 가정을 이룬 경우도 많아지면서 이들의 삶과 인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8월 말부터 경남지역의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매주 한국문화강좌를 열고 있는 밀양가정폭력상담소 윤계숙 소장은 “한국 사회의 남성우월주의와 가부장적 관행이 그렇잖아도 문화적 이질감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더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고 행사 의도를 밝혔다.
고성(固城) 지역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필리핀 여성 레아(36)씨는 시집 식구들과의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시어머님이 냉장고에서 ‘깨’를 가져오라 하세요. 왜 멍멍이(犬)를 냉장고에 넣었는지 알 수 없어서 ‘깨는 마당에 있는데요, 어머니?’ 했더니, 어머님이 ‘으이구 속 터져, 깨소금 말여 이것아’ 하시는 거예요.”
“아기 낳은 지 1주일도 안 됐는데 설 명절 준비해야 한다고 시어머님이 새벽부터 깨우세요. 오시는 손님들마다 상 차려드리고 설거지하면서 몸이 아파 많이 울었어요.” “시댁 식구들은 내가 낳은 딸들을 예뻐하지도, 돌봐주시지도 않아요. 나는 죽어도 좋지만 우리 딸들은 살아야 하잖아요.” “화도 내봤어요. 소리도 질러 보고. 그러면 남편이 주먹을 눈앞에 갖다 대요. ‘너희 나라로 당장 돌아가라’면서.” 대화가 이어지면 ‘강좌’는 곧 눈물바다로 변하기 일쑤다.
2002년 광주여성발전센터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과 결혼한 이주 여성 중 30%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여성인권위원회 김민정 사무국장은 “한국만 가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거짓 정보에 현혹돼 시집오는 경우가 많고, 결혼정보회사를 거칠 경우 남자 쪽이 수천만원의 돈을 내놓기 때문에 여성들은 시댁의 무급 식모나 종업원 취급을 받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안양이주노동자의 집 이영아 사무국장은 이주여성의 형편과 한국여성의 현실이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은 그들 역시 이 땅의 어머니입니다. 국적 취득 전이라도 이들이 모자복지법이나 가정폭력방지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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