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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좀 보소...

* 이 글은 자일리톨님의 [룩앳미 - 아네스 자우이(2004)] 에 관련된 글입니다.

어제 날씨도 청명하고... 그냥 퇴근하면 웬지 천벌을 받을 것 같아 집 근처 극장에 갔다.

 

이전에 여러 명의 블로그들이 이 영화를 상찬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더랬다.

지난번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보러갔을 때는 너무도 한산하여 토끼님과 함께 극장 운영에 대해 진심어린 걱정(오지랍도...)을 나누었었는데, 오늘 가보니 사람이 꽤 많더라.

우리(?) 영화 올드보이도 하고 있었고,담 주에는 드뎌 쿵푸 허슬 개봉이다. 기대 만땅... 참, 하울의 움직이는 성 포스터도 붙어있던데 그것도 조만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있을 때는 미국에서 수입해오는 영화들이 허접하다고 엄청 불평을 했는데, 여기 와보고는 한국 영화수입업자들의 안목이 참으로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마 그 작품들이 얼마나 엄선해서 들여오던 것인지.... 주마다 개봉하는 영화들 예고편, 광고들 보면 참으로 가관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뭐 이쯤 생략하고...

 

룩 앳 미... 날 좀 보소... 혹은 "제발" (다른 게 아닌 ) 날 좀 봐유..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크고 작은 권력, 관계 맺기에 대한 영화...

누군가 꽃이라고 불러주고 나서야 비로서 꽃이 진짜 꽃이 될 수있었던 것처럼, 이 사회에서 "관계" 없이는 존재도 없다. 그 관계의 종류와 밀도가 인간의 존재 방식을 결정하고, 한 번 정해진 존재 방식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존엄한 존재로서의 개인을 그대로 직시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건 무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드러나는 모든 관계들, 뚱뚱하고 재주없는 딸과 유명한 작가 아빠, 그 유명 작가 남편과 아름다운 젊은 부인, 그리고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 그 신진작가와 음악선생 부인, 음악 선생과 주인공인 딸래미, 그리고 그녀와 헌/새 남자친구....

어느 관계나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하면서도 기묘한 풍경.... 

 

감독은 유쾌하게, 가벼운 듯 하면서 진지하게 이 모든 것들을 다듬어냈다.

타인의 취향을 보았을 때랑 심히 비슷한 느낌....

 

오랜만에... 즐거운 맘으로, 세상사에 대한 낙관을 품고 극장문을 나섰다.

(근데, 나오면서 보니까 다들 쌍쌍이 왔더라.. 젠장.... 저런 영화는 혼자 봐야지 뭐하는 짓들이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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