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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근거로 삼을 것인가...

* 이 글은 님의 ["암부터 무상진료"라...] 에 관련된 글입니다.

대개 드라마 주인공들은 듣도보도 못한 암으로 죽어가고, 암이야말로 매우 희귀한 ** 신드롬들과 함께 사랑의 리퀘스트, 병원 24시의 단골주제로 등장하는 질병이다. 보라돌님의 마지막 덧글이 이야기하듯, 암에 대해 우리가 갖은 인상과 인식은 여러 가지 질병들 중에서도 단연 각별하다.

 

한겨레 신문에도 특집 기사가 실렸고 (심지어 김** 기자는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에세이성 기사까지 올렸더군) , 민주노동당은 물론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건강세상 네트워크도 한 목소리로 암 무상진료를 이야기하고 있다. "진보의 이빨"님이 지적한대로 이것이 특히 암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의 확대 저지와 관련되어 있음은 짐작할 수 있다.

건강보험 공단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아도 분명 암은 본인부담금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그러기에 빈곤층이 가장 고통받는 질환이라는 것은 타당한 해석이다.

 

허나...

보건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 중의 하나가 지역사회기여위험도(population attributable risk)라는 것이다. 질병의 위험도는 흔히 상대위험도(relative risk)로 표현되는데, 지역사회기여위험도는 규모를 고려한 영향(impact)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A라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폐암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0배가 높고 (상대위험도 10), 흡연을 하는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3배 높다고 가정해보자. 이 통계만을 두고 보면 A 유전자가 훨씬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허나 지역사회에서 이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은 1만명 중 한 명이고, 대신 흡연율이 50%라고 가정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대위험도는 분명 A 유전자가 높지만, 지역사회 기여 위험도, 즉 실제 폐암 발생에 기여하는 정도는 A 유전자가 1%도 안 되는 반면, 흡연은 50%로 훨씬높다. 

 

개인당 부담액이 크다는 것도 중요한 지표지만, 부담을 안고 있는 사람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암 무상진료에 이 돈이 당연히 쓰여야 한다는 결론은 적절치 못하다. 환자의 절대 규모로 본다면 암은 심혈관 질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나는 이것이 민간의료보험 저지 투쟁과는 또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암이 해결되고 나면, 민간의료보험은 또다른 중증질환을 타겟으로 삼을 수 있다. 

"암"이 갖는 상징성은 크지만, 중증 질환의 환자 규모와 부담액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하나...

정부에서는 암 무상진료를 실시했을 때 국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우려했지만, 또다른 의미에서 이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현재의 행위별 수가체계에 대한 고려 없이 공공지출만 확대한다는 것은 민간 의료공급자들에게 곳간 열쇄를 맡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기에 이르러 더이상 희망을 가질 수 없는 환자에게 각종 검사와 효과 미상의 투약을 지속하는 것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단 소린가?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환자로 하여금 하루라도 더 살게 하는게 의료인의 책임이요, 가족의 바램이라고 이야기하겠지만... 정서적 공감과 현실은 분명 다른 문제 아닌가.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효과성이 입증된 초기 치료조차 못받는 환자들이 있지 않은가?

 

전략과 전술이 있고, 정치공학도 있다.

과연 현재의 암 무상진료안이 무상의료라는 당의 전략에 기반한 전술인지, 포퓰리즘을 앞세운 일종의 정치공학인지... 나로서는 자꾸만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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