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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레바논 사태와 중동 정치 전망--Alex Callinicos

출처블로그 : MediaNet SUMBOLON
No 1942 Socialist Worker(영국) 2005년 3월 12일

레바논 사태와 중동 정치 전망

민주주의의 창백한 그늘

앨릭스 캘리니코스(Alex Callinicos)

하나의 제국을 와해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방법들이 이제 또 다른 제국을 확장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아이러니이다.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미 국무부 차관 폴라 도브리안스키(Paula Dobriansky)는 지난주에 이렇게 말했다. “그루지야에서는 장미 혁명이 일어났고, 우크라이나에서는 오렌지 혁명이 일어났고, 가장 최근에는 이라크에서 보라색 혁명이 일어났다. 레바논에서 우리는 ‘삼나무 혁명’이 무르익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 이 나라 국민이 진정한 민주주의와 외세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대의 아래 집결하고 있는 것이다.”

“외세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말에는 잠시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조지 부시와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가 한 목소리로 시리아의 레바논 철군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 지배자들이 얼마나 뻔뻔스러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미군 15만 명이 주둔하고 있지만 이라크는 아마도 “외세”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다. 프랑스 역시 자신의 과거 아프리카 제국으로 계속해서 군대를 파견했고, 가장 최근의 희생자는 코트디부아르였다.

그러나 부시와 시라크의 기호를 다룰 때 우리는 그들의 위선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정작 흥미로운 문제는 워싱턴 신보수주의자들의 꿈이 실현되고 있느냐이다.

전직 수상 라픽 하리리(Rafiq Hariri) 암살에 뒤이어 레바논에서 발생한 사태는 스탈린주의를 일소한 혁명들과 비교해 볼 때 일련의 민주적 혁명 과정의 시작일까?

일부 이라크 전쟁 반대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라크 침공이 중동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압력을 강화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가디언》의 조너선 프리들랜드(Jonathan Freedland)는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레바논의 “삼나무 혁명”은 진정한 민주화 투쟁의 창백한 그늘일 뿐이다.

지난주 토요일자 《파이낸셜 타임스》는, 순교자 광장(Martyrs Square)에서 시리아 철군을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조직중인 공동 행동의 책임자 마이클 나프쿠르(Michael Nafkour)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베이루트의 중간 계급이 저녁에 광장을 찾아 암살 사건 이후 벌어지고 있는 소수의 대중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이제 유행이 되었다.”

“민주주의 혁명”이 제국주의자들의 지배 기술로 타락했다. 워싱턴이 자신을 지역 엘리트와 수완가들의 정권 교체와 결부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것이 현 시기 레바논 사태에 대한 정확한 평가이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진정한 성공도 추가로 기록해 두어야 할 것이다.

시리아 대통령 하페즈 알-아사드(Hafez al-Assad)가 레바논에 파병한 것은 1976년 4월이었다. 레바논 좌익과 팔레스타인인들의 내전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국의 지원과 이스라엘의 묵인 하에서 이 작전을 결행했다.

그러나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침략하면서 혼란과 살육이 난무하자 아사드는 이슬람 급진파인 헤즈볼라(Hizbollah)가 이끄는 쉬아파 민병대의 부상을 지원한다. 헤즈볼라는 결국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 방위군을 축출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시리아의 연계를 오랫동안 전략적 위협이라며 비난해 왔다. 결국 하리리 암살 사건이 아리엘 샤론(Ariel Sharon)과 워싱턴에 있는 그의 동맹자들에게 찾고 있던 구실을 제공해 주었다. 정말이지 암살 범행의 하수인들이 시리아 정보 부대의 멍청이들이 아니라 이스라엘 비밀 첩보 부대 모사드(Mossad)의 공작 대가들일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하리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정권과 밀착되어 있었다. 그는 사우드 왕가와 계약을 맺은 주요 토건업자로 부상하면서 40억불 규모의 기업 제국을 건설했다. 결국 하리리 암살 사건으로 시리아는 아랍 세계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현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가 지난주에 리야드(Riyadh)로 날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배자인 압둘라(Abdullah) 왕세자를 만났을 때 그는 강경한 어조로 레바논에서 철수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주말에 아사드는 굴복했고 단계적 철수를 발표했다.

워싱턴이 이 지역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유리한 세력 균형을 가져온 1승을 거두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승리가 정말 필요한 이라크에서 이 사태가 부시 행정부를 어떻게 도와줄지는 완벽한 미지수이다.

“보라색 혁명”과 관련한 그 모든 요란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라크에서 (쿠르드족 지구를 제외한) 전 국민이 압도적으로 점령에 반대하는 상황과 직면해 있다. 지난주에 이라크에서는 1500번째 미군 병사가 사망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사실은 크게 공표되지 않았다.

 

★ 兪在寅 옮김/sumbol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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