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신조인간 캐산 - 너무 많았던 메시지들

still #1

 

어릴적에 열광했던 TV 애니메이션 중에 '캐산' 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원제는 '신조인간 캐산' 인데, 우리나라에는 '정의소년 캐산' (-_-;) 이라고 알려졌을겁니다. 어머니의 영혼이 담겨있는 백조로봇에, 필요할때는 무려 비행기로 변신까지 하는 로봇 강아지가 상당히 인상적 이었지요. 액션장면도 총이나 미사일 보다는 격투가 중점적으로 다뤄져서, 심지어 적 로봇들도 늘어나는 '격투용 팔' 을 가지고 있었던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작년 부산영화제때 실사화된 '신조인간 캐산' 이 선보여서 애니매이션을 기억하는 올드팬들에게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는데, 드디어 7월 1 일자로 개봉작의 목록에도 올랐네요. 감독을 맡았던 '키리야 카즈아키' 는 원래 뮤직비디오가 전문이었고 영화는 이 작품이 데뷔작 이래지요. 뮤직비디오, 혹은 CF 감독출신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사람들의 특징중 하나는 화려한 영상미를 꼽을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블레이드 러너' 의 그 화려한 영상미는 CF 감독 출신이었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능력이라고 할수 있겠죠.


좌우지당간 영화로 나온 '신조인간 캐산' 은 애니메이션 으로 접하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배경설정과 스토리로 전개됩니다. 굳이 말하자면 인류가 기계제국에게 아직 패배하기 전의 이야기라고 하면 되겠지만, 세계관 자체가 다르니 그런식의 구분은 무의미 할거 같네요. 영화속에서의 세계는 '유럽연합' 과 '아시아 공영권' 과의 50 년에 걸친 전쟁으로 인해 황폐화되고, 환경오염에 세균무기의 사용은 '공해병' 이라고 불리는 신종 불치병을 낳게 됩니다. 전쟁은 아시아 공영권의 승리로 끝나지만, 공영권 안에서도 내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아즈마 박사는 인간의 모든 부위를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신조세포' 를 개발하게 되고, 부인이 공해병에 걸려 거의 죽어갈때쯤 내전에 참가했던 아들이 시체로 돌아오게 되죠.


예전에 '아바론' 을 볼때도 그랬지만, 우선 눈길을 끄는 건 화려한 CG 그래픽 입니다. CG 가 좀 지나치다는 느낌도 들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화려하게 보이는 독특한 영상미는 나름대로 좋은 인상을 주더군요.


캐산의 가장 큰 문제는 전달하고 싶은 이미지가 너무 많았다는 것입니다. 기업과 군부에 의해서 주도되는 과학기술은 일부 특권계급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목적하에 개발이 진행됩니다. 거기에 신조인간들의 탄생에서 보여지는 번개를 형상화한 구조물(?) 은 '프랑켄슈타인' 마져 연상하게 하며, 기껏 태어난 신조인간들을 '불량품' 이라 부르며 학살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 부분들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이냐' 고 절규하는 생존한 신조인간들의 절규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 외에도 반 제국주의, 전쟁반대에 대한 메시지도 다루고 있습니다. 아시아 공영권 이라는 이름에서나, 일본도를 휘두르는 군부가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모습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제7관구' 의 인간들을 연행해서 신조인간을 위한 연구에 실험체로 사용하고 있는 설정은 만주에서 진행된 737 부대의 만행을 연상하게 합니다. 거기에 주인공은 처음에 '국가를 위한 일에 빠질수 없다' 며 자청해서 군대로 가지만, 곧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죠.

 

still #3


그러나 너무 많은 메시지를 2 시간 20 분 짜리 한 작품에 녹여내려고 하는 바람에 영화 초반에 던져진 이와 같은 메시지들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차 희미해져 버립니다. 다만 전쟁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만은 영화 끝까지 유지되지만, 그것조차 명확한 해답을 보여주지 못한채 일반적인 휴머니즘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끝나버리죠. 분명 '모든 인류를 말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조인간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지만 캐산은 다만 그들 신조인간들에게만 맞서 싸울뿐, 애시당초에 그런 갈등구조를 만들어낸 지배계급에 대해서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은채 무기력하게 사라져갈 뿐이죠.


'신조인간 캐산' 은 일본 우익에서 다시금 발호하고 있는 신 군국주의,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침략전쟁에 대한 문제등에 더해서 옳바른 방향으로 통제되지 않은 과학기술의 발달이나 인간 정체성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하게 생각해볼 거리들을 제공해 주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문제의식들에 대해서 무엇 하나 시원한 결말을 내놓지 못하면서 범작이 되고 만것 같습니다. 비록 시원스럽게 '추천합니다' 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쉣 무비' 의 반열에 올리기에는 아까운 작품이죠. 올 여름에 한번쯤 봐줄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